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 신구대 산업 디자인과 졸업
- 용인대 연극영화과 졸업(무대 디자인 전공)
- Central Saint Martins MA Performance Design and Practice 재학 중
- 2004~2005년 1년간 일본 문화청 초청으로 무대 디자인 연수
- 2005 서울 Fringe Festival기술감독 역임
- 해외 페스티발 약 15개국 참여
- 현 홍콩 Company ‘Theatre Du fif’ 협력 미술감독, 극단 여행자 미술감독
- 무대미술상 수상 경력 및 무대 디자이너로 12년째 활동 중,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제 개인적으로도 무대 디자이너를 최초로 만나뵙게 되어 너무나 반갑습니다. 우선 무대 디자인에 대해 생소하실 수 있는 일반 독자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무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어디에서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것인지부터  들려주세요.

이윤수: 네,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무대 디자인이란 일반적으로 다양한 공연 무대에서 시각적인 역할을 하는 장치, 조명, 의상, 분장, 소품 등을 통해 공연무대에 보다 풍부하고 보다 입체적인 극적 환경과 분위기를 창조하는 작업입니다. 현대 매체예술의 다양화와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TV, 연극, 영화, 뮤지컬, 콘서트, 패션쇼 등 여러 다양한 공연예술 장르에서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이윤수 님께서는 언제, 어떠한 계기로 무대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이윤수: 네, 저의 무대 디자이너로서의 출발은 음악이라는 장르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중3때부터 드럼을 배우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시절 밴드생활을 하며 음악인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러면서 그 당시 유명한 해외 뮤지션들의 공연 자료들을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게 되었죠. 그러다 문득 우리의 너무나도 열악한 공연미술의 현실이 답답했습니다.(물론 그 당시는 대중음악 콘서트에 한해서만) 그래서 음악을 접고 무작정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죠. 사실 그 때는 무대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아니었던 것 같네요.

유로저널: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이 길로 가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언제, 어떠한 계기였는지요?

이윤수: 그러다 우연한 계기에 대학로의 한 극단에서 무대 디자이너로서 연극이라는 장르로 첫 작품을 맡게 되었죠. 그 뒤로 자연스럽게 공연계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극장에 들어서면 처음 마주치게 되는 빈 공간이 언제나 저를 설레게 만들어 주었죠. 그것은 마치 하나의 빈 도화지를 무엇으로 채울까 하는 그런 행복한 고민이었습니다.

유로저널: 그 과정에서 혹시 부모님의 반대는 없으셨나요?

이윤수: 네, 뭐 특별히, (웃음) 항상 끝까지 믿고 지켜봐 주신 가족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유로저널: 장래에 무대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분들께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을 것을 선배로서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윤수: 물론 교육도 중요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무대 디자이너로서의 활동 중 개개인의 다양한 경험이 작업할 때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창작 활동 중 모든 아이디어의 근원은 지식이 아닌 경험에서 많이 비롯된다고 할 수 있죠. 지식은 그 경험을 현실화 시킬 수 있게끔 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무대 디자인 관련 교육기관이 많이 보급되어서 보다 쉽게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실정이죠. 하지만 개개인의 경험들은 본인 스스로 투자하지 않으면 쌓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고로 저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여행을 다니곤 해요. 재충전의 시간이랄까, 그 과정 안에서 많은 것을 얻기도, 또 버리기도 하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관련 교육기관에서 기본을 익히면서 틈틈이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나간다면, 나중에 무대 디자이너로서 작업하시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이제까지 활동하시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이윤수: 글쎄요, 저에겐 매 작업 순간순간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와서 참 어려운 질문 같네요.  참고로 굳이 색다른 경험들을 말씀 드리자면 해외공연들을 다니면서 접했던 그 나라들의 개성에 대한는 문화적 충격이랄까요. 예를 들어 이집트나 쿠바 같은 곳은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 중 하나입니다. 그들의 역사적인 매력, 유럽과는 또 다른 낯설은 환경, 그 안에서의 여유로운 사람들, 아마도 무대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아니었더라면 경험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유로저널: 무대를 다루시는 만큼 아무래도 문화예술에 상당한 관심과 열정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떠신지요? 또 혹시 직접 공연자(performer)로 무대에 서기도 하시는지, 아니면 서고 싶은 적은 없으신지요?

