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혜의 세계 여행기

35일 동안 대서양에서

by eknews posted Jan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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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일 동안 대서양에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이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35일간을 배로 홀란드, 프랑스를 거쳐 대서양을 캐나다의 동쪽 끝, 이름도 그럴사한 뉴파운드랜드(새로발견한 땅)와 노바스코시아(새스코트랜드)에 가는것이기에 더 설레이나보다. 4년 전에 갔었던 대부분의 국토가 만년 빙하로 덮여있는 그린랜드의 서쪽에 있는 북극에 가까운 곳이다.



영국을 떠나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 오는 동안 그린위치 천문대를 기점으로 하는 현지 시간을 14번이나  바꾸었다.  마코폴로라고 불리우는 이 큰 배에는 엔진실을 제외하고 11층이 있고 운동기구로 가득 찬  짐, 수영장, 쇼를 하는 크고 작은 홀들, 대규모의 실내장식이 고급스러운 식당, 부페식 식당, 크고 작은 바들,  도서관 등이 있고 객실은 7층에 걸쳐 있는데 승객은 700여명, 배에서 일하는 총 인원은 350여명으로 40여개의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다. 700여명의 승객을 위한 식사 메뉴 플랜을 짜고 음식을 준비하고 서브하고 객실을 깨끗히 유지하는 일 이외에도 24시간 강한 햇볕과 세찬 비바람에 끊임 없이 손상되고 있는 배의 유지와 보호를 위해 또 끊임 없는 손질을 하여야 하니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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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건너는 데는 꼭 5일이 걸렸다. 하루 세끼의 풍성하고도 고급스러운 식사, 매일 오후3시에는 다양한 종류의 샌드위치, 각종 케이크 와 티와 커피가 있는 영국식 하이 티. 하루 18시간 제공되는 12가지 각종  티와 커피, 초코렛 드링크, 밤 11시에 제공되는 소위 핑거푸드라는 손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야식이 있다. 초코렛으로 만든 세계 여러나라의 각종 케이크, 과자를 선보이는 페스티발을 여는 행사 이외에도 대여섯 군데에 있는 크고 작은 바와 라운지에는 각종 술과 음료가 하루에 20시간동안 제공된다. 이렇게 온종일 먹고 마시는 영국사람들에게 과체중이 가져다 주는 건강문제가 심각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놀라운 사실은 35일동안 배에서 소모된 계란은 4만 3천 개, 감자는 5천 8백 kg,  우유 6천 5백 리터, 고기 6천 5백 kg을 소모했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단 한번의 후식 페스티발에서 초코렛은 100kg, 계란은 1200개, 아이스크림은 20리터를 소모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크루징을 하는 배회사가 제공하는 여러가지 오락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의 긴 여정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배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게임들 이외에도 도서관도 있고, 합창교실, 춤교실, 간단한 악기 가르치는 교실, 뜨개질 교실, 브리지를 가르치는 캐드게임교실 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림 그리기, 자그마한 공작품 만들기도 있어 여행의 마지막에는 만든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합창교실, 악기교실은 음악회를 열어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매일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14시간동안 제공된다. 생음악이 연주되는 크고 작은 홀에서는 쌍쌍이 춤을 추는 이들이 있고 매일 밤 저녁식사 후에는 화려한 쇼 무대가 열린다. 쇼 후에는 크고 작은 홀에서 계속 카바레가 새벽 2, 3시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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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여행자들을 위한 모임은 따로 마련한 식탁에 힘께 앉게 하여 친목을 도모한다. 그 중에는 노년을 기약하는 로맨스를 맺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런 소문은 다른 사람들의 저녁 식탁에 오르는 가십으로  다른 사람들의 테이블에 즐거운 대화의 재료를 제공한다. 저녁은 식탁의 크기에 따라 2명, 4명, 8명씩 함께 앉아 매일 같은 멤버가 식사한다. 배를 타는 첫날 저녁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여행이 끝날 때 까지 저녁식탁의 동료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식탁의 동료와 많이 가까워지고 더러는 그 우정이 오래 가서 영국에서도 다시 만나고 다른 나라에 사는 친구들과는 서로 방문하기도 한다.

