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대사관 | 유관기관 | 한인회 | 유학생회 | 기타한인단체 | 한인동포업체 | 주재상사 | 유럽내 추천사이트 | 해외동포 언론사이트

단독 사설
단독 칼럼
단독 인터뷰
독자기고/특별기고
엣세이/여행기/장편소설
유럽한인 취재뉴스
유로저널특집/기획취재뉴스
취재/독자/동영상
한인사회 게시판
정부/대사관 공지
재미있는 유머
경제뉴스
국제뉴스
정치뉴스
사회뉴스
기업뉴스
문화뉴스
연예뉴스
건강뉴스
여성뉴스
스포츠뉴스
내고장소식
독일뉴스
영국뉴스
베네룩스
프랑스뉴스
유럽뉴스
동유럽뉴스
스칸디나비아
스페인/이탈리아
오스트리아/스위스
그리스/터키/포르투갈
유럽각국 전시정보
유럽각국 이민정보
유럽각국 생활정보
유럽각국 교육정보
유럽각국 문화정보
여행기사 정보제공
유럽각국 여행정보
유럽각국 연금제도
유럽소비자 제품평가
공공기관/기업광고
동포업체 및 기타/해외
번역/통역, 관광, 가이드
민박, 하숙, 호텔

조회 수 200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내가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것은 2001 4 3, 한 달 동안 민간인이 된 기쁨을 마음껏 만끽한 뒤에 5월부터는 종로 3가에 있는 영어회화 학원과 컴퓨터 학원을 다녔다.

 

3호선 지하철을 타면 일산에서 종로 3가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지만, 나는 답답한 지하철이 싫어서 일산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내려서 종로 3가까지 걸어다녔다.

 

내가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점심시간 무렵 광화문에서 출발해서 주변을 기웃거리며 혼자 점심도 사먹고 종로까지 걸어가며 이런 저런 구경을 하는 게 참 재미있었다.

 

대학 2학년까지 다닌 뒤 군 복무까지 마친 당시의 나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참 많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대학 전공에 대해 그닥 흥미를 느낀 것도 아니었고, 대학 졸업 후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도무지 아무런 감이 잡히지 않았다.

 

봄 햇살이 유난히 따사로운 어느 날 오후 여느 때와 같이 광화문 지하도를 걷던 중 막 잠에서 깨어난 노숙인을 목격하게 되었다.

 

늘 다니는 지하도여서 그 노숙인을 여러 번 목격했는데, 다른 노숙인들과는 달리 그 분은 나름대로 묘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분이었다.

 

유난히 긴 머리에 긴 수염을 가진 그가 지하도의 기둥과 기둥 사이에서 신문을 덮고 늘어지게 잠을 자던 모습을 이전에도 몇 차례 봤었다.

 

그 날 역시 그렇게 늘어지게 자다가 따사로운 오후에 일어나서는 햇빛이 들어오는 지하도 출구 쪽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털썩 주저앉아 본인이 덮고 자던 신문을 펼쳐 읽으면서 여유를 부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문득 그 노숙인이 마치 세상만사를 달관한 무슨 도사처럼 보이면서, 심지어 그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 고민 없이, 아무 욕심 없이, 그저 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그의 자유로움이.

 

그는 어쩌면 늘 아둥바둥 지지고 볶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 노숙인으로부터 받은 깊은 인상을 곱씹으며 샌드위치를 사서 광화문 교보문고 옆 벤치광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마침 회사들도 점심 시간인지 근처는 온통 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회사원들. 나처럼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사서 벤치광장에서 점심을 먹는 회사원들도 많았다.

 

광화문 근처 대형빌딩에서 근무하고 있을 그 회사원들을 바라보니 또 그들이 부러워졌다.

 

나 역시 지금은 런던 시내 한복판의 42층 건물에서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게 대형빌딩들을 바라보며 “저런 곳에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면서 대기업 회사원들이 그렇게 대단해 보였다.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20대 초반의 나는 과연 내가 나중에 제대로 앞가림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를 책임질 만큼 돈을 벌 수 있을지,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될 지, 그 모든 미래가 너무나도 막연하고 두렵기만 했다.

