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 영국-EU 딜 체결 가능성 시사로 긍정적 분위기
독일과 프랑스 양국 정상이 아일랜드 백스톱에 대한 대안책에 대해 생각해볼 의향을 제시하는 브렉시트(BREXIT)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주며 파운드화 가치가 급상승했다.
일랜드 백스톱’은 아일랜드섬에 물리적 국경, 즉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에 경찰이나 이민당국이 주재하면서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가리킨다.
영국 일간 Daily Mail지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 메르켈 총리가 브렉시트 데드라인인 10월 31일 막바지까지 협상해서 영국이 노딜(NO DEAL)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것을 막을 의향이 있다는 발표가 나온 후 그동안 가치가 곤두박질쳤던 파운드화가 영국과 EU가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낙관론으로 유로화 및 달러화 대비 1%이상 상승했다.
그동안 기존 브렉시트 딜이 변경될 수 없다고 주장했었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독일 메르켈 총리와 회담에서 30일간으로 제한하여 " 단일 시장의 통합성을 준수하고 아일랜드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면 영국의 백스톱 대안책에 대해 생각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30일간 일정 제시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10월 31일이 실제 데드라인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노딜을 막기 위해 10월31일까지 합의를 위해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면서 파운드화는 급증했다.
영국의 통화 가치는 2016년 6월 23일 영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EU를 탈퇴하기로 결정한 후 하원에서의 중요 발언, 개입 및 투표 때마다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거나 상승을 반복하는 등 주기적인 변동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는 발표 당시인 8월 23일에는 달러 대비 0.85% 증가해 1.2233 달러를 기록했으며 유로화 대비 0.84% 를 증가해 1 유로가 90.63 펜스를 기록했다. 이 전에 파운드화는 3주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다시 소폭 하락으로 8월 26일 현재 1 파운드에 1.2241 달러, 1.1010 유로를 각각 기록했다.
한편, 프랑스 등은 영국 일부의 요구처럼 백스톱이 받아들여져 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어정쩡하게 봉합되면 EU 단일시장의 ‘뒷문(backdoor)’이 생기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해왔다. 영국이 북아일랜드(의 ’보이지 않는) 국경을 통해 우회적으로 EU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EU로서는 영국이 EU의 혜택만 골라 빼먹는 일(cherry picking)은 어떤 상황에서도 막아야 하는 동기가 존재한다. 일부 분야(공산품·농식품)만 EU 단일시장에 남고 서비스와 노동력 분야에서는 빠지겠다는 영국의 앞선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EU가 종료 시한을 못 박자는 영국의 제안을 거부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시한을 못 박게 되면 최악의 경우, 즉 영국-EU 합의가 무산되어 버린 채 백스톱마저 종료되면 그 때 가서 EU는 손을 쓸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유로저널 김해솔 기자
eurojournal17@eknews.net
기사 속의 기사
아일랜드의 전신인 아일랜드 자유국(Irish Free State)이 수립된 이듬해인 1932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는 엄연히 국경 검문소가 있었다. 통행자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물품에 대한 세관 검색을 실시했다.
하지만, 1993년 유럽공동체(EC; EU의 전신) 회원국들끼리는 관세 장벽을 없애고, 자유로운 이동과 무관세 무역을 보장하기로 함에 따라 (마스트리흐트 조약) 물리적 국경의 필요성이 없어져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에는 현재 물리적 국경이 없이 지도 위에만 있을 뿐, 실제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이 브렉시트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원칙론을 내세워 다시 국경에 경찰과 이민관리를 주재시키는 물리적 국경(하드 보드)을 주장하고 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과의 통합을 원하는 신교(프로테스탄트)와 아일랜드로의 통합을 원하는 구교(가톨릭)가 30여년 간 유혈 충돌을 벌였던 곳이다. 내전에 가까운 양측의 충돌이 겨우 진정된 건 1998년 ‘굿프라이데이 협정’을 통해서이다.
북아일랜드 주민의 20% 가량은 지금도 스스로를 영국인이 아니라 아일랜드인이라고 생각하고, 북아일랜드-아일랜드 통일을 원하기에 물리적 국경이 부활하면 ‘내 조국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게 됐다’며서 불만이 다시 커질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북아일랜드에서 민족주의가 얽힌 분쟁이 되살아 나서 20세기 후반 유럽을 뒤흔들며 악명을 떨쳤던 무장 독립단체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부활하게 된다면 바로 옆 아일랜드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 아일랜드가 하드 보더 부활 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배경이자, EU가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의견을 충실히 대변하는 이유다.
2016년 통계를 기준으로 북아일랜드의 수출품 중 33%(약 40억파운드, 약 5조7800억원)가 아일랜드로 향한다.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이 백스톱 조항을 집어넣었다. 하드 보더의 부활 만큼은 피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노딜이 되면 모든 약속 조항이 무용지물이 된다.
백스톱 조항은 양측이 기간 내에 무역 협상 타결에 실패하더라도 타결될 때까지 영국 전체는 사실상 EU 관세동맹에 남는다. 여기에 더해 북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에도 일정 부분 잔류하게 된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새 총리 등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과 북아일랜드-영국 통합주의 정당인 DUP는 처음부터 완전한 브렉시트를 위해 이 백스톱 조항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들은 영국이 EU 관세동맹에도 남고 EU 단일시장에도 남는다면 EU에 잔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영국이 EU의 ”속국”이 된다는 격한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일단 백스톱 조항이 한 번 적용되기 시작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사실상 영원히 EU에 남게 된다’는 주장이다.
백스톱에 관해서도 이론적으로는 영국의 완전한 탈퇴, 즉 EU 단일시장·관세동맹 탈퇴가 무한정 늦어질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