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78) - 바람의 기억

by 편집부 posted Sep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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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낮달의 시간

 

영미는 마트에서 가져온 봉지에서 순대와 조리된 장어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두고 바디워시와 샤워볼은 욕실에다 두었다. 그러고는 온수의 밸브를 돌려 뜨거운 물이 나오는지를 확인하고는 침대로 갔다. 경철이 가게를 아무리 빨리 끝낸다고 해도 서너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좀 눕고 싶어졌다. 대자로 누워 이불을 머리 위까지 올려 덮었다. 그사이 전화벨이 울렸지만 내버려두었다.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역시 무시했다. 그러는 사이 잠의 세계로 서서히 빠져들었다.

영미는 뭔가 커다란 힘에 제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때는 일단 무조건 몸부림을 쳐야 해. 그런 다짐을 하며 정신을 차리려는 순간 자신의 다리가 억지로 확 벌어지는 것이었다. 이어 뜬금없는 통증이 다리 사이를 파고 들었다. 깜짝 놀라 눈을 뜨려는데 고약한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 괴물 같은 형체가 입을 하 벌리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미는 있는 힘을 다해 몸부림을 쳤다.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리는 입술을 벗어나지 못했다. 괴물의 몸집이 워낙 커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자 영미는 괴물의 한쪽 팔을 깨물었다. 괴물이 주춤하는 사이 있는 힘을 다해 몸을 틀면서 두 발로 괴물의 면상을 걷어찼다. 순간 몸이 추락하는 느낌과 함께 쿵 소리가 났다.

정신이 번쩍 든 영미는 몸을 바르작거리며 두리번거렸다. 이런 젠장, 정말 꿈을 꿨네. 엉덩이에 통증이 왔다. 침대에서 떨어진 자신의 모습을 살피며 참 고약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영미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시계를 보니, 겨우 30분 남짓 지나있었다.

꿈이 너무 생생해서 소름이 돋았다. 장면 하나하나가 열여섯 살 때의 기억과 너무나 흡사해서 가슴이 아렸다. 그때도 아까처럼 대처했어야 했어. 꿈에서처럼 조금만 침착했더라면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지도 몰라. 영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미는 아까 초인종 울렸던 게 떠올라 현관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 미연이가 그랬나 싶어 앞집 초인종을 눌렀다. 미연이가 이 시간에 집에 있을 리 만무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두 번이나 확인을 했다. 미연은 일을 나간 게 분명했다.

집으로 들어온 영미는 여기저기 널린 빨랫감을 주워 세탁기에 던져 넣고 청소기를 끌어와 구석구석 꼼꼼하게 돌렸다. 걸레로 거실 바닥도 훔쳤다. 침대 시트도 걷어내고 새 걸로 교체했다. 베개피도 세탁한 것으로 바꿨다. 좋았어, 이제 오빠만 오면 되겠네. 영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 맛나게 들이켰다. 경철과 사랑을 나눌 생각을 하니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마지막으로 식탁을 살피고 있을 때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대체 누구지? 오빠가 벌써 올 리는 없고. 그런 생각을 하며 현관으로 갔다. 정말 다나카가 온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해졌다. 현관문 렌즈구멍에 눈을 댔다. 눈에 익은 도톰한 코가 보였다. 순간 영미의 표정이 환해졌다. 얼른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벌써 왔어? 가게는?”

“닫았지. 얼른들 마시고 나가라고 사정했어, 집에 제사 있다고.”

“정말? 아이고, 조상님께 미안하게시리!”

영미는 경철을 뒤에서 껴안고 아장아장 걸어 식탁으로 인도했다.

“감동이야! 진짜로 올 줄은 몰랐거든.”

영미가 마음에 없는 말을 했다.

“나도 이렇게 서둘러 가게를 닫고 달려오게 될 줄 몰랐다.”

“오빠도 내 제안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얘가 보채서.”

경철이 제 사타구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영미는 미처 못들은 척 딴청을 피웠다.

영미는 순대를 레인지에 넣어 돌리고 그 사이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온수를 받기 시작했다.

