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종엽의 미디어 칼럼

미디어 출입금지, 직접 소통 ‘공론화 위원회’

by 편집부 posted Oct 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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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출입금지, 직접 소통 ‘공론화 위원회’
 
최근 우리는 아주 낯선 소식들을 접했다.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 6호기를 이미 짓고 있었는데 이걸 중단하느냐 계속 짓느냐 하는 고민거리를 ‘공론화 위원회’라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공론조사 결과 건설재개 59.5%, 중단 40.5%로 비교적 큰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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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공약인데 그냥 중단하지 않을까?
 
대통령 선거 후보자가 내세우는 공약이라는 게 사실 전체를 묶어서 내놓는 것이니까 그 공약들을 그대로 실천하느냐  포기하느냐 하는 건 대통령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를 ‘공론화 위원회’에 묻겠다는 건 일면 무책임한 결정으로도 보일 수 있다. 계속 터져 나오는 방위산업 부정과 비리 사건들을 듣노라면 원전 건설에도 문제가 있다고 짐작할 터, 조금이라도 허술한 부분에서 사고가 터지면 수많은 사람들, 아니 한국 전체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몇 조 원의 공사비가 들어갔으니 계속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름대로 합리적인 주장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국제 뉴스에 간간이 등장하는 뉴스, 스위스는 주요 정책에 대해서 전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투표로 결정한다.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 처하면 많은 이들의 머리에 국민투표라는 해결책이 떠오른다. 사안을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거나 응답률이 저조한 여론조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식이기는 하다. 표본 추출을 통해 선정된 대표성 있는 시민들이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학습과 토론, 숙의의 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
 
그런데 희안하게도 공론화 위원회의 주장이 아주 쉽고 바람직한 결론으로 받아들여진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팽팽하던 찬반 의견도 공론화 위원회의 결론에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10여 년 전의 좌파 정부 시절에는 단식 투쟁에 극단적 갈등을 드러내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을텐데 이번에는 결과를 수용하는 분위기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공사 중단을 외치는 사람들은 결과를 수용하면서도 단기간에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점을 아쉽게 표현하면서도 그 결론에 따르겠다고 했다. 혹자는 원전 반대론 쪽에서는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못해 원전 예찬론자들에 비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친 경기였다고도 주장했다. 아무튼 이번 공론화 위원회는 나름대로 하나의 바람직한 숙의 민주주의 실험에 성공했다.
 
# 언론 배제, 폐쇄된 공간에서 직접 소통
 
이번 공론화 위원회의 토론 과정과 결론에 대해 많은 관점에서 평가를 하겠지만, 그 어딘가에는 이런 면이 있다. 언론이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묻고 답변을 들었으며, 낮은 목소리로 이웃의 의견을 듣고, 내 의견을 전달하는 토론을 거쳤다는 것, 스크린에서 기자들이 취사선택한 요약문을 들은 게 아니라 각자 나름대로의 느낌이 전달되는 직접 소통의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한정된 신문 지면에 다 담을 수 없으니 요약된 사실과 주장만을 전하는 미디어도 필요 없었고, 그보다 더 짧게 줄여서 전하는 텔레비전 뉴스로 느낌만을 전달하는 미디어도 거치지 않았다.
 
# 그 결론을 전하는 언론의 시각
 
이번 공론화 위원회의 결론으로 공사 재개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건설은 재개하되, 앞으로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라는 것이고, 공사를 재개할 경우 안전기준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대다수의 언론은 원자력 발전 축소와 안전 기준 강화에는 불만을 드러냈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국민이 탈원전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며 아전인수식 주장을 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는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반면, ‘원전 축소 권고’는 무시한다. 또 공론화위의 원전 축소 권고와 관련해 “월권을 했다”고 비난한다. 공론화위의 건설 재개 결론을 떠받들면서 공론화위 활동 자체는 폄훼하는 것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의견만 골라 먹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야당은 ‘대통령 사과’ 등 정치공세까지 펴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직권남용에 대해 관련자 문책과 함께, 모든 법적·정치적·행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비난을 공론화위로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한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중요 정책에 대해 국민 의견을 묻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론화위 활동이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현안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동떨어진 주장이다.
 
나아가 일부 언론은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도 공약을 폐기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권 수뇌부는 대선 공약이나 대통령의 약속 가운데 국리(國利)와 민복(民福)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길 바란다. 당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부정적이며 국회 비준까지 주장했던 문 대통령은 북핵 위협 증가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입장을 선회했다. 최소한의 자위적 방어무기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바른 결정이었다.”
 
“공시족을 양산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도 일자리의 보고(寶庫)인 민간부문의 고용창출 능력 확대가 맞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 사업장별 특성이나 업무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또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이 현실화되면 경제성장률이 최대 0.12%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도 나왔다. 이외에도 설익은 공약이란 비판을 받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교 내신에 절대평가 도입’을 비롯해 재조정이 필요한 사회 분야 공약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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