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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선수,가슴에 태극기 달고 다시 뛴다.

by eknews posted Dec 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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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선수,가슴에 태극기 달고 다시 뛴다. 
1936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에 마라톤 금메달을 안겨주었던 한국인 손기정 선수의 동상 베를린에 설치.    



손기정 선수가 달리고 있다. 
독일 일간 Tagesspiegel지의 보도에 따르면 실제 모습보다 더 크게 청동으로 주조한 손기정 선수의 동상이 종탑 건물 아래에서 이빨을 드러낸 채 양팔을 휘저으며 달리고 있다. 
80년 전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며 가장 위대한 승리이자 동시에 굴욕적인 좌절을 경험했던 바로 그 자리에 손기정 선수의 동상이 설치됐다. 1936년, 당시 스물 세 살의 손선수는 베를린에서 개최된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조국을 위한 우승은 아니었다. 당시 한국은 일본제국에 속해있었고 손 선수는 혐오스런 점령자들을 대표해서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일본식 이름인 손 기타이로 대회에 출전했다. 

손선수는 이방인으로 가짜 국기를 달고 금메달을 땄다. 지난 월요일 제막된 손기정 동상은 손선수의 이야기가 대망의 한 획을 긋는 그런 행사였다. 조국의 영웅이 되었던 옛날 그 자리에서 명예를 기리는 자리였다. 
1936년, 손기정 선수는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한 명으로 출발선에 섰다. 그보다 1년 전에는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일본에서 치러진 평가전에서도 역시 우월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독일에 오면서도 손선수는 저항을 했다. 서명을 할 때마다 단호하게 한국어 이름을 적은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 유니폼 착용을 거부했다. 

하지만 8월 9일, 56명의 마라톤 선수들이 올림픽 경기장의 출발선에 섰을 때 손 선수의  가슴에는 하얀 색 바탕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진 일장기가 달려있었다. 선수들은 올림픽 경기장을 출발해 종탑과 구르네발트, 하벨쇼쎄를 지나 아부스로 이어지는 코스를 달렸다. 

반환점을 돌 때까지만 해도 선두는 1932년 LA 올림픽 우승자인 아르헨티나 선수 카를로스 차발라가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르네발트 탑이 있는 높이쯤 되는 35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할 때 손선수가 영국 선수 어네스트 하퍼와 함께 선두로 나서기 시작한다. 차발라 선수는 무너졌고 처음엔 질주를 이어나갔지만 결국 포기한다. 금메달을 향한 길이 열렸고 손기정은 하퍼 선수를 제치고 아돌프 히틀러가 지켜보는 가운데 2시간 29분 19.2초 올릭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한다. 은메달은 하퍼 선수에게 돌아갔고 동메달은 손기정과 마찬가지로 일본을 위해 출전한 한국인 선수 남승룡, 하지만 전광판에 표시된 건 일본식 이름 남 쇼류였다. 

시상식에서 일본국가가 울려 퍼질 때 손기정, 남승룡 두 선수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손기정 선수는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수여된 월계관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가슴에 달린 식민지배국가 일본의 국기를 가리려는 것처럼 보였다. 손선수의 고향에 있는 한 신문가 편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일제의 검열에도 불구하고 점령국 국기를 지운 사진을 내보낸 것이다. 그러자 일본은 해당신문에 대해 수개월간 정간조치를 취하고 많은 기자들을 감옥에 가둔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손기정은 영웅이었다. 손기정은 훗날 “일본인들을 위해 달린 게 아니었다”고 술회하며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달렸고 고통 받는 내 민족을 위해 달렸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1945년 8월 일본의 항복과 함께 끝난다. 그로부터 3년 뒤 한국은 독립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했고 손기정은 개막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그리고 1988년, 손기정 선수는 그보다 더 큰 영예를 얻는다. 성화를 봉송하며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들어선 것이다. 7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손기정은 국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트랙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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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핍박받던 그의 조국은 어느새 자의식을 지닌 국가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IOC 공식 기록에는 아직도 손기정 선수의 국적이 일본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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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선수 동상 베를린 설치 및 제막식 소개. 1936년 손선수는 일제 치하에서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일본 국적으로 출전하여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으나 80년 만에 가슴에 태극기가 새겨진 동상이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 주변에 세워짐으로써 꿈이 성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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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베를린올림픽대회를 마치고 입국직 후 동아일보사로 인해 촉발된 일장기 말소사건의 여파로 일제 경찰에의해 연행되고 있다.


베를린의 호르스트 코르버 스포츠센터 부지에 설치된 손기정 선수의 동상 제막식은 한국의 여러 방송사가 취재를 펼쳤다. 축사에서 주독 대한민국 대사는 베를린이 통일과 발전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손기정 기념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성태 국회의원도 서울에서 독일로 날아왔다. 김이사장은 “손선수가 더 이상 슬픈 우승자가 아니다”는 말과 함께 “동상과 함께 손기정 선수의 바람이 실현되었으며 한국인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로서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동상을 가리고 있던 장막을 한독 양국 주요인사들과 정치인들이 함께 거둬냈다. 김성태 이사장이 자부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손가락을 치켜들어서 손기정 선수 동상의 가슴을 가리킨다. 김이사장이 가리킨 곳에는 더 이상 하얀 바탕에 빨간색 일장기가 아니라 태극기가 달려 있었다.

<기사 자료: 베를린 문화원 제공>
독일 유로저널 김지웅 기자
  eurojournal04@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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