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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8 22:54

스포츠로 하나되는 코리아

조회 수 3651 추천 수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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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특별 기고

스포츠로 하나되는 코리아 (이승국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근래 독자들이 신문을 보는 방식에서는 새로운 경향 하나가
발견된다. 그것은 바로 독자들이 일간지의 스포츠면을 제일먼저
본다는 사실이다. 40년 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에 실린 한 저명한 저널리스트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항상 신문의 스포츠면을 제일
먼저 펼쳐 보고 있다."

요즈음 이러한 경향은 우리 스포츠 선수들의 활약상으로 인해
더욱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이승엽은 아시아 야구의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일본, 그것도 최고의 명문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서 세 경기에 한번 꼴로 홈런을 쳐가며 홈런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이승엽은 일본의 심장부에서 한국인의 강인함과
우수함을 한껏 뽐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박지성은 어떠한가?
그는 축구의 종가인 영국의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어난 공간 활용능력으로 팬들의 기대를 한 껏 받으며 세계적인
축구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세계
골프의 중심인 미국의 LPGA가 주최하는 각종 골프대회의 우승자와
톱10은 한국 낭자들과 다른 나라 여성선수로 구분되는 실정이다.

이렇듯 스포츠면은 우리의 영웅들이 세계무대에서 펼치고 있는
쾌거로 채워지고 있다. 스포츠면이 국민들을 즐겁게 하며 대한
민국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주는 기사들로 채워지니 이곳에 독자의
눈길이 제일 먼저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노릇이다.

우리 국민의 삶에 활력을 제공하는 스포츠가 비단 야구, 축구,
골프만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스포츠는 역대 올림픽
에서 빛나는 성과를 올리며 세계만방에 대한민국의 저력을 과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최되었던 2004년 제28회 아테네올림픽
에서 대한민국은 금9, 은12, 동9, 합계 30개의 메달을 획득하여
종합순위 세계 9위에 올랐다. 이 성적은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종합순위 4위 이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7위, 제26회
애틀란타 올림픽 8위, 그리고 제27회 시드니 올림픽 12위로 점차
하락하던 추세를 상승세로 반전시킨 쾌거였다. 서울올림픽에서
거둔 종합순위 4위라는 경이로운 성적과 함께 2002년 한일 월드컵
에서 이룬 4강 신화, 그리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WBC)에서 거둔 4강 성적은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에 우승하며 한민족의
우수성을 드높였던 손기정 선수를 비롯하여, 최근 야구의 이승엽,
축구의 박지성, 골프의 박세리, 김미현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스포츠 선수들이 거둔 수확은 세계속에 한민족의 자긍심을 심어
주고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기폭제가 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을 하나로 결집하는 스포츠의 힘은 세상의 그 어떤 인간
활동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쓰는 언어가 달라도
스포츠는 같이 할 수 있다. 사는 지역이 달라도 스포츠는 같이
할 수 있다. 연령이나 성별이 달라도 스포츠는 함께 할 수 있다.
스포츠의 이러한 특성은 개인간의 연결은 물론, 집단간, 단체간,
그리고 지역간 및 나라 간의 유대감과 친밀성을 높이며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데 공헌한다.

이렇게 보면, 스포츠야말로 남북간의 화합을 이끌 수 있는 가장
좋은 문화적 열쇠가 될 수 있다. 우리 미래의 최대 과제가 남북한의
통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한의 화합을 위해 스포츠가 기여
하는 역할과 가능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한과 북한은 같은 언어와 역사, 문화를 공유한 하나의 민족임
에도 불구하고 60년 이상 분단된 세월 속에서 다른 정치 체제와
이념, 사회 경제적 차이 때문에 민족 동질성의 훼손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남북한이 순조롭게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 평화
통일의 실질적인 첫 행보는 서로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이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내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음을 말해준다.

남북한이 교류의 물꼬를 열고 하나의 민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스포츠만큼 좋은 것은 없다. 스포츠는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나 문화의 차이에 관계없이 서로 만나서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스포츠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민족의 동질성과 정체성은 되살아날 수 있다. 스포츠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결정지을 남북한의 통일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그래왔었다.

남한과 북한은 지난 1991년 탁구의 지바 세계선수권에서
단일팀을 구성하여 여자단체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 선수권대회에서도 단일팀을 구성하여 8강에 진출
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지바 탁구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현정화와 이분희가 살가운 정을 함께 나누며 우승의 열매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 선수단은 한 목소리로 응원하며
민족적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 대회
에서 단일팀을 결성한 이후 34년 만에 통일을 이룬 동서독의
경우처럼, 남북한의 스포츠 교류는 더욱 지속적이고 내실있게
추진하면서 통일에 대비하는 지혜와 긴 안목이 필요하다. 동서독의
스포츠 교류는 이데올로기나 민감한 정치문제를 초월하여 남북한이
스포츠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통일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이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하여
대회기간 중에 민족이 하나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그리하여
민족의 단합된 힘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남북한
단일팀이 베이징올림픽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의 4강 신화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런 바램은
체육인이라면 누구나가 마땅히 가져봄직한 희망이다. 이러한
소망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 기고자 인적사항 >

o 한국체육대학교 교수(82.7)
o 세계태권도연맹 교육분과위원장('03.2)
o (現)한국체육대학교 총장('04.12)
o (現)대한체육회 부회장('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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