장어까지 레인지에 돌려 상차림을 끝낸 영미는 경철 곁에 바짝 붙어 앉아 잔을 권했다. 두 사람은 잔을 들어 건배하고 단숨에 들이켰다. 두 번째 잔은 서로 팔을 걸고 러브샷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술자리가 꽤나 길게 이어졌다. 빈병이 4개로 늘어서야 두 사람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우리 신혼부부 놀이하자.”

영미가 경철의 목에 두 팔을 걸고 말했다. 경철이 영미를 번쩍 들어올렸다. 영미가 어머,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오빠, 우리 씻기 전에 부르스 몇 곡 땡기는 건 어때?”

“것도 좋지. 근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얘가 벌써 바짝 독이 올라있어서 말이지.”

아잉, 몰라! 하고 영미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서 준비해. 오늘은 내가 풀코스로 모실 테니까.”

오디오를 켜기 위해 돌아선 영미를 향해 경철이 말했다. 곧 귀에 익은 색소폰 전주가 흘러나왔다. 경철이 손바닥을 아래서 위로 올리자 영미가 볼륨을 좀 더 높였다. 곧 색소폰에 이어 귀에 익은 가수의 목소리가 실내 가득 감미롭게 울려 퍼졌다. 다시는 생각을 말자, 생각을 말자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서로를 껴안았다. 경철이 영미의 입술을 찾아 혀를 넣었다. 순대와 장어, 소주 냄새가 한꺼번에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영미는 그게 싫지 않았다.

“무슨 노래가 이리 짧다니?”

“곧 다음 곡 나오니까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해”

영미가 눈을 흘기며 핀잔을 주었다.

“얼른 침대로 가라는 의미 같은데.”

이번에는 영미가 경철의 입에 혀를 넣으며 눈을 감았다. 세 번째 곡이 끝날 무렵 영미는 경철을 침대 쪽으로 이끌었다. 경철을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히고는 옷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영미가 침대에 앉았다. 경철의 투박한 손이 영미의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곧 알몸이 되었다.

경철이 영미의 엉덩이와 허리를 잡아 번쩍 들었다. 영미는 경철의 목을 두 팔로 감쌌다. 욕실로 들어간 두 사람은 샤워기 앞에 마주섰다. 샤워볼에 바디워시를 적셔 교대로 서로를 정성껏 씻겼다.

“옛날 우리 엄마와 아버지가 커다란 다라이에 물을 받아 함께 들어가 다정하게 샤워를 하셨어. 그러고는 아주 격렬한 사랑을 나누셨지. 그 결실이 바로 나야.”

영미는 마치 본인이 본 것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나도 언젠가는 두 분이 했던 사랑의 방식을 해보고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 같아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그럼 우리도 두 분처럼 욕조로 들어가 씻을까?”

경철이 욕조에 손을 넣어 물의 온도를 가늠하며 말했다.

“좋아. 근데 오빠 몸을 보니 약간 무서워지는데.”

“무섭긴, 걱정 마, 곧 좋아서 죽을 테니.”

경철이 먼저 욕조로 들어갔다. 영미가 경철의 성기를 두 손으로 잡고 조심스레 물에 한 발을 넣었다.

경철이 영미의 등을 보는 형태로 앉았다. 두 사람의 부피만큼 욕조 위로 물이 넘쳤다. 물은 마치 맞게 따뜻했다. 영미가 몸을 돌렸다. 경철이 기다렸다는 듯 영미를 끌어안았다. 경철이 영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인간은 원래 물고기처럼 수중생활을 했다고 하잖아. 그럼 당시에 어떻게 종족 보존의 욕구를 해결했겠어. 그냥 이렇게 물속에서 했겠지.”

설마 여기서 하자는 수작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영미가 하고 있을 때 경철의 억센 팔이 영미의 엉덩이를 감싸 제 앞으로 힘껏 당겼다. 몸이 밀착되는 순간 경철의 단단한 성기가 영미의 사타구니 사이를 순식간에 비집고 들어왔다.

경철의 하체가 천천히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물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덩달아 출렁거렸다. 그 출렁거림 때문일까, 영미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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