암스테르담과 불란서의 쉘부르그를 거쳐 처음 도착한 곳은 캐나다 동쪽 끝 뉴파운드랜드의 수도 St. John's다.  5일 동안 물 위에 떠 있다가 땅을 밟고 상쾌한 캐나다의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이 너무도 좋았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교회는 크고, 건축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교회나 박물관에는 방명록이 비치되어 있다. 방문지가 오지일 수록 잊지 않고 대한민국 사람이 왔었다는 것과 좋았던 인상에 대해서 기록을 남겨 놓는다.
 
어머니집이라는 수도원에 있는 The Veiled Virgin이라는 제목의 조각품은 내가 본 어느 조각품 보다도 아름다웠다. 이 작품을 조각한 사람인 죠반니 스트라자는 이태리 조각가로 흰대리석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카라라에서 나오는 흰대리석으로 베일을 쓰고 있는 마리아를 조각했는데 베일을 쓴 모습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바람이 살랑 분 듯한 베일에 속 눈썹이 그림자처럼 보이도록한 조각은 진정 경이롭고 감동스러웠다.

이곳은 또한 발명가 마코니가 1901년 처음 대서양을 건너지르는 무선 시그날을 받은 곳으로 역사적인 곳이다.

다음 도착한 항구는 새 스코트랜드라는 뜻의 라틴말인 노바스코시아주의 수도 Halifax다. 노바스코시아주에서 제일 큰 성당이 있는 곳으로  이 성당은 2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또한 제일 높은 대리석 첨탑이 있고, 그 안에는 11개의 종이 있다. 그 안에 있는 제일 큰 종의 무게는 1200파운드나 된다. Stained glass의 유리창의 규모 또한 대단히 크며 지금도 성당 안의 공기 순환을 위해 stained glass로 된 유리창을 여닫는데 사용한다. 

Halifax 시내의 제일 높은 언덕 위에는 높은 성벽만 남은 큰 시타델이 잘 보존되어 있고 성벽 위에 놓여 있는 대포는 한 시간에 한 번씩 포를 쏘아 시민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린다. 도시의 중앙에는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17에이커의 큰 정원있어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도시의 한가운데에는 현대적인 건축물의 5층짜리 도서관이 있다. 각층의 모양이 대형 책 모양이며 천정이 높은 것이 특색이다. 건물의 전체 모양은 책들이 여러 개 겹쳐져 있는 듯한 모양으로 디자인이 희한한 현대적인 건물이다. 이곳에서 700마일 떨어진 곳에서 타이타닉이 침몰했는데 그 때에 생명을 잃은 121명의 묘지가 가까운 곳에 있다.

다음은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수도 샬롯타운에 도착. 이곳은 도시는 작지만 화강암으로 지어진 영어로 예배를 보는 아주 큰 교회가 있다. 주된 언어가 불어인 곳에서 영어로 예배를 본다는 것이 반가웠으나 역사를 들춰 볼 여유가 없었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과 본토를 연결하는 13킬로미터 길이의 Confederation Bridge가 있다. 이 다리는 얼음이 어는 물을 건너는 다리라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천에 있는 다리의 길이가 18.5km라는 것이 알려지면 그것 또한 우리의 큰 자랑거리 일것이다.

