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불감증 공화국

by 유로저널 posted Sep 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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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불감증 공화국



  전통적으로 동아시아의 정치체계를 정의해온 사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교다. 예를 하나 들면, 노나라 임금이

공자에게 백성이 따르도록 하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한다. "부정직한 사람을 등용해서 정직한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은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바로잡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그의 이런 사상이 전형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정명론(正名論)이다. 즉 각각의 위치에 걸맞는 가치가 있으며

그 가치를 엄숙히 행할 때 비로소 사회 전체가 평안해 진다는 것이다. 조선 초기의 사림(士林)들 역시 정계에 진

출하면서 마음 속에 간직했던 한 가지가 바로 '청렴결백'이었다.

  근대 이후의 대한민국은 서구적 기준으로 보면 전근대와 근대가 뒤죽박죽 섞인 그런 혼란스러운 국가가 되어

버렸다. 유교적 윤리강령과 서구적 시스템이 교묘하게 융합되어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공직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백성의 존경을 받을만한 자질은 정직함에서 나온다는 동양적 가치관과 능력

중심의 서구적 합리주의가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신기하게도 이런 요소들은 서구의 중심이라

일컫는 미국에서도 발견된다. 바로 그것이 청교도 윤리이다.

한 사회의 지도층 인사가 되기 위한 검증 과정이 지독하게도 철저한 것은 아마도 그러한 전통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리라.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지도층 인사들이 권력기관에 등용되는 과정은 이러한 전통적 인식과는

괴리되어 왔다. 일제 식민통치와 해방후의 왜곡된 정치과정을 통해 형성된 '도덕불감증'은 과연 우리 사회에 유교

적 전통이 정말 살아 있는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사회의 모범이 되었어야할 지도층들은 그들만의 공고한

권력의 성을 쌓으면서 병역비리, 탈세/틸루, 위장전입, 이권개입 등의 온갖 비리를 자행해왔다.

수많은 정치지도자들이 대권에 도전하다가 떨어져 나간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즉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번 새로 제청된 장관들과 국무총리, 대법관 역시 이런 단순한 순환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 대고 있

다.

법을 엄정하게 적용해야할 법무장관과 대법관마저 '자녀교육'이란 명목으로 위장전입을 자행했다니 소가 웃을

노릇이다.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된 백희영 씨는 전문성은 고사하고 온갖 탈세, 탈루, 부동산 재테크 등으로 복부

인 이미지를 강렬하게 표출했다. 심지어 서울대 총장까지 지내면서 존경받는 학자연하던 정운찬 총리 내정자마


저 출처나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소득에 위장전입을 일삼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도덕적인 가치

를 등한시해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내각이 국민에게 합법과 준법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이다.

  혹자들은 말한다.

능력이 우선이며 이런 도덕적 측면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또 위장전입도 부동산 투기의 목적과 자녀교육의 목적

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그들에게 해줄 말은 간단하다. 세상을 정직하게 살면서 일정한 지위에 오르는

것이 바로 능력이며, 또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자질이고, 내면적 악의의 측면에서 차이는 있을 지언정 위법성의

정도는 차이가 없다고 말이다. 실례로 이번 국방부장관으로 내정된 김태영 합참의장의 경우 그 어떤 도덕적 흠결

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와 비교할 때 다른 이들은 얼마나 초라한가?

  얼마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불법도 개의치 않겠다는 답변이 1위에 오

른 적이 있다. 아이들은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무차별적 척도이다.

경제만능과 속도전의 삶 속에서 그렇게 '도덕불감증'은 또 다시 대를 이어 재생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국민들에게 법을 강요하지 말고 사회지도층 스스로 존경받을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 어쩌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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