이윤수: 네, 무대디자인이란 과정을 공부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최소 한 두 번씩은 무대 위에 공연자로 서보신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왜냐하면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선 같이 작업하는 공연자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직접적으로 공연자들과 저희 무대 디자이너들은 무대 위에서 밀접한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니까요. 무대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작품 안에 공연자들도 항상 포함시켜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굳이 직접적으로 무대 위에 안 서도 결과적으론 같이 호흡하게 되는 셈입니다.

유로저널: 한국에서 그렇게 활동 하시다가 영국에 오시게 된 계기는? 특별히 영국을 택한 이유는?

이윤수: 지금까지 무대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운 좋게도 해외에서 작업할 수 있는 계기를 많이 가졌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해외 공연자들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궁금증만 늘어가더군요. 그들의 문화적 배경이나 우리와는 또 다른 그들만의 삶의 경험들... 그러던 중 2006년 극단 여행자의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런던 바비칸 센터에의 초청공연 차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그 전부터 유럽에서의 경험(거창한 교육적인 것보다 단순하게 그냥 좀 살아보며 느끼고 싶다는)을 생각해 왔던 터라 저한테는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셈입니다. 이전에 일본에서도 1년간 경험을 해봐서 누구보다 다른 문화권에서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장점은 확신했으니까요. 물론 영국 런던이 해외 공연시장의 중심이라는 점도 중요했고요.

유로저널: 현대 무대디자인의 추세, 전망은?

이윤수: 오늘날 현대 무대 디자인은 다양한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정서적 교감이 세분화되고 있는 만큼, 극 공간의 장식적 요소도 아니고 또한 극적 환경과 분위기 창조라는 기능만을 고집하지도 않습니다. 다시 말해 극작가의 사상과 연출가의 해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배우들에게 효율적인 동선제공이 주 목적이었던 전통적인 무대 디자인로서의 기능들은 축소되거나 변형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다시 말해 수용자의 역할이 더욱 무게를 더해가는 것이 오늘날의 포스트모던한 현실이기에, 소통과 참여의 매체로서 무대 디자인의 비중은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높은 수준의 독립적인 예술작품으로서 기능을 가진 무대 디자인이 실현됨으로써, 여러 장르의 현대 공연예술 분야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짐과 동시에, 보다 주체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관객과의 상호 보완적 소통이 뛰어나며 보다 다양한 시각적 표현이 가능할 것입니다.

유로저널: 어렵고도 쉬운 질문입니다만,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좋은 무대 & 안 좋은 무대는?

이윤수: 그건 전반적으로 관객만이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무대디자인의 기능적, 심미적, 시각적 Quality를 떠나서, 항상 제가 무대 위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관객들이 흡수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기본(대본, 컨셉)에 충실하면 그 결과가 어떻든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이 커지죠.

유로저널: 무대 디자인을 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이윤수: 무대 디자인은 일반 다른 순수 창작미술과는 다르게 관객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그래도 무대 미술가의 개인적 주체 사상이 무대 위에 많이 가미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간과할 수는 없는 부분이죠. 그래서 항상 그 부분이 때로는 가장 큰 제약이 되기도, 또 때로는 가장 큰 희열을 주기도 하죠. 언제나 작업하면서 어려운 부분입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이 길을 걸으시면서 가장 좋은 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나 혹은 보람을 느낄 때는?

이윤수: 마찬가지로 하나의 예술 작품 안에서 다른 문화권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책임감도 더해지죠. 그만큼 예술이라는 장르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으시다면?

이윤수: 개인적으로 앞으로 무대 디자이너로서의 계획은 현대 공연예술의 추세인 동양의 Orientalism과 서양의 Western Cultural Background가 접목된 Mixed-Cultural Background의 토대 위에 보다 진보적인 무대 디자인을 가미하여 극적 환경과 분위기를 창조하는 무대 디자인을 통해 배우, 관객과의 상관관계를 보다 원활한 소통을 유지하게끔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유익한 얘기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세계적인 무대에서 이윤수 님의 무대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이윤수 님은 현재 런던에서 무대 디자인 레슨, 포트폴리오 제작 및 입시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의: 075 1527 5640, stageys@yahoo.co.kr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