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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17.03.27 00:16
나를 이끌고 인도하는 충동 – 아니쉬 카푸어 1
조회 수 2341 추천 수 0 댓글 0
나를 이끌고 인도하는 충동 아니쉬 카푸어1 1. 대극의
존재 천사와 악마가 존재할까? 우리는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좋으면 수호 천사가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나쁘면 마귀가 내린 결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천사나 마귀란, 나를 이끌고 인도하는 충동을 의인화한 것이다.
천사와 악마 이런 에너지는 우리의 삶에서, 우리 몸의 각 기관이 맹렬하게 갈등하면서 일어난다. 이것은 우리의 인생의 근본이자 우주의 생명인 궁극적인 에너지다. 그렇다면 이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어떻게 인지하고 느낄 수 있을까? 물성이 비현실적인 차원을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1954-)는 물질이 갖는 정신성을 탐구해온 현대 미술의 거장이다.
Anish Kapoor 그는 물질과 비물질이 결합해 흥미로운 현상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면서, “예술의 가장 고차원적인 목표는 실체가 없는 무형의 것이지만, 현실 세계에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은 물리적인 속성이 있는 곳까지다”라고 말한다. 모든 존재의 궁극적 바탕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형상을 통하여, 또 한 가지는 형상이 없는 존재, 혹은 형상을 초월한 존재로 체험될 수 있다. 이런 이원성을 완전히 초월하게 되면, 형상은 아예 사라지게 되고, 존재 자체가 된다. 아니쉬 카푸어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대극을 통해, 진정한 존재, 즉 궁극적인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한다. 2. ‘영적인 성질’을 실현하려 한다 카푸어는 작품이 갖는 의미나 사회적
영향력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오래 전부터 그가 일상적으로 해왔던 명상과도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물체에 적용된 힘이 절제된 형태의
움직임으로 어떻게 전환되는 지에만 집중하면서, 조각 작업을 통해 오브제가 갖고 있는 ‘영적인 성질’을 실현하려 한다. 물질의 한계를 뛰어넘어 궁극적인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그가 수 년에 걸쳐 탐구하고 있는 주제는 ‘비정형(Non-object)’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해 보이지만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Cloud Gate, ( stainless steel, 1006 x 2012 x 1280
cm, Millennium Park, Chicago), Anish Kapoor, 2004 비정형에 대한 탐구는 그가 생각하는
예술의 성질과도 맥을 같이 한다. “예술은 물성(物性)과 비물성(非物性)의 관계에서 만들어집니다. 찰흙으로 도자기 하나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죠. 찰흙은 손에 잡히는 것이지만, 찰흙으로 만든 도자기는 전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어떤 것을 의미할 수도 있죠.” “Gathering
Clouds I, II, III, IV”, Anish Kapoor, 2014 이것은 유리섬유로 조각된 벽걸이 형태의 디스크 작업인 ‘군집된 구름들’이다. 검은 안료로 칠해진 원은 그 오목한 표면의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구름은 비현실적인 요소가 담겨있는 오브제”라며 말하는 그는 이것이 “물성이 만들어내는 초월적, 정신적 요소가 반영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체성을 의미하는 원을 산스크리트어로는 ‘만달라’라고 한다. 이것은 다른 원과 상호 관계하거나 상징적인 문양을 이룸으로써 하나의 우주 질서를 상징한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런 만달라를 그리는 행위를 자신의 개인적인 원을 우주적인 원과 상호작용하게 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흐트러진 삶의 여러 측면을 한자리로 모으는 훈련이라는 것이다.
만달라 카푸어의 작품에서는 이런 만달라 같은 원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원은 시작도 끝도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우리가 끊임없이 어딘가로 갔다가는 떠났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이, 원도 항상 떠났던 자리도 돌아온다.
Tall Tree and the Eye, Anish Kapoor, 2009 그래서 그의 원은 바로 시간의 장과 공간의 장에서 완결된 완전성을 상징한다. “작품에 많은 시도들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때론 단순함이 더 깊은 의미를 담아 내는 것 같습니다. ‘단순함’에 대한 시각 변화를 이끌고 싶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Sky Mirror, Anish Kapoor, 2006 비정형을 트위스트로 꼬아 놓은 아래
작품도 쉽게 해석이 되지 않는다. 베어버릴 정도로 매끄러운 표면의 스테인리스 덩어리는 불특정 각도로 뒤틀려 있어서 우리에게 반사와 왜곡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쪽 저쪽에서 작품을 바라보던 관람객들은 심지어 마치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마저 받게 된다.
Non-Object (Square
Twist, Oval Twist, Triangle Twist), Anish Kapoor, 2008 그의 작품은 이처럼 해석이 모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관람객의 몰입과 자발적 탐험을 더 유도한다. “한눈에 보이는 것만큼 단순하거나 직관적이지는 않을 겁니다” 말하면서, 표면과 트위스트가 어우러져 매우 다각적인 차원을 느끼게 함으로써, 물성을 뒤틀었을 때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작업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3. “작업은 지켜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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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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