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와 와인 그리고 시  
재독한국문인회 가을 문학세미나 가곡발표회로 열려


요즘 독일은 예년과 달리 이례적으로 늦여름이 지속되면서 야외행사마다 여름의 끝자락 태양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난 금요일(9월11일)에도 따스한 햇살이 가득 들어찬 프랑크푸르트 진경자씨댁 정원에는 50 여명의 동포들이 둘러앉아 즐거운 오후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재독한국문인회 가을 세미나가 열린 것이다.

이맘때 한국이라면 가을을 재촉하는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련만 진회장댁 정원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이었다. 유한나총무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는 회장 인사말에 이어 첫 순서로 괴테대학 한국학과 김해순박사의  한글의 철학적 원리와 우수성에 대한 강의. 마당 한 가운데 마련된 천막과 그 주위로 빼곡히 들어찬 회원들과 동포들은 모처럼의 한글강의에 귀를 세우며 경청했다.

이어서 이날의 하이라이트 창작시 가곡 발표회. 테너이자 작곡가인 김영식회원이 동포 시인들의 시를 가곡으로 만들어 발표해 오고 있었다. 이날도 김영식씨는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새로 작곡한 7개 곡을 선보였다. 작가들이 직접 나와 자신의 시를 낭송한 후 성악가들이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된 가곡발표회는 자연 속에서 이루어져 더욱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시인들의 삶과 사연이 응집되고 녹아내린 한 줄 한 줄의 싯귀가 노래가 되어 정원 가득히 울려퍼졌다.  

소개된 시와 성악가들은 다음과 같다: <해 저무는 밤하늘>(강병덕 시, 테너 김영식 노래), <꿈 속의 어머니>(배정숙 시, 소프라노 김복실 노래), <둘이 가는 길>(배정숙 시, 테너 박영래 노래), <추억의 봄>(김이자 시, 소프라노 임신애 노래), <이방인>(김한숙 시, 테너 김영식 노래), <기다림>(유한나 시, 소프라노 비르기트 트레샤우 노래), <라인강의 추억>(진경자 시, 소프라노 김복실 노래)

주옥같은 시와 가곡들이 낭독되고 연주되었지만 특히 배정숙시인의 <꿈속의 어머니>가 청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면서 썼다며 시를 쓴 동기를 설명하는 순간, 목이 메어 말을 잊지 못하는 배정숙씨의 모습에 장내는 숙연해지고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떨구었다. 이들 모두에게 어머니는 불멸의 사랑이었고 또 동시에 아픔이었나보다.

회백색의 머리결 바람에 날리며 어머니를 노래하는 그들. 고향이 그토록 그립기에 어머니가 더욱 애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 잃은 그 허전함이 40년 타향살이를 더욱 서럽게 하는 것 같았다.

진경자회장의 <라인강의 추억>을 마지막으로 시낭송과 가곡발표회가 모두 끝났다.

그러나 정원 깊숙히 찾아든 가을, 그 정취 속에 문인회의 세미나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인생을 관조하는 지긋한 연배의 문인들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함께 와인잔을 기울이며 그 저녁 끝없는 이야기꽃을 피워나갔다. 코스모스와 와인 그리고 시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가을 날이었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지사장 김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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