다음 기항지는 퀘벡주의 동쪽에 있는 가스페,  캐나다의 동쪽은 1500년대에 프랑스의 탐험가, 자끄 까띠에가 발을 디딘 후 프랑스 땅이라고 주장하며 이루어 놓은 업적의 흔적이 많다. 지금도 사용하는 언어는 불어. 그러나 1759년 영국의 젊은 장군 James Wolfe는 프랑스와의 7년 전쟁에서 승리하여 퀘벡을 점령하고 몬트리올을 프랑스 손아귀에서 해방시켜  젊은 나이에 캐나다 전체를 점령한 영국장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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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페만 깊은 곳에는 4억년 전에 생겼다고 생각되는 거대한 바위가 대서양 물 속에 홀로 우뚝 서있고 자연적으로 생긴 제일 큰 아취가 있다. 자그마치 440미터의 길이에 90미터의 넓이에 제일 높은 곳은 90미터이다. 아취의 높이는 15미터이고 바위의 무게를 5백만 톤이라고 추측한다. 시내에서 바위를 가까이 볼 수 있는 해변가 까지 관광버스를 탔는데 노란색의 미국 학교버스다. 영국의 이층버스를 분홍색으로 칠하여 관광버스로 사용하는가 하면 이렇게 노란색의 학교버스를 관광버스로 사용하는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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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주의 퀘벡시. 건물이나 도시가 예쁜 케이크를 보는 듯 아름답다. 상점의 상품의 전시도 세련되었고 식당의 실내장식, 색감이 모두 예술적이고 멋있다. 거리의 어디에나 무료 공공화장실이 많고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게 인상적이다. 이점은 여행을 다닌 중 어느 나라보다도 훌륭하다.

퀘벡시에서 7마일 떨어진 멀지 않은 곳에 몽모랑시 폭포가 있다. 폭포는 85미터의 높이에 50미터의 넓이의 계곡을 떨어지며 물안개를 뿜는다. 몽모랑시 강의 물이 성 로렌스 강으로 떨어지는 곳에 폭포가 있고 그 폭포 위로 폭포를 건너 갈 수 있는 다리가 놓여있다. 보기에 드문 절경이다. 실제로 물이 떨어지는 폭포 자체를 보려면 그 다리를 건너 절벽을 따라 그 위로 걸어야한다. 폭포가 시야에 들어 오는 위치에는 절벽아래로 내려가는 가파른 나무 층계가 급경사로 내려간다. 족히 300여개의 층계다. 이것도 자연을 그르치지 않고 만들어 놓은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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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시는 성로렌스 강을 따라 지대가 갑자기 높아진 땅에 세워진 도시다. 어느 방향에서나 보이는 샤또 포트낙이란 아름다운 성이 있고, 그 샤또에 가려면 성벽 아래에서 후니쿨라를 타고 올라간다. 먼 곳에서나 가까운 곳에서나 잘 보이는 높은 데에 있는 건물, 샤또 폰트낙 안에는 최고급 호텔과 고급 상점들과 식당들이 있다. 성 안에는 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작지만 멋진 발코니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쯤은 들어 가 앉아 보고 싶은 곳이라 북킹을 미리 해야한다. 장시간의 관광 후 피곤한 다리를 쉬게 하는 데는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강을 보며 멋진 발코니에서 한잔 마시는 것이 최상일 것이다. 마침 저녁 노을은 구름과 함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이렇게 하루를 멋있게 마감하며 배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다음 기항지는 몬트리올. 퀘벡주의 제일 큰 도시로 유일하게 내륙에 있는 항구이다. 대서양에서 16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어느 도시를 가나 교회와 박물관이 많기도 하지만 잘 정돈돼 있는것이 또한 캐나다의 좋은 인상 중의 하나다. 무엇 보다도 자동차 운전자들의 매너가 좋은 점이 인상적이다. 교통규칙을 잘 지킬 뿐만아니라 주행에 서두름이 없는 데다 양보심과 보행자들을 배려하는 여유가 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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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에는 캐나다의 원주민인 이누이트의 예술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있다. 그러나 몬트리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미대륙에서 두번째로 큰 노트르담 바실리카가 있고 그 규모와 웅장함과 아름다움이다. 파바로티가 와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한 곳으로도 유명.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도 좋았지만 운좋게도 몇몇의 개인을 위한 올간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광대한 싸이즈의 올간은 7000개의 파이프로 되어 있고, 소리의 웅장함과 가슴이 열리는 듯한 시원함에 놀랐다. 이 성당에서 지난 42년동안 주된 올간연주자로 일해온 나이 지긋한 미스터 피에 그랑메죵의 연주가 너무도 훌륭해서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어떤 분인가 찾아보니 올간연주자로 많이 알려진 유명한 분임을 알게 되었다. 가끔 그런 행운이 있는 게 여행 중에 생기는 의외의 즐거움이다. 올림픽공원에 있는 타워, 큐가든과 같은 잘 가꾸어진 식물원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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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서 멀지 않은 산 로얄에는 지금까지 내가 본 교회 중 가장 큰 성 조제프 오라토리가 있다. 관광객이 한 명도 없었다. 교회안에는 두 개의 에스칼레이터가 이어서 설치되어 있어 걸어 올라가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지만 쉽게 올라갔다.  높은 곳에 다 올라가서야 예배를 보는 교회당이 있고 화려한 장식이나 금을 입힌 조각은 전혀 없다. 12제자가 대형의 나무에 조각되어 벽에 걸려 있으며 십자가를 지고 형장으로 올라가는 예수의 모습은 여러 개의 화강암에 조각되어 낮은 위치에 놓여 있다. 맨 위에 있는 구리로 된 둥근 지붕은 이태리 성피터의 것 보다 더 큰 것으로 높이가 45미터다.

