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원의 사회칼럼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 (56) 그물

by 편집부 posted Jan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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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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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기덕
주연: 류승범(남철우), 이원근(오진우), 김영민(조사관)
개봉: 2016년 10월 6일 


남과 북, 북과 남은 하나의 민족이며 나뉘어 져서는 안 될 형제요 가족의 땅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총 뿌리를 서로에게 겨누어야 하는 적이 되어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먼 나라가 되었다. 요즘에야 남북이 통일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이가 좋다지만 과거에는 그러하지 않았다.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서로의 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위협스런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자행해왔다. 

물론 공개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비밀공작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모든 국민이 다 알만큼의 상식이 되었다. 과연 우리는 하나로 복귀 될 수 있을까? 하나 되는 일에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일까? 두 선이 긴장하며 팽배하게 일직선을 그리고 가까이도 멀리도 아닌 서로에게 다가 갈 수 없도록 견지하고 있다. 
모든 이들은 원한다. 두 선이 하나가 되기를 말이다. 조금 가까운 듯 하면서 다시 긴장의 상태가 된다. 결국 두 선은 하나가 될 수 없는 상태로 굳혀져 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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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든 북이든 하나 되길 원한다. 그럼에도 하나 될 수 없는 것은 방법이 다를 뿐이다. 서로 다른 동상이몽을 꿈꾼다. 남쪽이 원하는 것은 평화적 방법이라면 북쪽이 원하는 것은 적화적 방법이었다. 평화통일과 적화통일은 일종의 동상이몽이다. 어떠한 방법이든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공중 분해되어 한 나라에 속하는 흡수 통일은 위험부담이 크다. 두 나라의 체제가 유지되면서 하나 되는 과정은 누구나 원하는 아름다운 하나의 그림이 될 것이다. 그러하려면 어느 지점부터 두 선이 서로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가까이 갈 수 있을 만큼 서로를 향해 기울어져 가는 평화 무드가 지속되다 드디어 두 선은 서로 하나로 엉켜 동화될 수 있다. 문제는 그 구부러져 가까워지는 과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최근 들어 좌경정치, 좌파정부라는 말을 정치인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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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해 구부러짐 없이 어떻게 하나로 동화 될 수 있을까? 정권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공약으로 내 놓았다. 
한 정권은 통일 대박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 나라의 수장의 입에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대박에 비유한다는 것은 유머가 아닐 수 없다. 대박론은 정치인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그렇게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면서 팽배하게 긴장해야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고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로또 복권처럼 선물로 안겨줄 것이라는 막연한 통일관이 오히려 하나가 될 수 없는 견고한 성을 쌓는 격이 된다. 
하나가 되기 위해서 색깔론이 먼저 허물어져야 한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면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겠는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에게, 강자가 약자에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조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약자는 언제나 불평한다.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민 손을 거둬들이는 것은 군자의 옳은 태도가 될 수 없다. 내민 손을 더 깊숙이 상대를 향해 들이 밀어야 한다. 약자의 자존심을 조심스레 세워주면서 내민 손을 잡게 해야 한다. 그런 희생을 통해서 결국 하나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김기덕 감독의 <그물> 영화는 남과 북이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물론 영화의 내용은 상이하다. 작은 고깃배 엔진 고장으로 남으로 넘어온 북한의 평범한 어민의 이야기 일 뿐이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윗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마치 안보의식이 통일을 가로 막고 있는 걸림돌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남철우’는 지극히 평범하며 가난한 어부다. 그에게는 어떠한 정치적 해석도 색깔론도 대입할 수 없다. 그저 하루 벌어먹어 살고 있는 보편적인 민초 일뿐이다. 다만 그의 일터가 남쪽과 가까이 있어서 작은 배를 출항할 때 마다 검열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부인과 딸 세 식구가 가난하지만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주어진 일상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엔진 고장으로 그의 작은 배는 남쪽의 경계를 넘었다. 그를 조사하는 국가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남파 간첩 혹은 고정 간첩들과의 연계를 위해 기계고장의 핑계로 남쪽으로 접근해다는 불손한 의도로 몰아간다. 이러한 태도가 지금까지 서로를 향했던 정치적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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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고백을 진실이라고 믿으려 하지 않는다. 다만 그를 담당했던 신참 경호원만 그의 진실을 믿어 주었다. 요원들은 주인공이 남쪽으로 귀화 하도록 회유한다. 서울의 화려한 밤거리를 보여주고 고정간첩과의 접선이 있도록 일부러 놓아 주기도 한다. 주인공은 고민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남쪽이든 북쪽이든 어떤 정치 체계가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는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살게 해 준다면 남쪽이든 북쪽이든 정치적인 형태는 상관없다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 정치 체계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원하는 것이다. 다만 현 상황은 그의 가족이 북에 있기에 가족을 생각해서 한국의 발전 된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이동할 때는 눈을 감아 버린다. 아예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알고 있다. 북으로 회귀하였을 경우 남쪽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빼곡하게 써내야 한다는 사실이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조사받을 때 마다 요원들에게 요청한다. 
‘북으로 돌려보내 달라.’
그를 조사하는 요원들 역시 같은 말을 반복한다. 
‘대한민국에 불법으로 들어왔으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고문에 가까운 요구를 한다. 
‘태어나서 지금 남쪽으로 올 때까지의 일들을 다 기록하라.’
주인공은 기억을 더듬어 일생을 써내야 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위장간첩이 아니라면 귀순을 권유하기로 내부결정을 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회유 한다. 

주인공은 알고 있다. 이런 일을 북으로 복귀했을 때 같이 한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빠짐없이 써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예 이동 할 때 마다 한국의 발전 된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아 버린 것이다. 
하나가 둘이 되는 일은 쉽다. 그러나 그 둘이 하나로 복귀 된다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많은 희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둘이 하나 되는 궁극적인 목적은 서로를 위한 것이다. 만약 둘이 하나가 된 이후에 더 큰 고통이 따른다면 하나 될 이유가 없다. 
세계는 경쟁사회다. 내 울타리만 관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옛날 대원군은 쇄국정책으로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려 했다. 문을 걸어 잠근다고 해서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상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둘이 하나 되기 위한 몸부림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을 위한 몸부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둘이 하나 되어야 한다. 
국민 없는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 <그물> 이 던지는 질문이 그러하다.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 그 나라를 꿈꾸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 시작도 국민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통일의 목적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어떤 정치인의 업적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국민의 삶이 행복한 나라로 만들기 위함이어야 한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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