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의 프랑스이야기

지중해 문명지역 문화 예술 산책 8 예수의 족보에 나오는 여인들 이야기 (2)

by eknews posted May 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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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문명지역 문화 예술 산책 8
예수의 족보에 나오는 여인들 이야기 (2)





룻과 보아스의 만남


여인들은 젊은 남자보다 늙은 보아스를 바라보았다.
젊은이는 아름답지만 노인은 위대하다.
젊은이들의 눈에는 불꽃이 보이지만
노인의 눈에는 빛이 보이기 때문이다.
밤이면 보아즈는 자기 사람들과 잠든다. 
보아즈의 꿈에 떡갈나무가 자기 배에서 나와 파란 하늘까지 올라간다.
나이 팔십이 넘었고 아들도 없고 더구나 아내도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노인이 잠든 사이 모압 여인 
룻이 보아스의 발치에 가슴을 열고 누웠다.
보아스는 여인이 그곳에 있는 줄 몰랐다.
룻은 하늘이 자기에게 무엇을 원하는 줄 몰랐다.
룻은 생각에 잠겨 있고 보아스는 잠들어 있다.
사자들이 물 마시러 가는 조용한 시간이다. 
별들이 밤이 깊고 어두운 하늘에 빛나고 있었다.
천으로 가려진 눈을 반쯤 열며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는 룻..
영원한 여름의 추수꾼인가, 이 주인께서 가시면서
무심하게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에 황금 낫을 던졌다. 

-잠든 보아즈-빅톨 위고의 세기의 전설 중 - 
 

작품은 바질이 성경과 위고의 시집에서 영감을 얻어 왔다. 
처음으로 화가는 옛 이야기 중에서 밤에 일어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꺄바넬이나 베흐네의 동양으로부터의 영감이 아닌 보편성과 시간의 초월을 그리는 쀼비 드 샤반느의 영향을 볼 수가 있다.
두 인물간의 직접적인 소통은 보이지 않지만 자연이 매개가 되어 자연속에 두 인간의 내밀한 호흡을 들을 수가 있다. 

룻의 시선이 초생달을 바라보고 있다. 하늘의 처분을 기다리고 바라고 있다. 이 밤의 장면에서 유일하게 내려오는 빛은 밤하늘의 파란 빛이다. 화가의 삶의 마지막 해에 그려진 유언적인 시선이 담긴 그림이다. 

수 천년 이어지는 전통의 이삭줍기는 농사지을 땅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성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를 말씀 책에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 

신명기에 이르기를 “네가 추수할 때에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그 한 단을 밭에 잊어 버렸거든 다시 가서 가져오지 말고 떨어진 이삭도 줍지말고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어라”
‘네가 올리브 나무를 떤 후에 그 가지를 살피지 말고 남은 것은 객과 과부와 고아를위하여 남겨두라”
“네가 포도원의 포도를 딴 후에 그 남은 것을 다시 따지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

노르망디 지방 셰르부르(Cherbourg) 인근의 한 작은 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밀레는 노르망디 지방 부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셰르부르에 있는 또마 앙리 박물관에 가면 당시 그렸던 초상화들을 볼 수 있다. 21세에 땅을 포기하고 회화에 입문한다. 초상화로 데뷔하지만 고객들의 기호에 맞추지 못해 일찍 포기한다. 그리고는 18세기 취향인 신화적 영감을 그리며 때로는 관능적인 누드를 그리기도 한다. 

자신의 출신대로 농민을 그리면서 1848년부터는 농민 화가로 불린다. 1849년 파리에 콜레라가 돌자 그는 바르비종으로 내려온다. “이삭 줍는 여인들”은 가난한 농촌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표현은 전혀 거칠거나 반항적이지 않다. 



화면 전경에 묘사된 세 여인은 땅에 떨어진 낟알을 줍고 있다. 세 여인 뒤로는 한창 수확을 하고 있는 일군의 농부들이 보인다. 

먼지가 뿌연 들판에서 농민들이 수확을 하며 짚단을 묶고 쌓는 이 장면은 그림의 배경 속에 가려져 있고, 멀리 오른쪽 끝에는 추수와 이삭줍기를 감독하는 말을 탄 인물이 보인다. 그 앞에는 베어 낸 단을 마차에 싣고 있다. 
열기를 뿜고 있는 하늘에는 새들이 버려진 알곡을 먹기 위해 떼 지어 날고 있는 모양이 검은 점들로 묻어나고 있다. 이삭을 줍는 세 명의 여인과 하늘의 새들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여인들은 마치 부조처럼 배경으로부터 돌출되어 있다. 윤곽은 두텁고 흐릿해 전혀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한 알 한 알 이삭을 줍고 있을 뿐이다. 열심히 작업 중인 여인들은 익명의 여인들로서, 얼굴마저 가려져 있다. 

