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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8 08:14

실감되지 않는 기쁨

조회 수 1769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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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던 일이 마침내 실제로 일어나면 오히려 실감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영국에서의 모험을 꿈꾸다가 드디어 2005 9월 영국 학생비자를 신청했건만, 당시 영국이 점차 이민자를 꺼리는 분위기를 반영하듯, 주한영국대사관의 깐깐한 심사관은 나를 직접 인터뷰하면서 어떻게든 나에게 비자를 주고 싶지 않다는 인상을 팍팍 풍겼더랬다.

 

나이가 제법 있어 보이는 중년의 영국 여성 심사관이었는데, “너처럼 영국에 학생으로 갔다가 많은 이들이 영국에 그냥 눌러 앉는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면서, 내가 학생비자를 받고 영국에 가면 나중에 반드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사람인지를 철저하게 파악하려 했다.

 

결국 그 심사관은 한국에서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고 있던 나를 영국으로 보내기 싫었던 모양인지, 내 학생비자 신청서의 아주 사소한 부분을 꼬투리 잡아 추가 서류를 내지 않으면 비자를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내게 쏘아붙이더니 그냥 자리를 떠버렸다.

 

생각지도 않은 결과에 어찌나 절망스럽고 또 한 편으로는 화가 나던지, 어쨌든 그래도 아쉬운 쪽은 나였으니, 심사관이 요구한 추가 서류를 제출했고, 그러나 이후 몇 주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영국에 갈 모든 준비를 마쳐놓고 이제 수업 시작일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오는데, 정말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비자를 신청한 지 한 달 가량이 되어가던 날,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려 주한영국대사관에 전화로 문의를 했더니 그제서야 내 학생비자가 승인되어 곧 우리 집으로 배송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비자를 받고, 급하게 지인들에게 출국을 알리고 (비자를 받기 전까지 부모님과 아주 가까운 친구 외에 아무에게도 나의 영국행을 알리지 않았었다) 나는 결국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기다림과 우여곡절 끝에 꿈에 그리던 영국행이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의 그 기분은, 물론 그 안에는 너무나도 큰 기쁨이 자리하고 있었겠지만, 그것은 의외로 실감이 잘 되지 않는 얼떨떨함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영국에서의 설레이는 모험을 시작한 즐거움도 잠시, 2년 간의 유학생활을 마친 뒤의 미래는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되는 막막함 그 자체였다.

 

유학생 신분을 더 연장하기에는 그럴 돈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취업을 해서 취업비자를 받는 것뿐인데, 그야말로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나를 취업비자까지 줘가면서 써줄 곳이 있을지 내가 봐도 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해 보였다.

 

아무 성과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나는 영국행을 시작했던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내 또래들보다 몇 걸음은 뒤쳐진 채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했고, 영국행을 결심했던 나 자신을 원망하게 되는 최악의 사태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누군가는 본인의 노력을 조금도 들이지 않고도 영국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쉽게 갖고 있는 반면, 누군가는 단지 영국에서 살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서 그토록 간절하다니...

 

그런 간절함 속에서 정말 기적적으로 취업 기회를 얻고 또 취업비자까지 받았을 때 역시 그 순간들의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기에는 너무나 실감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을 나의 영국행, 결국 아무 성과도 없이 한국으로 초라한 귀국을 하게 될 것이라고들 여겼겠지만, 보이지 않는 하늘의 손길은 나를 영국에 머물도록 인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취업비자를 받은 지 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난 주 목요일, 나는 드디어 영국에서 원하는 만큼 마음껏 살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부모님을 통해, 아니면 결혼을 통해 쉽게 그 자격을 얻은 이들에게는 별 일 아닌 듯 여겨지겠지만, 영국에서의 삶을 꿈꾸며 어렵게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라 그 자격을 얻은 이들에게는 정말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국 땅을 처음 밟은 순간부터 오늘날까지 지나온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특히 힘겨웠던 순간들, 애태웠던 순간들이 하염없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 기쁨이 제대로 실감이 되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나 바랬던 것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때는 정작 그것을 현실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한 편으로는 누군가는 너무나 쉽게 얻는 이것을 왜 나는 이렇게 힘겹게 얻었는지 야속한 기분도 들지만, 어렵게 얻을수록 더 소중한 법,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것이 나에게는 소중함을 선사해준 만큼, 그것 조차 감사해야 할 듯 싶다.

 

나는 앞으로도 또 그렇게 어떤 것들을 간절히 바랄 것이고, 또 그렇게 막상 그것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면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실감되지 않는 기쁨이야말로, 그 간절함과 그 오랜 기다림의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에서 꼭 맛보아야 할 행복의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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