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지역경제보다는 환경보호가 우선해야

by eknews posted Sep 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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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지역경제보다는 환경보호가 우선해야

오랜 기간 논란이 되고 있던 설악산의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조건부로 승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단체 등에서는 이번 결정에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그만큼 케이블카 운영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사업에서 지니는 문제의 본질은 두 산이 국립공원이라는 점이다. 우선, 미국에서 탄생한 ‘내셔널 파크’(National Park)를 번역한 것이 ‘국립공원’인데 이 개념은 흔히 알려진 ‘국가가 지정한 공원’과는 거리가 멀다. 1800년도 중반까지 북미에서 지속된 대규모 자연파괴에 따른 각성으로 나타난 인류사 최초의 제도적 자연보호 장치다. 인간에 의하여 파괴만 되어가는 자연에 스스로 방어할 기회를 주어 후손에게 파괴되지 않은 자연을 볼 권리를 주려는 시도가 참뜻이다.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취급하는 서양에서 이 발상은 놀라운 것이었고, 높이 평가한 서양의 국가들이 가장 먼저 이 제도를 받아들여 실행에 옮긴다.

그 뒤 150여년 지나도록 세계적으로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이 지속되고 규모도 커지자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환경윤리’ 개념이 등장한다. 그런데 윤리란 두 상대가 동등해야만 가능한 관계이며, 그런 발상 자체가 매우 극적이며 실천은 더욱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내셔널 파크’를 ‘환경윤리를 실천하는 장소’로 이해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국립공원의 본뜻은 이런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자연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미래의 후손이 권리를 주장하겠는가? 결국 현존하는 인간의 몫인데, 인간의 탐욕에 대항하는 이 일은 매우 어려워 모든 간섭에서 독립된 기구가 관리를 맡으라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권고하고 있다. 물론, 지리산이 국립공원 1호로 탄생한 배경은 전혀 달랐다. 무턱대고 개념을 도입한 뒤, 대충 만든 제도로 지금도 ‘국립공원법’조차 없으며 ‘자연공원법’에 국립공원이 들어 있다. 그러니 2004년까지도 세계자연보전연맹 보호범주 Ⅱ(국립공원과 보호지역)로 등재된 국립공원이 없었는데, 그 뒤 세계보호지역기구에 설악산을 필두로 여러 국립공원을 Ⅱ급으로 등재시켰고, 최근에 설악산, 지리산, 오대산 국립공원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녹색목록에도 올렸다.

이것은 지속되는 자연파괴를 막아보려는 국제사회의 시도에 우리도 동참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그런 장소에 지역경제를 위하여 새로운 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 천명한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능력이 세계 상위급에 올라 있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한국은 더 이상 빈곤해서, 또는 저개발 국가라서 국제사회에서 실수가 용인되는 국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설악산, 지리산 케이블카 문제는 이런 본질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거론되지 않으며 지역경제 문제나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끌어들여서 설치 타당성을 제기한다. 우선, 지역경제 문제는 어디까지나 공원 밖에서 논의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문제가 본질에서 벗어나 버린다. 또 우리가 언제부터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그토록 고려하였는가? 그 문제는 일상에서 평등한 조건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리라 본다.

그 외에, 흔히 제기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등산객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말에는 참으로 답이 없다. 남설악 준령에 세우려는 흉측한 기계설비야말로 등산객이 만드는 어떠한 피해보다도 설악을 근원적으로 파괴시킨다는 것을 어찌 모른단 말인가? 게다가 멸종위기종 산양의 이동경로이지 서식지가 아니라는 논조에는 어처구니가 없다. 설악산처럼 좁은 면적을 가진 국립공원에 사는 산양의 서식지와 이동경로의 구분이 가능이나 한 얘기인가?

또 케이블카가 피해를 줄인다는 논조는 현 관리당국이 행했던 많은 노력을 너무나 폄하하는 것이다. 그 방식에 의견차이가 있겠지만 관리당국은 나름대로 노력하였고, 성과를 보였다. 피해가 있다고 더욱 큰 파괴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접근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등산객 문제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등산객은 산에 철교나, 도로포장이나 기타 시설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시설이 생기면, 거기에 적응하고 피해는 시설을 기반으로 확대된다. 케이블카로 정상 근처까지 오른 등산객의 다음 행위는 보지 않아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케이블카가 없는 지금도 설악산 대청봉에 집결되는 등산객 통제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 케이블카까지 들어서면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관리당국에 너무도 큰 짐을 떠넘기는 것이다. 더욱이 관리공단에는 케이블카사업에서 계획이나 결정, 운용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이러려고 두 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관리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남한 최고의 명산이자 다행히 생태계가 그나마 괜찮은 두 국립공원을 우리 세대가 무슨 권리로 케이블카로 원천부터 파괴한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여 이 사업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관련 당사자 모두가 인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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