유로저널 와인칼럼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52 :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8장 루아르(Loire) – 2

by eknews posted Aug 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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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8장 루아르(Loire) – 2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것처럼 와인 산지 루아르(Loire)는 프랑스에서 가장 긴 루아르 강을 따라 늘어서 있어서 굉장히 길고, 스파클링, 드라이 화이트, 스위트 화이트, 가벼운 레드, 묵직한 레드, 드라이 로제, 스위트 로제 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해서 한 번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 서쪽에서 동쪽 순으로, 페이 낭테(Pays Nantais), 앙주-소뮈르(Anjou-Saumur), 투렌느(Touraine), 성트르-루아르(Centre-Loire)의 4개 세부 지역으로 구분해서 살펴본다. 오늘은 가장 서쪽, 대서양의 길목 페이 낭테 지역으로 가보자.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페이 낭테는 대서양과 맞닿아 있다. 대서양은 신선한 해산물, 갑각류 그리고 생선이 풍성한 곳이다. 그렇다 보니 이곳에는 이와 잘 어울리는 가볍고 상큼하고, 단순한 화이트 와인이 많다. 그 대표는 역시 뮈스카데(Muscadet)다. 뮈스카데(보르도의 화이트 와인 품종 뮈스카델 Muscadelle, 알자스의 뮈스카 Muscat 와 혼동하지 않길!)는 이 와인의 아펠라씨옹 이름인 동시에 포도 품종이기도 하다. 결국, 와인 뮈스카데는 뮈스카데 포도로 만든다.

 

사진1. www.latitude360.fr.jpg
사진1. 대서양과 맞닿은 ‘페이 낭테’                         

<출처 : www.latitude360.fr>



그런데 이 포도품종은 다른 이름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물롱 드 부르고뉴(Melon de Bourgogne - 부르고뉴의 멜론)', 또는 그냥 ‘믈롱’이다. 아니, 루아르 지역에 웬 부르고뉴인가? 1709년, 루아르 페이 낭테 지역의 포도밭은 혹독한 겨울로 인해 완전히 황폐해졌다. 결국, 포도밭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앞으로 이런 강추위에 견딜 수 있는 품종을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적임자가 바로 뮈스카데 품종이었다. 그런데 이 품종은 부르고뉴로부터 가져왔고, 그 잎이 프랑스 멜론 잎과 '약간'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보통의 포도 잎에 멜론 잎과 많이 닮기는 했다.



 사진2. merveilleux-anjou.blogspot.kr.jpg

사진2. 특이한 모양의 물롱 드 부르고뉴 잎(왼쪽)과 일반적인 모양의 폴 블랑슈 잎(오른쪽)
<출처 : merveilleux-anjou.blogspot.kr>

 

사진3..jpg
사진3. 프랑스 멜론. 잎 모양이 뮈스카데와 닮긴 했다.        

<출처 : webpedagogique.com>



뮈스카데는 그냥 뮈스카데와 뒤에 다른 이름이 붙는 뮈스카데, 예를들면 뮈스카데 세브르 에 멘느(Muscadet Sèvre-et-Maine), 뮈스카데 코토 드 라 루아르(Muscadet Coteaux de la Loire), 뮈스카데 코트 드 그랑리우(Muscadet Côtes de Grandlieu), 그리고 의무 숙성기간이 18~24개월인 뮈스카데 크뤼(Clisson, Gorges, Le Pallet)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하지만 이 중 와인 시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뮈스카데와 뮈스카데 세브르 에 멘느 정도다. 일반적으로 뮈스카데 뒤에 다른 이름이 붙는 것이 그냥 뮈스카데보다 좀 더 고급이다. 뮈스카데 치고는. 뮈스카데는 꽃향기와 과실 향, 가벼운 무게감과 짜릿한 신맛, 그리고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그럼 페이 낭트에는 뮈스카데 패밀리 밖에 없나? 아니다. 이 동네 터줏대감 그로 플랑(Gros Plant)이 있다. 뮈스카데가 등장하기 전, 이곳은 그로 플랑이 대세였다. 하지만 물롱 드 부르고뉴의 침공 후 자신의 지위를 그에게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뮈스카데가 물롱 드 부르고뉴라는 품종을 사용하는 반면, 그로 플랑은 폴 블랑슈(Folle Blanche)로 만든다. 이 품종은 주로 코냑이나 아르마냑 같은 증류주를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낮은 당도와 높은 산도가 특징이다. 그래서 그로 플랑은 프랑스 와인 중 가장 산도가 높은 와인 중 하나로 유명하다. 뮈스카데와 비교하면 더 가볍고 더 시고 더 싸다. 그래서 음식과 매칭하자면 생선보다는 해산물, 그중에서도 생굴과 딱이다.



그런데 뮈스카데나 그로 플랑의 병을 보면 물결무늬 양각과 함께 적힌 '쉬르-리(Sur-Lie)’라는 용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와인 발효 때 사용한 효모가 죽으면 그 찌꺼기를 걸러내는데, ‘쉬르-리’ 방식에서는 이를 걸러내지 않고 와인과 함께 숙성시킨다. 이 과정을 거치면 와인에 독특한 풍미, 빵, 우유, 버터 등의 향이 더해지고, 유질감과 몸집이 생길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이 와인들의 특징인 엄청난, 어쩌면 지나친 산도를 누그려트려 준다. 그리고 혀끝에서 느껴지는 아주 작은 기포(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집중하지 않으면 잘 느껴지지도 않는다.) 역시 '쉬르-리' 양조 방식의 특징이다. 혹자는 스파클링처럼 상쾌해서 좋아하기도, 혹자는 스파클링 와인도 스틸 와인도 아닌 어중간한 거품이 거슬린다며 싫어하기도 한다.



물론 이곳에도 레드 와인이 있다. 하지만 페이 낭테는 역시 화이트 와인 세상이다. 격식 갖추지 않는 편안한 식탁에서 식전에 가볍게 마시기에, 신선한 샐러드에 곁들이기에, 특히 굴 같은 신선한 해산물과 함께하기에 페이 낭테 와인만한 것이 없다. 여기에 아주 매력적인 가격까지! 요즘처럼 더운 여름날, 정신이 번쩍 드는 페이 낭테 와인 한 잔을 권한다.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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