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거세게 불어오는 비바람으로 걱정스럽게 잠들었던 어제와 다르게 맑고 환하게 개인 푸른 하늘에 더욱더 설레는 마음으로 캠프장으로 향하였다.
하노버 한글학교에서는 2년에 한 번씩 가족과 함께하는 1박2일 캠프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1월 28-29일(성적표방학기간)에 캠프를 하게 되었다.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Steinhuder Meer. 가슴까지 확 트일 것 같은 호수가 있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너무 좋았다.
우리가 준비하는 동안 유치부, 초등부, 중고등부학생과 어머님들이 함께 모였고 짐정리 및 숙소배정을 받은 후 점심식사를 하였다. 깔끔하고 정갈한 숙소와 맛있는 식사로 좋아진 기분 그대로 레크레이션을 진행했다.
첫 번째 게임은 둥글게, 둥글게 돌면서 2명, 3명, 4명 짝을 짓는 순서였는데 어린 유, 초등부 어린이들도 금방 잘 따라하고 중, 고등부 언니 오빠들이 어린 동생들을 보호하며 게임을 즐기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두 번째 순서로 코끼리 코 10바퀴 후 손대지 않고 사탕 먹기 게임은 어린친구들이 코끼리 코도 빨리 돌고 어지럽지도 않은지 빠른 속도로 달려가 사탕을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중, 고등부 언니들이 코끼리 코를 돌다가 어지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달려가다 넘어지는 모습에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세 번째 게임은 2인3각 게임으로 두 명씩 짝을 만들고 둘이 한마음으로 하나, 둘, 하나 둘 구호를 외치고 달려가 풍선을 불어 먼저 터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인데 집중력과 협동심, 배려가 엿보인 멋진 순서였던 것 같다.
이렇게 한바탕 큰 웃음을 주었던 레크레이션을 끝내고 간단한 간식을 먹은 후 멋진 풍경의 호수 산책로로 산책을 나갔다. 파란색, 하늘색, 하얀색 물감을 하늘과 바다에 뿌린 듯 너무나 예쁜 산책로를 걸으며 함께 나간 이들 모두 너무 신이 났다. 산책을 먼저 끝낸 남학생들은 농구를 하고 탁구도 치며 스포츠를 즐겼고 나머지 학생들은 사진으로 추억을 남겼다.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전통놀이 만들기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께서 딱지 만드는 법을 설명하시며 시범을 보이시는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집중하고, 어려운 아이들은 학부모님이 함께 만들어서 도와주셔서 만든 딱지로 친구들과 시합을 하고, 또 형, 누나들한테도 도전하는 꼬마들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종이 투호를 만들어 통 안에 넣기를 해보았다. 나도 해본 적이 없는 게임이지만 보는 것 만 으로도 흥미진진하고 즐거웠다. 신나게 만들고, 놀고, 게임도 즐기다보니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맛있게 저녁식사 한 후 스피릿이라는 만화영화를 보았다. 동물 말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배경음악도 내용도 어린이들과 청소년, 부모님이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였다. 감정몰입과 감정이입이 많이 된 아이들은 말이 불쌍하다며 엉엉 울기도 하였고 마지막부분에서는 환호성과 박수도 나왔다. 한글을 어려워 하지만 한글로 된 만화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울고 웃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아름다운 감성에 나까지도 마음 따뜻해졌다.
영화 관람 후 모두가 좋아하는 컵라면을 야식으로 즐기고 즐겁지만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둘째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강당에 모여 설 잔치 준비를 하였다.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고 모인 아이들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교장선생님께서 우리나라 명절 설에 대해 설명하여 주시고 설과 관련한 세배도 알려주셨다. 처음 알게 된 아이들도 있고, 알고 있던 아이들도 있지만 모두들 세배의 차례를 기다리며 들 떠 있는 모습 이였다. 어머니가 자리에 앉아 세배하는 자식을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시는 어머니의 눈빛과 서툴렀지만 어머니를 향한 마음을 가득담은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이 코 끗 찡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세배를 하고 어머니께서 덕담과 세뱃돈을 주셨는데 아이들은 한없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팔짝팔짝 뛰며 기뻐하였다.
그리고 설에 많이 하는 놀이로 윷놀이를 하였다. 사람이 직접 말이 되어 움직이는 게임으로, 한국에서도 해볼 기회가 적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해보지 못한 윷놀이를 이곳 독일까지 와서 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 대견하였다. 윷놀이를 마치고 아쉬운 마음에 어제 만든 딱지로 왕 중 왕을 가리는 게임도 하였다. 어제는 힘이 없어 뒤집지 못하던 아이들도 여러 번 연습하고 딱지를 뒤집으며 좋아하였다.
뒷정리를 하고 폐회의 시간을 마지막으로 짧지만 즐거웠던 시간들을 마무리 하였다.
독일에 온지 1년 4개월, 한글학교 교사가 된지 3개월도 되지 않은 나에게 첫 행사 준비& 캠프준비는 만만치 않은 숙제였지만 막상 와서 아이들, 부모님과 함께 한 1박2일은 너무나 소중하고 즐거운 기억과 추억을 가지게 해주었다.
부족하지만 믿고 맡겨주신 선생님들과 부모님들,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 와준 아이들에게도 감사하고 고맙다.
이 느낌 그대로 한글학교 수업 때에도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사랑 많은 좋은 교사가 되리라 다짐해본다.
2016년 2월 7일 작성자 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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