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가덕도 신공항’카드,국민의힘 '자중지란'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카드가 국민의힘 지지기반 양축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를 순식간 자중지란에 빠지게 만드는 '신의 한수'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이 카드로 당의 사령탑으로 지금까지 큰 잡음없이 잘 지내왔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이에도 의견 대립을 유도해냈다.
‘가덕도 신공항’카드는 박근혜 정부 때 최종 무산되었지만,문재인 대통령 정치적 근거지가 부산이란 점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버리지 못하는 PK 민심을 여권이 외면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이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러다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민주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뒤를 잇는다.
여당 입장에서 가덕도 신공항은‘오거돈 성추행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을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구해줄 수 있는 버릴 수 없는 카드였다.
그래서 이 발표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부산시장 선거가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가덕도 프로젝트’는 지난 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을 찾아 지역 경제인과의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부산과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된 것이어서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이미 이 카드는 던져졌었다.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 등 여당은 물론 정부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3월 이낙연 당시 총리는 국회에서여당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을 통해 “공항에 대한 조정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고, 같은해 6월 20일 국무총리실 주관의 재검증 방침을 전격 도출했다. 이어 2019년 12월 6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출범했고, 이들은 지난 11월 17일 사실상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내놨다.
그리고,민주당은 검증위가 발표한 지 열흘도 지나기 전인 11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발의할 정도로 여당과 정부가 일사불란한 움짐임을 보였지만, 국민의힘은 추미애 장관 아들 병역 문제 등 극히 지엽적인 문제들만 물고 늘어지면서 전혀 눈치를채지 못했던 것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부산지역 국회의원 15인이 11월 20일 공동발의한‘부산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제출하자 TK에 지역구를 둔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와 상의없이 실행했다고 불쾌감을 나타내는 등 국민의힘 TK·PK 분열이 일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힘 내 PK의원들의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찬성 의견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검증위 활동을 대놓고 비판할 수 있는 압박 동력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검증위가 활동한 1년여 동안 제대로 된 대응 조치를 내놓지 못했고, 오거돈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여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세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당내 의견은 제기됐지만 대응책은 만들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무능력하기 짝이 없었던 국민의힘 투톱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검증위의 김해신공항 원점 재검토 발표가 나온 11월 17일 당일 혼비백산했지만 엇갈린 의견만 노출했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마지막 성취라고 밝혀왔던 김 위원장은 발표 1주일 전인 11월11일 부산을 방문해서도 “정부가 결론을 낸다면, 부산 신공항에 대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힐 만큼 TK와 PK의 균열 갈등으로당이 자중지란에 빠질 것을 보지 못한 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바라는 PK 표심만 인식한 것으로 비쳐졌다.
반면,대구를 지역구로 둔 주호영 원내대표는 17일 의원총회에서 정부의 김해 신공항안 폐기와 가덕도 신공항 추진 움직임에 대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덕을 보려고 변경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사가 필요하다는 데) 비슷한 생각”이라면서도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강구를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해 당내 투톱이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놓아 당 내부에서는 뒤집어졌다.
결국 김위원장은 19일 “당내에 특별한 이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가덕도 신공항으로) 확정된 사안도 없다”며 수습에 들어갔지만, 이미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상태였다.
바로 다음날인 20일 주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오거돈 성추행 선거에서 신공항 선거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공식 규정한 직후,사전에 준비한 국민의힘 부산 의원 15명 전원이 당 지도부와 상의없이,그리고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신속한 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안을 제출해 버렸다.
이와같이 당 지도부에 항명성 돌발 행동에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정권과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게) 강하게 질책도 했다”고 말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대구의 한 의원도 “김해신공항 좌절시키고 가덕도에 공항 만들어준다는 얘기는 집권세력이 국민의힘 갈라 치려고 쇼하는 것인데 여기 넘어간다니 정말 답답하다”고 발끈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경남도당위원장인 윤한홍 의원은 가덕도에 적극적인 여타 PK 의원들과는 다르게 "안전 절차 확장성 등은 모두 핑계일 뿐,(부산시장 보궐) 선거 유불리만 감안한 포퓰리즘 정치가 국가 미래와 영남 주민들의 염원을 집어삼킨 것”이라는 공식논평을 냈다.
민주당과 정부가 하나가 되어 던진 '신의한수'에 제1 야당의 자중지란으로 가덕도 공항 추진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