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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20.06.30 18:46
무한 거울방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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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예술 칼럼 (254) 무한 거울방의 시작 Yayoi Kusama, Infinity Nets Yellow, 1960 이것은 무수한 단색조 점들로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인데, 자세히 보면 포물선 모양의 붓질로 둥글고 조그만 여백들이 무수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녀의 이 '무한 망사'는 당시 뉴욕의 트렌드이자, 세계 화단을 지배했던 단색조 추상화와 화면을 전면화 시킨 추상표현주의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망(Net), 즉 무한 반복되는 작고 독특한 크기의 망과 물방울 무늬 등을 표현한 이 '무한 망'시리즈를 통해 그녀는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Yayoi Kusama, Infinity Nets Yellow, 1960 그녀가 전념한 이 '무한 망 (Infinity Net)' 회화 연작은 후일 그녀를 대표하는 특징이 된 '물방울무늬(Polka Dot)'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녀는 1961년 스티븐 래디쉬(Stephen Radish) 갤러리에서 미국에서의 2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에는 '무한 망'회화의 폭을 무려 10m 길이로 확장시킨 초대형 작품으로 벽면 하나를 가득 채웠다. 왜냐하면 당시의 주류였던 추상표현주의의 트렌드를 따르기는 하지만, 자신만의 가시적인 변형을 가지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추상표현주의 기본적인 사이즈를 추월하는 너비 10m 크기의 작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당시 그녀의 이런 차별화는 성공하지 못했다. 여러 예술 잡지와 주요 일간지에 광고도 내고, 그녀가 직접 미술관과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홍보용 편지도 보냈지만, 반응들은 영 신통찮았다. 전시 리뷰 역시 호의적인 평가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1961년부터 그녀는 순수 평면 작업에서 입체 조형을 포함한 다매체 창작으로 장르적 경계 넘기를 시작했다. 이는 당시 가까운 사이였던 에바 헤세와 도널드 저드의 영향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무엇보다 그 해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전시에서 접한 아상블라주 작업에 깊은 감흥을 받아서라고 말했다. '집적(Accumulation)'연작이 바로 1961년 무렵부터 시작된 그녀의 다매체 작업의 시작이었다. Yayoi Kusama, Accumulation No. 1. 1962 1962년 뉴욕 그린 갤러리(Green Gallery)에서 그녀는 앤디 워홀과 도널드 저드를 비롯한 당시 미국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여성작가로서 그것도 유일한 동양인으로서 자신의 조각 작품들을 처음으로 전시했다. 이 때 전시된 일상 가정용품에 돌기형 자루를 무수히 부착한 설치물 '집적'이나 '강박 가구(Compulsive Furniture)'시리즈는 그 무렵 고안되어 쿠사마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Yayoi Kusama, Compulsion Furniture (Accumulation),1964 이 연작은 4년이 지난 1965년 개인전 <플로어 쇼: 쿠사마 (Floor Show: Kusama)>를 통해 집대성 되었다. 거울로 둘러싼 방 안에서 솜으로 채운 하얀 자루에 빨간 망점을 무수히 찍은 남성기 형태의 돌기들을 가득 집적시킨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무한 거울방 (Infinity Mirror Room Phalli's Field)'이 당시 출품된 설치물이다. Yayoi Kusama, Infinity Mirror Room - Phalli's Field (Floor Show), 1965 '무한 망사'와 '집적'은 각각 평면작업과 입체작업이지만, 무언가를 무한히 반복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모티프를 취한다. 또 무한 거울방의 개념은 후일 그녀의 대표적 작품이 되는 작은 조명들이 망점처럼 방안 가득 반짝이는 실내 설치물의 출발점이 된다. 또 밀폐된 실내 공간 속에 작가 개인을 놓는 설정 역시, 무대 위의 주연 배우처럼 작가 본인을 작품의 중심에 놓는 그녀의 스타일이 되었다. Yayoi Kusama lying on the base of My Flower Bed (1962) in New York 그녀를 가까이서 지켜본 미니멀리스트 도널드 저드는 1964년에 쓴 한 평문에서 그녀 작업의 핵심이 “강박적인 반복”이라고 논평한 적이 있다. Yayoi Kusama, with her work, Face Obsession, 1964 돌기 형태의 자루를 거울방에 잔뜩 쌓아둔 1965년 개인전은 이후 깜깜한 방에 작은 조명들이 반짝이며 빛나는 거울방으로 변형되어 발전한다. 그 변형의 원조가 이듬해 열린 개인전 <쿠사마 핍쇼(끝없는 사랑쇼) Kusama peep show(endless love show)>(1966)이다. Yayoi Kusama inside Kusama's Peep Show or Endless Love Show (1966) 1966년에 그녀는 제33회 베니스 비엔날레에도 초대되었다. 사실은 그녀가 정식으로 비엔날레에 참석하도록 초청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당시 비엔날레 위원회의 총장이었던 이탈리아 아티스트 루시오 폰타나의 요청에 의해 이탈리아 파빌리온 앞 잔디 밭에서 그녀는 플라스틱 재질의 거울공 1,500개를 바닥에 늘어놓은 <나르시스 정원 (Narcissus Garden)>이라는 설치물을 출품했다. Yayoi Kusama, Narcissus Garden, 1966 그녀는 그 설치작품을 “Kinetic Carpet”라고 불렀다. 아주 잘 다듬어진 표면은 작가의 시선도 관객들의 시선도 주변의 건물도 풍경도 모두 왜곡시켰다. 그녀는 전시한 거울 플라스틱 공 1,500개에 자신의 싸인을 적고 “자아도취증 팔아요(your narcisium for sale)”라고 말하면서 개당 2달러에 그것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엔날레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아 중도에 그만두었다. 이후, 이 해프닝은 아티스트가 어떻게 상품화되어지는가에 초점을 둔 기사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녀는 아트의 상품화, 아트 시장을 오히려 조롱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녀는 이렇게 제도권 미술계의 관행과는 다른 반항적 기질을 보이며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Yayoi Kusama lying in Narcissus Garden Venice Biennial (1966) (다음에 계속…) 최지혜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 아트컨설턴트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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