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향후 시나리오
2011년 8월 26일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2010년 6월, 4년 임기의 서울시장에 재선된 후 임기를 약 2년 9개월 남겨 놓은 시점이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무상 급식을 시행 중이었으나, 2010년 6월 2일 실시된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여소야대 (한나라당:민주당=27:79)로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과 곽노현 교육감은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였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8%에 불과한 무상급식 대상을 30%로 확대하고, 2014년까지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선택적 복지를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2011년 1월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의 반대에 맞서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 단독으로 무상급식 조례안을 처리하였다.
이에 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무상 급식 문제는 서울시장과 서울시 의회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논란이 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과 관련한 시민들의 의사를 직접 묻기 위해 주민투표를 서울시의회에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 시기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제안이 정치적으로 오세훈 대권 플랜으로 비치면서 소속당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지원을 받기 힘들게 되자 2011년 8월 12일 오세훈 시장은 결국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까지 해야 했다. 주민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이듬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급기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사흘 앞둔 8월 21일, 서울 시민들에게 읍소하며 만일 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8월 24일 주민투표의 최종 투표율은 25.7%로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는 투표율 33.3%에 미달하였다. 여당 내에서는 당시 정국 상황과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하여 사퇴 발표를 9월 국정감사 이후로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국정감사 이후 사퇴하기 보다 즉각 사퇴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하면서 즉각 사퇴의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었고, 한나라당이 9년간 차지했던 서울시장 자리는 이후 야권의 전유물이 되었다. 오세훈 전시장의 승부수나 판단력의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태도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2019년 1월 15일 오후7 시에 영국 국회에서 있었던 메이 총리의 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에 대한 표결에서 영국 의정 사상 가장 큰 표차인 230표 (432:202) 차이로 합의안의 국회 비준 동의가 실패했다. 그 동안 정부안이 국회에서 100표 이상의 차이로 부결된 것은 단 3차례에 불과하다. 모두 노동당 중심의 연립정부이던 1924년의 일이다. 2년 이상 EU와 협의하여 만든 협상안이기에 이번 패배는 메이 총리의 지도력에 큰 타격을 주었다.
투표 후 제레미 코빈 노동당수는 즉시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했으나, 3월 16일 영국 하원에서 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가까스로 부결됐다. 합의안에 반대했던 보수당 내 강경론자를 포함 보수당의 314명 의원 모두가 그래도 정권을 넘길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수상을 지지했고, 보수당의 사실상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DUP)의 10표도 메이 총리의 생존에 큰 역할을 했다.
만일 하원의원 과반수가 불신임에 찬성했고, 이후 14일 동안 현 정부나 다른 대체 내각이 신임 투표를 얻지 못했다면 25 영업일 이후에 조기총선이 실시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테레사 메이는 총리직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으나,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메이 총리는 일단 한시름 덜었지만 발등의 문제는 1월 21일까지 기존 합의안을 대체할 '플랜 B'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내각 불신임안 부결 직후 스코틀랜드 국민당(SNP)과 자유민주당 (11석), 웨일스 민족당(4석) 대표와 만나 대안에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주요 쟁점에서 여야 간 이견이 팽팽해 난항이 예상된다. 코빈 노동당수는 정부가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할 경우에만 메이 총리와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고 밝혔다. 35석의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시기의 연기나 또는 제2 국민투표 실시 중 하나를 검토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UKIP의 전 당수인 Farage는 브렉시트를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 시행이나 거부 또는 국민투표 등의 방향에 대해서는 각 당과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여전히 분열되어 있다. 이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하여 다각적인 여론전을 펼칠 것이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이 단기적으로 영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음에도 기존 정당들은 해법 마련에 실패했다. 이번 사태로 세계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불리는 영국 정치제도와 국가의 위상에 손상이 불가피하다.
심지어 영국의 브렉시트 혼란은 세계 경제의 폭탄이 되었고, 정치인이 멍청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한다. 정당간 의원간 노선에 대한 다툼이 너무 뜨거워 국민과 국익은 뒤로 처진 모양새다. 정치는 정책과 전망에 판단과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번 브렉시트의 전개과정에서 보여준 정치 지도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는 실망을 넘어 화가 날 지경이다.
서울시장직을 내던진 후 2012년 영국의 킹스칼리지에서 공부한 바 있었던 오세훈 전서울시장이 현재 영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뭐라고 평가할 지 궁금하다.
영국의 정치지도를 떠나 앞으로 문제는 영국발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달러강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국발 금융위기, 미국의 경기둔화 전망에 덧붙여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는 2019년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악재가 될 것임이 틀림 없다.
당장에 영국 중앙은행은 노-딜 브렉시트로 갈 경우 영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8%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여 단기적으로 영국 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노-딜 브렉시트가 될 경우 EU의 GDP가 최대 1.5~1.6%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관련하여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1. No-deal 브렉시트
영국과 EU 집행부의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노딜 브렉시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No-deal' 브렉시트가 되면 2019년 3월 29일 오후 11시 영국은 아무런 대안 없이 EU와의 모든 관계가 끊어져 버린다.
2. 제2의 국민투표 (2nd Referandum)
지난 주 정부에서 제2 국민투표 방안도 협상 테이블에 놓기로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3월 29일까지 국민투표를 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늦은 상태다.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률로 국민투표 진행 방법, 준비기간, 투표권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야 하고, 실제 투표까지 필요한 준비시간도 감안해야 하므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까지 약 4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EU는 영국의 잔류를 원하고 있으므로 리스본조약 제50조(유럽연합 탈퇴 절차를 규정)의 연장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54% : 46% EU 잔류를 지지하는 국민이 더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3. EU와 재협상
만일 조기에 메이 총리의 Plan B에 대한 합의가 안되면, 정부는 EU와 새로운 브렉시트안을 협상하겠다고 제안할 수도 있으나 이 역시 쉽지 않다. EU와 브렉시트 조건을 재협상하려면 영국 정치권에서 합의가 있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EU와 새 협상안을 만들어도 영국 의회에서 또 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은 유럽연합에게 제 50조에 대한 기간 연장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는 유럽연합 모든 회원국이 찬성해야만 승인된다. 다음으로 정부는 유럽연합 '탈퇴일'을 변경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리고 영국 하원에서 이에 대한 표결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EU에서 재협상을 승인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조기총선
테레사 메이 총리는 현재의 교착상태를 해결하고 자신의 브렉시트안에 대한 정치적 신임을 묻기 위하여 조기총선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메이 총리에게 2017년에 그랬던 것처럼 하원에게 조기총선안에 대해 투표를 요청할 수 있다.
만일 의원정수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조기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 총선일은 통상 법안 통과일로부터 25영업일 후부터 가능하다. 이 방안 역시 유럽연합에 제50조에 대한 기간 연장 요청과 EU의 승인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5. 브렉시트 취소
유럽사법부는 27개 유럽연합 국가들의 동의가 없어도 영국이 브렉시트의 취소를 위해 영국이 제50조 발동을 철회하더라도 이는 합법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만일 영국정부가 제2 국민투표나 정권교체를 이유로 제50조를 철회하면 2년 동안의 국력소모를 뒤로 하고 영국은 EU에 잔류하게 된다.
그러나 보수당 지지자들의 다수가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이 총리나 보수당이 지지자의 이탈을 감수하고 이 방향을 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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