몬트리올에서 성 로렌스 강을 따라 북상하여 새그네이에 기항. 빙하시대부터 빙하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경치는 오래동안 머리에 남아 있을 사진과 같다. 강을 따라 절벽이 1500피트나 되는 높은 곳이 있고, 새그네이와 로렌스 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고래구경을 할 수 있는 최적지를 지나가면서 수십마리의 돌고래가 신나게 노는 모습 또한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셉틸, 아브르 쌩 피에, 캐포 뮐, 섬마다 들린 마을들. 아, 이 북극에 가까워 극도로 춥고 바람이 세찬 이곳은 걸음을 옮기는 것 조차 힘들건만 어떻게 이런 곳에 정착할 뜻이 있었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 아는 게 그뿐이라면 다른 곳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겠지. 이런 땅을 두고 프랑스와 영국은 생명을 내걸고 전쟁을 했던 것을 보면 이해가 힘들기도 하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데 필요한 생선이 많이 나서 그랬는가하는 생각을 하면 그것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생선 조업지역 문제로 아이스랜드와 있었던 분쟁은 생선 값을 하늘로 치솟게 했고, 오일 생산국의 생산양의 문제로 오일 값이 치솟는 등 오일이 나오는 곳에 분쟁이 쉬지 않고 계속 일어나지 않는가?

노바 스코시아는 새 스코트랜 드라는 뜻의 라틴어다. 캐나다 전체 인구의 15%가 넘는 사람들이 스코트랜드에서 온 사람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지명도 스코트랜드에서 따온 것이 많다. 철강산업과 석탄을 캐는 광산업도 스코트랜드에서 가져온 산업이라고한다.

노바 스코시아주에 있는 씨드니에는 큰 배가 들어가기에는 항구가 너무 작고 물의 깊이가 얕아서 항구로부터  거리가 먼 바다 가운데에 닻을 내리고 항구까지 조그만 배로 입항했다. 항구에는 사람의 키에 열 배가 넘는 키의 대형 바이올린이 서 있는데 이것은 스코트랜드의 민속음악을 이어가자는 상징으로 세운 것이라고 한다.

거리거리마다 작지만 각종 박물관이 많고 이곳의 주민이었던 전화의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함 벨의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그의 유품들 중에는 처음 만들어진 전화기도 소장되어 있다.

코너브룩은 뉴파운드랜드 섬의 서쪽에 있다. 살고 있는 주민이 2만명도 채 안되는 조그만 마을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따듯한 여름에는 클래씩 음악 페스티발을 여는데 캐나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한다.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에서 온 후손들과 원주민이 생선산업과 종이산업을 크게 일으켜서 적은 숫자의 주민들이 커다란 부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곳은 250년 전에 선장쿠크가 뉴질랜드, 호주, 하와이로 가기 전에 장기간 항해술을 익힌 곳으로 알려져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뉴파운드랜드주에 있는 성 안토니 마을의 주위에는 7천여개의 자그만 섬들이 있다. 캐나다의 제일 동쪽에 위치한 성 안토니에는 주민이 2400명 밖에 안 된다. 이곳은 아름다운 바다경치와 바다를 중심으로한 삶, 그리고 빙산이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전부다. 7월에 볼 수 있는 각종의 고래와 돌고래를 보기 위해 캐나다 전국에서 찾아 온다고 한다.

