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 예술칼럼

미술사에서 실종된 예술가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6

by eknews posted Feb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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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에서 실종된 예술가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6



8. “사건 사고들이 나를 흥미롭게 한다 (Accidents interest me)”


     “나는 한 가지만 늘상 생각한다(I’ve a one-track mind)”라고 로리가 말했듯이, 세번째 전시관(‘Street Life: Incident and Accident’)은 그가 노동계층을 그린 화가로서 우울함을 동반한 가난을 늘상 표현했었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래서, 한편으로 그의 작품속 세계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이며 단조로운 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분주하고 예측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는 “사건 사고들이 나를 흥미롭게 한다(Accidents interest me)”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형성하는 분위기, 싸움이 일어나는 곳 등을 통해 뭔가 곧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을 잘 표현해냈다.


     1920년, 1930년대의 경제 불황기속에서 많아진 전당포, 늘어난 실업률, 디프테리아나 성홍렬을 앓는 아이들, 그리고 밀린 집세때문에 퇴거당하는 사람들 등, 현재 우리들이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한 가슴아픈 에피소드들을 담아냈다.


     1928년 제시카 스테판스(Jessica Stephens)는 로리가 작품속에서 삶의 무게에 몸부림치고 있는 작은 인간들을 통해 너무나도 신랄하게 풍자적으로 가감없이 냉혹한 영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나는 산업화된 광경을 보았고 그 영향을 받았다.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이를 그리고자 했다. 이 산업화된 광경을 가장 잘 그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I saw the industrial scene and I was affected by it. I tried to paint it all the time. I tried to paint the industrial scene as best I could. It wasn't easy.)” 라고 로리는 말했다.
 



30- Street Hawker, L.S.jpg


Street Hawker, L.S. Lowry, 1929



9. 현실에서 산업적 풍경이 사라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그것이 사라질 것이다


     네번째 전시관(‘Ruined Landscapes’)에서는 풍경 중심의 로리 작품들이 있었다. 특히, 그는 창고와 테라스에 의해 막혀진 좁은 공간 속에서 지평선을 보는 눈으로 산업 혁명의 영향을 자연속에서 찾고자 했다.


     푸른 초원은 사라지고 연기, 악취나는 물, 얼음, 진흙, 재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로리의 작품을 표현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1903-1950)의 말처럼, 어느 날 밤 광산 기계를 뚝뚝 치는 소리속에서 미스테리함을 느꼈다던 그는 굴뚝의 연기, 오염된 강, 그리고 음울하고 악마같은 공장의 이미지에 압도된 것 같았다.


     그의 말년 작품은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 미스테리 속에서 자연파괴에 대한 안타까움과 나아가 산업적인 풍경에 대한 추한 웅장함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까지 표현하는 듯 했다.
 


30- Blitzed Site, L.S.jpg


Blitzed Site, L.S.Lowry, 1942



    1차 세계대전 후, 랭커셔(Lancashire)의 굳건한 보수주의자였던 로리가 노동계층의 삶을 더욱 재미있고 만화같이 표현하여 영국의 새로운 정치적, 문화적 현실에 대해서 극심하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날을 세우며 반응을 했다는 것을 다섯 번째 전시관(‘The Social Life of Labour Britain’)에서 확연히 볼 수 있었다.


     그의 작품 애호가들조차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그는 노동자들의 삶이 전쟁 이전보다 하나도 더 나아진 것이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강하게 표현했다. 


     전쟁(‘battle of life’)이 영국 노동자들의 삶을 조금은 낫게 변화시켰을 지 몰라도, 결국 전쟁 그 자체는 언제나 끊임없는 불공정한 것임을 로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크게 말하고 있었다.
 



30- Ancoats Hospital Outpatients' Hall, L.S.jpg


Ancoats Hospital Outpatients' Hall, L.S. Lowry, 1952  




    마지막 여섯 번째 전시관(‘The Industrial Landscapes’)에서는 1950년에서 1955년사이에 도시를 그린  4-5 피트에 해당하는 큰 파노라마적 작품들과 앞으로 전시할 웰시(Welsh) 광산 마을의 인상적인 세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현실에서 산업적 풍경이 사라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그것이 사라질 것이다(“When the industrial scene passed out in reality, it passed out in my mind”)라고 말하면서, 이 큰 파노라마 작품들을 통해 세상에 대해서 장엄한 작별을 고하는 있는 것만 같았다.


    전쟁이후 병든 도시들의 음울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썼던 그의 노력이 웨일즈(Whales)를 표현한 작품속에서 그 절정을 달했다. 영국 미술 비평가인 존 버거(John Peter Berger, 1926-)는 로리의 작품은 1918년 이래 영국에서 일어난 정치적, 경계적, 교육적 모든 상황들을 표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30- Hillside in Wales, L.S.jpg


Hillside in Wales, L.S.Lowry, 1962



    한편으로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주제의 그림들이라는 첫인상과는 달리, 짙은 회색벽의 여섯개의 테마(Theme) 방에서, 영국의 산업 혁명 이후와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음산한 도시 공장 풍경 그림들을 통해, 당시 영국의 적나라한 모습과 노동자계층에 대한 로리의 연민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전시였다.


    제대로 그림을 감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많은 관람객들이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맨체스터(Manchester) 작가 호웓드 제이콥슨(Howard Jacobson)은 로리의 작품의 이미지가 로리의 우울함과 세상을 지독히 고통스러운 관점으로 보는 것의 표현일 뿐이라고 논평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고통 속에서 로리는 활력과 에너지를 담아 내고 있었다.
 


30- 로리.jpg


L.S.Lowry



     매일 반복적인 우울한 생활이 로리 그림속의 거리에서, 시장에서, 거리 사람들의 행렬에서, 그리고 병원에서, 에너지와 활력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로리 작품속 거리의 삶의 수많은 사람들은 공장의 문에서 빠른 걸음으로 오고 가며 오히려 강렬하고 탄력있게 보였다.


     우울하고 웅장하기까지 했던 거리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하기 위한 로리의 긴 노력을 연도별로 나눠서 보여주었던 전시였다.



10. 나이브 아트 (naïve art)의 미래


     현재까지의 미술사조와 미술사에 근거한 작품 평가에서 벗어난 나이브 아트(naïve art)의 미술사적 의미를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자.


     19세기 사실주의의 재현 미술에 지쳐 있었던 20세기 모더니즘 작가들은 인간의 근본을 표현할 수 보편성을 추구했고, 따라서 로리처럼 많은 모더니즘 작가들이 나이브 아트(naïve art)의 매력에 빠져 그 표현방식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예술의 순수성을 지향했던 모더니즘 작가들과, 또한 그 동안 구체적인 일상적 삶으로부터 괴리되어 있던 예술을 삶 속에 끌어들이고자 노력했던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에 의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예술을 삶 속에 통합시키는 것'을 위해 노력했던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에 의해서는 나이브 아트(naïve art)는 그 자체로보다는 다양하게 흡수되고 표출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근본적인 순수한 마음의 표현인 나이브 아트는, 그러므로, 앞으로도 개성·자율성·다양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에서 그 흔적을 계속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30- Eighteen Multi-Coloured.jpg


Eighteen Multi-Coloured Marilyns (Reversal Series), Andy Warhol,1986(포스트모더니즘)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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