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정당외교보다는 자기정치 행보로 비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당 외교 명목으로 지난 7월25일부터 7박9일간 미국을 방문하면서 국내 정치 발언만 일삼아 '염불대신 잿밥만 챙겼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정당외교에 걸맞지 않는 민감한 국내 정치적 발언과 함께 외교적 상식을 초월하고 원칙을 망각해버린 ‘직설적 외교 화법’으로 구설수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진보·보수 편가르기 등 이념공세에 치중했을 뿐만 아니라 진보좌파의 준동을 막기 위해 새누리가 선거를 이겨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방미한 정당외교 목적을 보수층 결집을 노리는 국내정치 수단으로 이용했기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판단이 중요한 한국 외교의 예민한 상황을 무시하고 “중국보다 미국”을 강조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위험하고 경솔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마이너스 외교’가 되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7월27일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진보좌파의 준동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이걸 공고히 하는 방법은 새누리당이 선거에 이기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진보좌파가 준동 못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자신이 그동안 국면마다 색깔론을 위해 꺼내왔던 ‘종북 좌파’가 통합진보당 해산 등의 결정으로 무력화된 이후, ‘진보좌파’로 대상을 바꾼 것으로 보이지만, ‘진보좌파’가 구체적으로 어떤 세력을 말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없이 특히 재미동포 사회에 이념대립을 촉발시키면서 자신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지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같은 발언은 김대표가 미국 동포들과 국내 보수 진영에 자신의 보수·안보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차기 대권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는 “김구 선생을 존경하지만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 맞다. 모든 사람은 공과 실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한민국이 좌파들의 주장대로 사회주의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따라서 이승만을 우리의 국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이날 우드로 윌슨센터 연설에서 “중국과의 경제 교류는 한미동맹 기초에 의해 가능하다”며 “한미는 ‘전면적 관계’, 한중은 ‘일부의 관계’”라고 말했고,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우리에게는 중국보다 미국”이라고까지 표현하는 등 중국의 심기를 거스리는 비외교적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손에 쥔 세계적인 ‘갑’이나 다를 바 없는데 미국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건, 청나라를 배격해 병자호란을 일으킨 인조와 다를 바 없는 수구적 사고방식”이라며 우려했다.
집권당의 대표로서 방미한 김 대표는 주미 재향군인회 회원들을 만났을 때와 초대 미8군 사령관 묘지를 참배할 때 잇따라 큰 절을 한 것을 두고도 가벼운 처사라는 지적과 함께 일부에서 사대주의라고 혹평하고 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집권당 대표가 미국 가서 연신 넙죽넙죽 절하고 다니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서 이여송이 왔어도, 그런 짓 한 신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나라일수록 자존심을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데, 창피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유로저널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