 

대부분 비슷한 헤어스타일에 비슷한 옷차림, 심지어 얼굴까지 비슷해보이는 그 회사원들을 바라보며, 나 역시 그렇게 평범한 회사원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인지, 그 길 밖에는 없는 것인지, 그게 정말 행복한 것인지, 수 많은 질문들을 던져보았다.

 

건너편 벤치에 앉은 한 회사원이 들고온 샌드위치를 다 먹고서 신문을 펼쳐들었는데, 그가 펼쳐든 신문을 바라보니 마침 삼촌(해바라기)의 콘서트 광고가 보였다.

 

예술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해바라기 콘서트 ‘숲속의 음악회’. 나중에 삼촌이 초대해주셔서 직접 관람했던 공연이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저 회사원의 삶도 부럽지만, 그보다는 그렇게 일상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음악을 통해 단비와도 같은 휴식을 선사할 수 있는 삼촌이 더 부럽다는.

 

아무리 잘 나가는 직장인들도 결국 고단한 일상의 피로를 달래기 위한 그 무언가가 필요한데, 내가 그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로부터 어느덧 12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고, 나는 지금 이렇게 헤드헌터가 되어 런던에서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서 대형빌딩에서 회사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비록 유명하거나 큰 돈을 벌지는 못했어도 음악인으로서 틈틈이 기타를 연주하러 다니고 있다.

 

지난 화요일에는 내가 활동하는 가야금&기타 듀오 KAYA가 프랑스 파리에서 연주할 일이 생겨서 회사 휴가를 내고서 1 2일로 연주 여행을 다녀왔다.

 

난생 처음 가보는 파리였는데 이미 조만간 보름 휴가를 떠나는 지라 그에 앞서 또 긴 휴가를 낼 수가 없어서 하루반만 휴가를 내고서, 화요일 저녁에 연주를 마친 뒤에 개선문과 에필탑만 구경하고는 다음 날 오전 일찍 부랴부랴 런던으로 돌아와서 오후에는 회사에 출근했다.

 

하루 사이에 음악인과 회사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문득 12년 전 광화문의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미래를 그려보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회사원도 부럽지만, 숲속의 음악회를 여는 삼촌이 더 부러웠던 나는 결국 이렇게 회사원이면서 음악도 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어찌 하늘에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유로저널광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전성민의 '서른 즈음에' - 필자 소개 file 유로저널 2007.01.19 12954
313 Glory of Love file eknews03 2013.08.06 2666
312 바다에 잠든 다섯 송이 펴보지도 못한 꽃들 eknews03 2013.07.23 6373
311 심심해서 좋은 영국의 여름날 file eknews03 2013.07.16 2549
310 월급쟁이가 100% 만족할 수 있는 직장은 없다 eknews03 2013.07.09 1920
309 음반과 비디오가 골동품이 될 즈음에 file eknews03 2013.07.01 2100
308 팔, 다리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데... file eknews03 2013.06.25 2015
307 전설의 주먹, 그 주먹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file eknews03 2013.06.18 2473
306 Harry George를 추모하며 eknews03 2013.06.10 1944
305 술 취한 친구의 전화 file eknews03 2013.06.04 3116
304 ‘갑과 을’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eknews03 2013.05.20 2469
303 스승의 날 떠오르는 얼굴들 file eknews03 2013.05.12 2435
» 12년 전 광화문의 봄 햇살 eknews03 2013.05.05 2008
301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eknews03 2013.04.28 3747
300 보스톤 마라톤 테러, 11년 전 그 현장에 있었던 나 eknews03 2013.04.22 2215
299 철의 여인도 결국은 한 줌 흙으로... file eknews03 2013.04.16 2049
298 Exmoor 여행기 (2) file eknews03 2013.04.08 3283
297 Exmoor 여행기 (1) file eknews03 2013.04.01 2061
296 We will rock you file eknews03 2013.03.25 3430
295 한국 드라마를 싫어하는 이유 file eknews03 2013.03.18 2622
294 전설들의 말년 eknews03 2013.03.11 1653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20 Next ›
/ 2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연락처 | 회사소개 | 광고문의 | 찾아오시는길 copyright@ EKNews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