배를 타고 35일간 영국을 떠나 대서양을 건너 캐나다 동쪽까지의 장거리를 20마일의 속도로 천천이 물을 가르며 갔다 온다는 것은 그리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집안 살림, 청소, 빨래, 다리미 질은 물론 식사준비와 그 뒤처리도 전혀 하지 않고 편하게 지내며 매일 밤 예쁜 파티 옷을 입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하고 멋진 쇼를 본다고 하지만, 가끔은 멀미도 하고 비바람이 심해 배 안에 갇혀 있는 기분도 든다.
그러나 그 긴 시간동안 여러 종류의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한다.  문화의 향기가 묻어나는 우아한 사람들, 여행을 많이 해서 생긴 지혜와 총명함이 보이는 사람들, 얘기가 재미 있는 사람들, 여러 사람들의 살아 온 얘기들을 듣노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듣고나서 흐뭇한 마음으로 캐빈으로 향하는 밤이 허다하다.

이 배의 연예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인 리차드는 항상 명랑한 만능 재주꾼이다. 길고도 아름다운 시를 다 기억해서 분위기 있게 낭송하고, 그의 신나는 춤 솜씨는 보는 이도 신나게 하고, 노래는 삼 사 절까지 가사를 기억하는 노래솜씨, 즉흥적으로 내뱉는 재치있는 농담 곁들인 코메디를 할 때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그가 우리에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쇼를 보여주는  밤이다.

리챠드가 꾸민 마지막 밤의 프로그램은 냇킹콜의 생애와 노래로 엮은 쇼로 꾸며졌다. 서너개의 노래를 한 후 65주년 결혼기념으로 이 배를 탄 부부, 90세의 흰머리 신사와 금발의 우아한 여인을 소개하니 우뢰와 같은 박수가 길다. 리차드가 그들에게 바치는 냇킹콜의 'Unforgettable' 이라는 노래에 자세도 곧은 노 부부는 무대로 올라와 우아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노래의 가사도 너무도 잘 어울린다. '멀리 있으나 가까이 있으나 잊을 수 없는 그대, 사랑의 노래처럼 당신 생각은 내게 항상 머물러 있고... 여러가지로 잊을 수 없는 그대, 당신은 그렇게 내게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오. 우리는 여러가지로 잊을 수 없는 사랑 우리는 그렇게 서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이.....'

이들 두 부부는 젊은 시절부터 좋아하는 등산을 함께 했고, 또 좋아하는 여행을 함께 했다고 하며, 지금은 바닷가에 있는 아파트의 제일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초대를 받았으니 날이 따듯해지면 찾아 뵈어야겠다. 65년을 함께하는 동안 어려운 문제가 없었을 수는 없으리라. 해결은? 대화로! 그리고는 안아주는 것이라며 웃는 노신사의 모습이 귀엽다.

살고 있는 집에서 바닷가로 가는 산책길에는 자그마한 정원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65년 전에 이 신사가 부인에게 결혼 프로포즈를 한 곳으로 그곳을 지날 때마다 부인을 안아주며 키스를 한다고 한다. 한번은 그 광경을 보던 한 여자가 자기네를 보고 신기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길래 그 사연을 얘기해 주었더니 감동의 눈물을 흘리더라고. 로맨틱한 노신사!

이렇게 따듯한 마음으로 마지막 밤을 지내고 그간 배에서 힘들었던 일들은 어느새 다 잊고는 다음에는 어디로 발길을 향할가 세계지도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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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칼럼니스트 손선혜
ommasdrea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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