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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19.06.03 23:40
시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조회 수 2170 추천 수 0 댓글 0
시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6. 피겨 스케이트 선수에서 화가로 조안 미첼은 1925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미첼은 유능한 의사이자 아마추어 화가였던 아버지와 잡지사 편집자이면서 시인이었던 어머니를 통해 일찍이 예술과 문학을 접했다. Joan Mitchell 아들을 원했던 그의 아버지는 이름을 처음에 존(John) 미첼이라고 했다가 조안(Joan) 미첼로 바꿨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에 능했던 미첼은 수영에 능숙했을 뿐만 아니라 유망한 피겨 스케이트 선수로 전국 대회에 4위까지 했었지만, 무릎 부상으로 중단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의 강한 신체적 근성은 추후 작업 스타일에도 반영되어 화폭에 강건한 손놀림으로 표현되었다. 미첼은 어린 시절 미술관에서 접했던 세잔느, 칸딘스키, 마티스, 르느와르, 반 고흐 등 유럽의 거장 화가들의 작품에 크게 감흥을 받았으며 예술가로 성장하기까지 그들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그녀의 추상 스타일은 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보다는 칸딘스키의 뜨거운 추상 혹은 서정적 추상의 계보를 잇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그녀가 어릴 적 받은 영향이 그대로 작품 속에 녹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Vasily Kandinsky, Improvisation 28, 1912 Henri Matisse, Joy of Life, 1905 이 후에는 프란츠 클라인, 윌렘 드쿠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Franz Kline, Mahoning, 1956 그리고 1955년 이후부터는 그녀의 연인이 된 장-폴리오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Jean-Paul Riopelle, Untitled, 1949 Jean-Paul Riopelle, Perspectives, 1956 미첼은 메사추세츠의 스미스 칼리지 영문과를 다니다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사와 석사 학위를 수료했다. 1947년 뉴욕 맨하튼으로 이주 한 후, 한스 호프만 미술학교에 입학을 했다. 강의 첫날 그가 하는 말을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어 그녀는 기가 막혀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1950년 추상표현주의 모임인 '아티스트 클럽'에 초대되어 추상표현주의의 대가였던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1904∼1997)과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 등 추상표현주의 1세대로 불리는 선배 작가들과 교류했으며, 남성 위주로 구성된 미술 단체에 당시 몇 안 되는 여성 작가들 중 한 사람으로 초대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미첼은 당대 유명했던 화상 리오 카스텔리(Leo Castelli)가 1951년 기획한 역사적인 전시 <9번가 전시: 회화와 조각(9th Street: Exhibition of Paintings and Sculpture)>에 윌렘 드 쿠닝, 한스 호프만 등 당시 유명한 70여명의 작가들과 함께 당당히 참여하게 되었다. 미첼은 이 전시를 통해 뉴욕 화단에서 떠오르는 별로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듬해 뉴욕 뉴 갤러리(New Gallery)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스물 네 살이 되던 해 1949년에 미국인 출판업자와 결혼했다. 그리고 1950년 뉴욕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1952년에 이혼을 한 후, 캐나다인 화가 장 폴 리오펠(Jean-Paul Riopelle, 1923~2002)를 만나 함께 1955년 프랑스로 이주했다. 당시 2천달러의 장학금을 받고 파리와 프로방스에서 공부를 하면서, 스페인과 이태리로 여행을 했다. 1959년 이후에는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였다. 1967년 이후에는 아예 파리 근교 베테유(Vétheuil)에 상주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1972년에 시라큐스 에버슨 미술관에서 그리고 1974년 휘트니 미술관과 같은 큰 규모의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통해 점차적으로 미술계에서 그녀의 역량을 펼치며 이름을 알려 나갔다. 1992년 그녀의 나이 67세에 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녀가 작고한 이후로도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그녀의 작품 전시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제 갤러리에서도 2006년, 2009년 두 번에 걸쳐 미첼의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미첼의 작품들은 2002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 그리고 모마 미술관,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 런던 테이트 갤러리, 오사카 현대 미술관, 서울 삼성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 곳곳에 소장되어 있다. 7. 자연이 내게 남기는 것을 그리고 싶을 뿐입니다 미첼의 작품은 주로 2개의 패널을 합친 캔버스에 격렬한 붓질로 그려져 있다. Joan Mitchell, Sunflower I, 1992 자신의 그림을 ‘공간에 나타나는 유기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나는 내 안에 지니고 있는 풍경을 기억해 내어 그립니다. 그러는 동안 그것들은 변모되기도 합니다. 자연은 그 자체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나는 그것을 더 낫게 그리고 싶지 않을뿐더러 그것을 그대로 표현할 능력은 더더구나 없습니다. 나는 그저 자연이 내게 남기는 것을 그리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미첼의 작품은 회화적 구성이나 화법에 있어서 계속해서 변화를 보였는데 이는 작품이 제작된 시기와 주제 그리고 작가의 개인적 감정 기복에 따라 달라졌다. 미첼은 유럽에서 반 고흐와 모네의 영향을 받았고, 특히 마티스의 팬이기는 했지만, 반 고흐의 말기 작품들 중 ‘까마귀가 있는 밀밭(Wheatfield with crows)’ 속의 죽음, 자살, 절망, 우울, 그리고 암흑을 느끼고 반 고흐에 대한 오마쥬로 ‘새들은 없다(No Birds)’을 그리기도 했다. Vincent van Gogh, Wheatfield with crows, 1890 Joan Mitchell, No Birds, 1987-88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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