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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예술 칼럼 (241) 잭슨을 감동시켰다 9. 물감 흘리기 기법은 고르키로부터 비롯되었다 고르키는 불우한 소년생활을 하면서도 주로 독학을 통해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그는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프로비던스와 보스톤에 있는 미술학교에 입학했으며, 스물한 살 때인 1925년 뉴욕으로 와서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 입학했다가 이듬해에 그만두었다. 그는 스튜어트 데이비스와 함께 자신이 그만 둔 아트 스튜던츠 리그의 새 교사로 부임한 적이 있다. 사실 그는 마흔네 살이라는 나이에 일찍 세상을 스스로 떠났지만, 그가 뉴욕파 예술가들에게 준 영향은 적지 않았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도 당시 고르키의 학생으로서 그의 미학적 도움을 직접 받은 바 있다. Jackson Pollock, Head, 1938-1941 폴록과 다른 학생들은 고르키와 데이비스가 학교식당에서 미술에 관해 나누는 대화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학생이었던 폴록은 벤턴의 소개로 학교식당 탁자를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 고르키가 식당에서 미인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자주 봤다고 말했다. 고르키는 큰 키에 검은 머리칼을 가진 아주 매력적인 남자였다. 멋진 수염에 깊고 커다란 눈망울의 소유자로 말 그대로 학교의 킹카 선생님이었다. Arshile Gorky 그는 학교식당에 자주 와서 미인들에게 그의 특유의 우수에 찬 음성으로 "나의 화실로 와서 애인이 되어준다면 너에게 나의 모든 것을 주겠다"며 유혹하곤 했다고 한다. 당시 미술학교에 재학했던 필립 페이비어(Philip Pavia, 1911-2005)는 "고르키가 우리를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어도 우리는 그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면서 "그는 잭슨을 감동시켰다"고 회상했다. Philip Pavia, Untitled, 1950 Philip Pavia, Low Moon II for Sale, 1995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에 나타나는 물감을 흘리는 기법을 두고, 어떤 사람은 펜에 묻은 잉크가 종이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러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으리라고 짐작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우연히 그러한 방법을 발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폴락이 만취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에, 그가 술에 취했을 때 발견한 방법이라는 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다. Jackson Pollock, Autumn Rhythm, 1950 하지만, 당시 화가들은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이미 그들의 어깨 너머로부터 물감을 뿌린 적이 있었다고 말했으며, 에른스트는 물동이로 물감을 뿌렸다고 말했고, 마송은 물감에 풀을 섞어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다고 했다. 조각가 데이비드 스미스도 폴록의 전람회를 관람한 후 "나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스 호프만도 1920년대에 뮌헨에서 그러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당시 소문에는 폴록이 호프만의 기교를 1940년대 초에 훔친 것이라고도 했다. Hans Hofmann, Spring, 1944-45 (dated on reverse 1940) 한 미술사학자는 또한 폴록보다 먼저 물감을 흘려서 사용했던 예술가들로 바지오츠, 드 쿠닝, 밀턴 레스닉, 캄로우스키, 그리고 고르키를 들었다. 필립 페이비어도 "모든 예술가들의 물감 흘리기 기법은 고르키로부터 비롯되었다"라고 강하게 주장한 적이 있다. 1930년 여름부터 재학 중이었던 휘트니 대로우(Whitney Darrow, 1909-1999)는 "고르키는 학문적으로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그에게는 모든 것들이 지성의 문제가 아니라 감성의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Publication: New Yorker, Image Type: Cartoon, Date: October 21st, 1944, Caption: Down, sir! by Whitney Darrow 추상표현주의 예술가들 가운데 중요한 예술가이며, 클리포드 스틸과 더불어 컬러필드(Color-Field) 회화를 창조한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도 당시 고르키의 학생이었다. 로스코는 고르키가 아주 엄격한 교사였다고 말했다. Mark Rothko, Light, Earth and Blue, 1954 그러나 가르치지 않을 때에는 유머가 많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로스코는 고르키가 자신의 개인전시회에 와서 그림을 아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난 뒤,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가 제자 한 사람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서 "이 부분을 조금 엷게 해라"고 말해 다같이 웃은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음에 계속…) 최지혜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 아트컨설턴트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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