여인들의 움직임을 강하게 대비시키는 것으로 내리 쪼이는 강렬한 햇빛이 있다. 마치 한 여인이 연속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고 있는 듯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여인들의 허리 통증이 느껴지고, 밀짚으로 인해 살갗이 벗겨진 손가락, 햇볕에 그을린 얼굴과 손이 보인다. 

세 여인에게서는 짐짓 고귀함마저 느껴진다. 당시 사회주의자들은 밀레에게서 어떻게 해서든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과 자본가에 대한 반항을 읽으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밀레에게 농민과 농촌을 그리는 것은 자기 출신에 대한 자부심에 기인한다. “나는 수사학적인 언어의 거짓보다 거친 언어의 진실을 사랑한다”고 했고, “나는 촌의 농부 중에 농부다”라고도 말했다. 
들라크르와는  “밀레는 농부이며 자신이 농부라는 것을 자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발자끄의 작품 《농민들》에 그려진 삽화를 보더라도 19세기 당시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농부는 멍청함과 성질이 못된 것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도미에가 본 농촌 사람들은 사람보다는 차라리 짐승을 닮았다. 그러나 밀레는 그때까지 종교적 주제에 머물렀던 자신의 예술적 구도에 농촌의 작업들을 겹쳐 놓는다. 

당시 좌 우파의 논쟁에서 밀레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에서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보다 사회주의적이라고 불릴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면이다. 나는 결코 누구를 위한 변명이나 옹호를 할 생각은 없다. 그냥 〈창세기〉 3장 19절의 ‘네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가리니’라는 성경 구절에 충실하게, 땅의 노동에 바쳐진 인간에게 감동 받는다”라고 고백하였다. 

1857년 쌀롱전에 출품된 이 작품을 두고 우파에서는 이 세 명의 여인들을 혁명의 허수아비라고 몰아붙였고, 좌파에서는 제도의 희생자들이라고 비난했다. 

Jean-François_MilletThe_Gleaners.jpg

장 프랑스와 밀레(Jean François Millet, 1814~1875)
이삭 줍는 여인들(Les Glaneuses) 1857년, 캔버스에 유화, 85.3c×111cm, 오르쎄 박물관


밀레의 <이삭줍기>는 “항구적 빈곤의 파르카”(탄생 Clotho, 수명 Lachesis, 죽음 Altropos을 일컫는 세 명의 여신) 또는 “누더기를 걸친 허수아비”로 평가되며 스캔들을 일으켰다. 
당시 이삭 줍는 여인들은 민감한 사회문제였다. 당대의 문인 발자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허용된 이 권리의 남용을 비난하며 그 권리를 없애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판단했다. 1848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주의 선언 이후, 사회주의 계급의식이 미술에도 침입한 양상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마태가 적은 복음서의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 하냐”를 연상시킨다. 

1857년 쌀롱전에 출품된 이 작품을 두고 우파에서는 이 세 명의 여인들을 혁명의 허수아비라고 몰아붙였고, 좌파에서는 제도의 희생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밀레의〈이삭줍기〉는 “항구적 빈곤의 파르카”(탄생 Clotho, 수명 Lachesis, 죽음 Altropos을 일컫는 세 명의 여신) 또는 “누더기를 걸친 허수아비”로 평가되며 스캔들을 일으켰다. 

밀레는 그 자신과 동료 화가들이 밝혔듯 정치적이기보다 종교적인 화가였고, 그가 나타내려 한 것은 농민의 노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 자연에 대한 서정이었으니까. 그러나 동시에 그는 현실도피나 감상주의에 빠지는 화가가 아니어서, 그가 직접 체험한 농민의 고된 현실을 정확히 포착했다. 그 온화한 화면에 깃든 한 줄기 예리함이, 19세기 중반 사회 갈등이 폭발하던 프랑스에서, 보수적 평론가들을 불편하게 하고 빈부격차 문제를 제기하던 사회 운동가들을 열광하게 했던 것이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테오  
Email: bonjourbible@gmail.com
 홈페이지: www.emofrance.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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