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토요일 오후, 웨일즈의 아름다운 휴양도시 Swansea에 위치한 Terrace Road 웨일즈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 of Wales)에서 본 교회 담임 목사의 취임식(Induction Service)이 열렸다. 본 교회와 함께 지역 내 또 다른 웨일즈 장로교회인 Gorse Mission 교회까지, 한국인 성도라고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는 웨일즈 현지 교회 두 곳을 담당하게 될 담임 목사의 취임식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주인공이 웨일즈 장로교단 최초이자 유일한 동양인 여성 목사인 조문숙 목사이기 때문이다.

18세기 창설된 오랜 전통의 웨일즈 장로교단이 대한민국이라는 동양의 작은 국가에서 찾아온 여성 사역자를 인정하고 자신들의 교회와 성도들을 담당하는 담임 사역자로 받아들이기까지는 10년이 넘는 긴 세월이 소요되었다. 그 동안 한국이나 기타 어떤 곳으로부터도 아무런 후원 없이, 사업가인 남편(최명인 장로)의 후원만으로 철저히 자비량 선교를 고집했던 바, 험난한 여정을 지내왔음에도 조문숙 목사를 지탱했던 힘은 뜨거운 사명감이었다.

한국에서 이미 전도사로 사역을 했고, 다시 영국에서 정식으로 신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면서 현지 사역에 헌신해 왔음에도 좀처럼 문을 열지 않던 웨일즈 장로교단이 조문숙 목사를 정식으로 인정한 것은 지난 2006년 4월, 교단의 정식 목사 안수를 받으면서 동양인이, 더군다나 여성이 보수적이고 엄격한 웨일즈 장로교단의 장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원래 Swansea에 거주했던 조문숙 목사는 정식 목사 안수 후 지난 3년간 중부 웨일즈에 머물면서 현지 교회 사역을 담당했으며, 이제 Swansea로 복귀해 지역 내 교회의 담임 사역자로 청빙되었다. 목회자가 턱없이 부족한 영국 현지 교회의 사정으로 조문숙 목사는 Swansea내 웨일즈 장로교회 세 곳 중 두 곳을 담당하는 담임 목회자로 임명되었다.

이날 취임식을 위해 지역 교회 목사들과 성도들 및 축하를 위해 많은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이 진행되었으며, 취임식 후에는 현지 성도들이 준비한 다과를 나누고 특별히 한국인 목사를 처음 맞이하는 현지인들을 위해 영국에서 활동 중인 정지은, 전성민 씨로 구성된 가야금과 기타의 듀엣 연주가 마련되었다. 취임식을 마친 뒤 조문숙 목사를 만나보았다.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오늘 이렇게 뜻 깊은 순간을 맞이하신 바, 다시 한 번 축하 드립니다. 이미 한국의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가 되었지만, 아직 조문숙 목사님을 잘 모르고 계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우선 언제, 어떻게 영국에 오게 되셨는지부터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조문숙: 네,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 선교의 사명을 지니고 목회 경험을 쌓기 위해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을 하면서 선교지를 찾던 중, 영국으로 마음이 움직여서 1993년 12월 웨일즈로 오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사업 상 한국에 머물러야 했고, 저는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지내면서 Swansea Bible College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유로저널: 사실, 영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한인 사역자들은 한인 교회와 한인 사역에 치중하는데, 어떻게 영국 사역을 하게 되셨는지요?

조문숙: Swansea Bible College에서 신학 공부를 하던 중에도 웨일즈 현지 사역에 대한 소명이 확실하지 않았는데 졸업과 동시에 그에 대한 확신을 얻었습니다. 웨일즈 현지 교회에서 설교하고 현지 성도들에게 성경 공부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들이 열렸으며, 졸업 후 Swansea Bible College에서도 업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웨일즈 지역의 부흥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소명이 생겼습니다. 영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인 사역자들이 해외에 나가면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인 사역에 주로 치중하는데, 물론 해외에 있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 역시 그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보다 성경적인 사역은 새로운 환경에 처할 경우, 물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그 새로운 환경의 중심부에 들어가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임무를 감당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로저널: 영국 사역의 특징이 있다면?

조문숙: 사실, 한국은 아직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선교에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영국은 기독교 국가라는 생각으로, 많은 이들이 영국을 선교지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 영국은 이미 기독교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영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의 비율이 극소수에 불과한 선교지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기독교사에서 영국의 위치, 또 우리나라의 기독교 초창기에 복음을 전해준 나라로서 영국이 지닌 무게 때문에 영국이 선교지라는 확신이 들지라도 이를 위해 헌신하려는 엄두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영국 사역을 위해서는 언어는 당연히 중요하고, 그 이상으로 이들의 문화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들의 생각을 읽고, 그들에게 맞는 그릇에 복음을 담아주어야 합니다. 당연히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감내하는 힘은 결국 소명입니다.

유로저널: 오늘에 이르기까지 특별히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또 중간에 그만두고 싶으셨던 적은 없으셨는지요?

조문숙: 영국 사역에 대한 소명을 받았는데도 그 문이 열리지 않을 때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영국은 이미 오래 전 선교사를 파송한 국가인 만큼, 현재 자신들을 위한 선교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그것을 받아들일 마음이 부족하더군요. 그렇기에 선교사는 많은 기도는 물론이고 실천으로 이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래서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저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다는 것을 자신들 스스로 확신하고 나서는 오히려 더욱 헌신적으로 저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영국 교회의 현지 성도들은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고, 반응도 느리지만, 역시 하나님이 기름 부으신 사역자라는 확인이 생기면 매우 헌신적으로 섬깁니다. 결론은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입니다. 부르심이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은 하나님이 좋은 양들과 좋은 처소로 인도해서 그 일들을 이루신다고 믿습니다.

유로저널: 앞으로 어떤 계획과 비전을 가지고 계신지요?

조문숙: 영국에 다시 한 번 영적 부흥이 일어나길 원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영국 교회들을 보면 노인만 가득하고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꿈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하나님과 꿈을 심어줘서 다시 웨일즈의 교회들이 젊은이들로 가득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다행히 이번에 맡은 두 교회는 젊은이들이 제법 많아서 그것을 기반으로 지역 젊은이들의 부흥을 가져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영국 사역을 준비하는 미래의 한인 사역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조문숙: 개인적으로 한국처럼 영성이 강한 나라는 참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뜨거운 영성을 지닌 한인 사역자들이 영국에서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임한다면 지난 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순교한 기독교 순교자인 토마스 선교사를 파송한 영국에 오히려 우리가 이제 복음을 역수출하여, 복음의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봅니다. 한국 기독교가 짧은 역사로 인해 마치 청년처럼 힘은 세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참된 선교를 위해서는 먼저 인격적인 면에서 성령의 열매를 맺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미개척 지역에 비해 아무래도 선진국이고 부유한 지역인 만큼,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에는 후원이 없습니다. 따라서, 유럽 선교는 반드시 자비량 선교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희생이 있겠지만,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갚아주실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인을 통해 영국은 물론 유럽에 다시 한 번 부흥의 물결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유로저널: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 귀한 사역 잘 감당하시길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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