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한인합창단 오펜바흐 연주회


화사한 5월의 토요일(9일) 오후 프랑크푸르트 한인합창단(단장 박승자)이 오펜바흐 성 마리아 교회 (Academia Sancta Maria Offenbach)에서 봄연주회를 개최했다. 김영식 지휘와 소냐 에크하르트 피아노 반주로 두시간 동안 진행된 성악 연주회는 오는 7월로 예정된 한국초청공연을 자축하는 기념음악회로 열렸다.

이날 공연은 마침 이날 따라 독일내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큰 행사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충석 총영사를 비롯해 한국가곡을 사랑하는 음악팬들이 2 백여명이나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감격스러운 고국의 무대를  앞두고 그 기쁨을 동포들과 함께 나눈다는 취지로 열린 이날 연주회는 특히 프랑크푸르트 오페라단 소속의 외국인 성악가들이 다수 출연해 다채로움을 더했다. 다섯 명의 외국인 성악가들은 한국의 고유 가곡을 비롯해 김영식씨가 동포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든 창작가곡들을 마치 한국사람처럼 불러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칠레인 테너 리카르도 이투라가 이금숙 시인의 「고향」을 부른 것을 시작으로 미국인 테너 돈 헤리슨은 이금숙의 「바람」을, 그리고 소프라노 김복실은 유한나 시 「장미의 눈물」을  열창했으며, 중국인 테너 패르난도 왕은 강병덕의 「봄의 소리」를, 러시아인 바리톤 파벨 스미로프는 장해남의 「아벤트브로트」를 각각 불러 관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 외에도 일본인 알토 히로미 모리는 한명희 시, 장일남 곡의 「비목」을 불러 특별한 감동을 주었으며 돈 해리슨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파벨 스미르노프의 「보리밭」 역시 관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세례를 받았다.

외국인들의 순서에 이어 무대에 오른 프랑크푸르트 한인합창단. 검정 치마에 흰브라우스를 받쳐입은 단원들의 모습은 단아하고 청초해 보이기까지 했다. 절제된 색조의 의상과 함께 고운 목소리에서 나오는 선율들이 관객을 깊고 깊은 음악의 심연으로 이끌어 갔다. 첫 곡은 은은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을 안겨주는 아일랜드의 민요 「아 목동아」, 서정성이 풍부한 이 목가는 한국인들의 정서하고도 잘 맞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곡이 됐다. 이어서 러시아민요 「검은 눈」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등 주옥같은 민요들이 계속되었다.

연합 혼성 합창단의 마지막 무대는 모짜르트의 「대관식 미사곡」(Missa in C Krönungsmesse)으로 장식했다. 한인합창단과 솔리스트들 모두가 한데 어우려져 이루는 하모니와 화음들이 성당의 천정에 부딛혀 되돌아오며 교회의 구석구석을 파고 들었다. 아마도 미사곡은 특히 연주홀이 교회였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 진한 감동을 안겨준 것이 아닌가 싶다. 관객들의 음악적 무아에 빠져든 모습을 보면서 사진촬영하는 기자들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조차 민망히 여겨야 했다.

정해진 레파토리가 다 끝나고 앵콜송 순서. 앵콜송은 아리랑이었다. 언제 들어도 좋은, 언제 들어도 애틋하고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마치 우리 자신 같은 노래, 아리랑을 끝으로 이날 공연은 막을 내렸다. 성공적인 기념음악회, 축하 꽃다발 그리고 기념촬영. 이총영사의 꽃다발을 가슴에 감싸안은 박승자단장의 미소가 유난히 환해 보였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지사장 김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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