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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재의 시인” 재불 작가 남홍.

by 유로저널 posted May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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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우리는 타오르는 촛불.
어쩌다가 꺼져도 얼른 다시 불을 붙인다.
우리는 생명으로 타는 촛불.
모든 게 불탄다. 꽃도, 나무도, 하늘도…”
-남홍의 시 “그리움” 중에서-

남홍은 화가이다.
남홍은 시인이다.
삶의 고통을 노래하고 죽음에 대한 성찰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재생, 순환, 윤회하는 피안의 세계를 그리는 “불과 재의 시인” 재불 작가 남홍을 만나보았다.

유로저널 : “불과 재의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함께하시는데요…

남홍 : 지난 2002년 파리 16구의 에스빠스 오떠이으에서 1,000여 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유럽아트페어에 한국대표로 참여하면서 관중상을 수상하게 되는 영예를 안게 되었는데요, 제 작품을 보신 많은 분이 큰 캔버스 위에 꼴라쥬 된 타다 만 한지들이 시를 읊조리는 듯하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때 부터 “불과 재의 시인”이라고 일컬어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시인이라는 명칭이 많이 부끄럽고 부담스러웠지만 달리 생각하면 우리는 누구나 시인이고 작업을 하면서 캔버스에 색을 입히고 말은 종이를 태울 때 일종의 글을 쓰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 2006년에 이어서 두 번째로 16구 구청에서 개인전을 갖게 되셨는데 16구 구청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지요?

남홍 : 2004년 프랑스 문화재의 날 기념행사로 오베르성의 오량주리 미술관에서 초대개인전을 갖게 되었는데 그때 저의 작품과 퍼포먼스에 관심을 갖게 된 16구 구청에서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로 “남홍의 밤” 이라는 이름의 초대개인전을 열어주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16구 구청은 물론 이 지역의 많은 분이 저와 제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 선생님의 작품과 퍼포먼스를 일관하고 있는 삶과 죽음, 윤회와 재생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합니다.

남홍 : 제 작품 속에서 윤회가 뜻하는 바는 무척 중요합니다. 오랫동안 삶과 죽음에 대한 명상과 성찰을 하면서 재생과 환원이라는 윤회의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죽음은 하나의 변형인 것 같습니다. 끊임없는 탈바꿈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재로 환원되며, 이 재는 자신을 아낌없이 태우고 하늘로 치솟는 희망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지요. 긴 천을 가르는 퍼포먼스는 바로 삶의 고통과 죽음을 넘어 재생되는 피안을 향하는 환희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유로저널 : 82년 도불 이후, 처음에 회화가 아닌 불문학을 공부하셨는데 문학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지요?

남홍 : 그림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려왔고 제게는 밥을 먹는 것처럼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상이었어요.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할 때쯤에는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그때도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계속할 생각으로 불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 현재 오베르-쉬르-우와즈에 작업실을 가지고 계시는데, 고흐가 머물기도 했던 그곳과의 인연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남홍 : 파리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해왔는데 이곳 파리라는 대도시의 분주함과 삭막함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던 차에 문화성에서 오베르의 아틀리에를 주선해주었고, 변하지 않는 자연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작은 도시의 아름다움에 끌려 그곳에 작업실을 열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 2004년 프랑스 문화재의 날에 있었던 오베르성 초대전에 대한 얘기를 부탁합니다.

남홍 : 매년 아틀리에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행사를 통해서 오베르성 오랑쥬리 미술관 관계자의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미술관을 장식하는 난초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저의 작품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되었고, 결국 2004년 프랑스 문화재의 날 대표작가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지요. 저로선 아주 뜻 깊은 전시였어요. 철사붓 등을 이용한 새로운 기법을 선보일 수 있었고 작품과 하나가 되는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유로저널 : 프랑스에서 생활하신지도 27년이 되셨는데 처음에 오실 때와 지금 예술계의 상황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남홍 : 처음 프랑스에 와서 수많은 박물관과 전시장에 다니면서 역사에 남는 훌륭한 작품들을 접할 때는 어떻게 하면 그 작품과 작가를 닮은 훌륭한 작업과 삶을 살아갈까를 고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가진 틀을 깨고 저만이 가진 새로운 창작의 방식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 후로도 늘 새로운 것, 독창적인 방식, 진실한 것을 찾는 외로운 싸움에 몰두해왔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에 몰두하다 보니 사실 외부세계의 변화와 움직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렇게 힘든 창작의 과정들이 제 작품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을 통해서 보상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 앞으로의 계획이나 작업의 방향은 어떠신지요?

남홍 : 저의 대표 작품과 퍼포먼스를 함께 일컬어 “무상로” 라고 칭하는데요 ‘우리는 항상 변하는 길을 간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지를 태워 날리는 소지 서원을 하고 긴 천으로 상징되는 이생의 길을 가르고 피안의 희망을 찾는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는 남은 생 동안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할 수 있지만 30분에서 한 시간 동안 노래와 춤, 기타 행위로 이어지는 열정적인 퍼포먼스는 언제까지 하실 수 있겠느냐고. 저는 대답하지요. ‘예, 제 작품활동은 “무상로”로 시작해서 “무상로”로 끝날 것이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몸은 쇠약해지고 주름이 늘어가도 죽는 순간까지 제 퍼포먼스는 계속 될 것입니다.

유로저널 : 프랑스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남홍 : 첫째로 프랑스는 자유롭습니다. 다양하고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곳이지요. 그런 점들이 특히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통과 역사를 중요시하는 프랑스의 분위기 속에서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 예술계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남홍 : 우리는 모두 낙제하는 사람들입니다. 실패가 없는 인생도 없지요. 하지만, 당락과 승패의 개념은 그 기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기준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재능과 독창성을 고수하며 창작에 임한다면 자신에게는 물론 작품을 공유하는 대중들을 통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의 흐름이나 주변의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재능을 믿고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유로저널 : 끝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남홍 : 먼저 이렇게 많은 분이 저의 작업에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이런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제가 어려움을 잊고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에게 많은 격려와 관심을 부탁합니다. 고맙습니다.


남홍 약력  
대구효성여자대학교 졸업
파리 3대학 불문학 석사과정 수료
J.B 인터내셔널 디자인학교 졸업
파리 8대학 미술학부 박사과정
프랑스 예술인협회 회원
르 살롱 평생회원

홈페이지 : www.namhong.co.kr

수상
2002 유럽아트페어, 파리. “관중상”
2001 프랑스문화협회. “황금 캔버스상”
1996 제32회 국제 그랑프리미술제. 칸느. “일등상”
1995 제31회 국제 그랑프리미술제. 칸느. “피날리스트상”
1984 살롱 도똔느. 엑상프로방스. “명예상”
1984 살롱 아를르. 프랑스. “특별상”

개인전
2007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남홍 한국전. 예술의 전당, 서울.
2006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남홍의 밤”. 파리 16구 구청.
2005 조선일보 미술관. 서울.
2004 프랑스 문화재의 날 기념 특별전. 오베르성 오랑쥬리 미술관. 프랑스.
2002 “유럽아트페어” 에스빠스 오떠이으. 파리.
2001 “시로다” 갤러리. 도쿄.
1994 “혜나 켄트” 갤러리. 뉴욕.

그룹전
살롱 도똔느 8회,
르 살롱 13회 참여 등 50여 회.


유로저널 프랑스지사
오세견 지사장
ekn@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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