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령의 자전거 모험

9. 피사, 역사적 도시 그리고 젊음의 도시

by eknews posted Sep 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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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피사, 역사적 도시 그리고 젊음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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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로 가는 길에 보였던 대리석 광산. 지나가던 이탈리아 인에게 저게 무엇인지 영어로 물어보니 대답은 “디리또 디리또 샘프레 디리또!(직진, 직진, 그대로 직진으로만 가!)”였다.

친퀘테레 도착 후 다음날 몬테로소 알 마레의 시모네의 바(bar)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때 카우치서핑 웹사이트에 호스트를 구하는 공개 광고를 올려놨었다. 내가 직접 호스트들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는데 내가 가는 길에 누군가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연락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현지인들을 만나는 수단으로 카우치서핑을 이용한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고 다소 인위적으로 보여서 소극적 자세를 취한 것이다. 사실 이런 매개체 없이 보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원했었다. 

친퀘테레를 벗어나 바로 만난 큰 도시 라스페찌아(La Spezia)에서 맥도날드에 들려 무료 WiFi로 피사의 한 호스트가 날 초대한 것을 확인했고 기꺼이 오늘 밤에 도착하겠다고 답장했다. 현지 사람으로부터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첫 자발적 초대를 받은 것이다. 의외로 기분이 매우 좋고 좋은 인연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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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에 도착 직후 바로 피사의 사탑을 찾았다

결국 약 90여 km를 달려 밤 중에 피사에 도착했다. 피사에 거의 도착할 때쯤 역시나 매춘부들 몇몇 목격하였고, 길 물어보러 잠시 멈췄던 포장마차 가게에서는 술에 취한 듯한 남자들이 길을 알려주다가 갑자기 코카인 해보겠냐고 묻기에 듣는 순간 성급히 그 곳을 빠져 나오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문제는 무릎이다. 왼쪽 무릎의 통증이 심하고 잘 굽힐 수 조차 없다. 밀라노를 벗어나서 산과 언덕의 계속된반복으로 왼쪽 무릎은 이미 친퀘테레 도착하기 전부터 가끔 아파왔다. 숙달된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별거 아닌 하루 90여 km는 이렇게 이미 문제가 있던 무릎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사실 오는 길 내내 중간에 멈춰 서서 하루 캠핑 후 다음날 피사로 오고 싶었지만 일기 예보도 비가 온다고 하고 구름도 잔뜩 낀 습한 저기압의 하늘이 날 굳이 무리하게 만들었다. 빗속에서 야영하기는 싫었기 때문에 어쨌거나 오늘 밤은 피사의 호스트 집의 지붕아래서 자야겠다는 강한 관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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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곳곳 마다 젊은 열기가 넘쳐난다

날 초대한 현지인 아르투로(Arturo)와 그의 여자친구 실비아(Silvia)는 이 절뚝거리는 자전거 여행자를 환영해 줘었다. 우선 짐을 풀고 샤워 후에 시내에 나가 같이 이 시끌벅적한 토요일 축제의 밤을 즐기기로 하였다. 학생들로 넘처나는 대학도시인 피사에 오늘 학생들의 축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르투로와 실비아도 피사를 구성하는 이 젊은 학생들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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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잘라 안에 잼, 초콜릿 스프레드 등을 발라 먹는 피사의 간식

아르투로는 페루에서 자란 이탈리아와 페루의 혼혈이고 실비아는 스페인인으로 이들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둘은 현재 피사의 작은 아파트에서 같이 살면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둘의 국적이나, 처음 만난 장소나, 현재 거주하는 곳 모두 국제적이다.

이런 국제적인 요소와 더불어 젊은 커플이 스스로 돈을 벌어 동거하는 것은 유럽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정말 보기 드믄 일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언어의 장벽을 없애 자국에만 얽매이지 말고 보다 넓은 세상을 무대 삼으면 좋겠고, 부모로부터 독립적이며, 혼전 동거에 대한 불합리한 편견도 갖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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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WiFi 영역 표시

이 둘과 그 친구들과 함께 야식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피사의 젊은 밤을 즐겼다. 내가 호의를 받고 얻어 자는 입장인 만큼 아르투로에게 맥주를 사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그런데 여기도 젊은이들이 모이고 술을 마시는 곳엔 깨진 유리병이 곳곳이 널브러져 있는 것이 덴마크 코펜하겐과 다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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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롤린과 나디나

다음날 아르투로, 실비아 커플은 다른 배낭여행자 네덜란드인인 나디나(Nadine)와 에스토이나인인 카롤린(Karolin)도 받아드렸고 그 다음날 월요일 아침엔 다섯 모두가 함께 피사 시내를 걸으며 구경했다. 역시 이 곳에 살고있는 현지인 답게 아르투로는 훌륭한 가이드로서 다양한 설명을 해주었다. 

오후에는 아르투로, 실비아와 헤어져 나디나와 카롤린과 함께 시내를 돌아다녔고 다른 모든 여행객들이 그러하듯 우리도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을 지탱하는 포즈 등 여러 포즈와 재미있는 방법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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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의 사탑

이 두 젊은 여성은 여행 도중 농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오페어(au pair)로 일하기도 하는 등 집을 떠나 나와 거의 1년 넘게 여행하는 별개의 장기 배낭여행자들이다. 이 둘은 두 달 전쯤 한 말 사육농장에서 같이 일하게 되어 서로 알게 되었고 농장 일이 끝나고 마음이 맞아 같이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말을 사육하는 농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된 작업이 많아 보이는데 역시나 이 강인한 이들이 메는 배낭은 30~40 kg이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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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똑 같은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사실 이날이 우리 셋이 아르투로, 실비아의 집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었고 나디나와 카롤린이 미리 찾아놨던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마침 이날 갑자기 일이 있다며 펑크를 냈다. 나야 언제나 텐트가 있고 다행이 날씨도 다시 맑으니 걱정이 없지만 이들은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없으면 호스텔에 가서 돈을 불필요하게 써야 했기 때문에 급히 다른 피사의 여러 호스트들에게 당장 이날 밤 잘 곳을 찾는 요청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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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로와 실비아가 리아집까지 안내해 주었다

다행이 몇 시간 후 이들에게 하나의 수락 답장이 왔고 그에 더불어 나도 함께 와도 된다고 연락을 받았다. 고대 그리스어를 전공하는 박사과정의 새로운 호스트 리아(Lia)는 공동 아파트 주거 공간에 살고 있다. 리아가 사는 곳은 건물에 긴 복도가 있고 이 복도에 방이 7~8개가 있어 이 7~8명이 한 개의 부엌을 공유하는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학생 주거 아파트에나 이런 형태의 주거 공간이 있는데 비록 학생이 많긴 하였지만 여긴 굳이 학생만을 위한 주거 공간은 아니였다. 

우린 저녁쯤에 리아의 집에 도착했고 당시 이들은 다른 복도의 사람들과 합쳐 모두 15여 명의 젊은이들이 부엌에 모여 함께 저녁을 요리해 먹은 후 와인을 마시며 떠들며 놀고 있던 중이었다. 이 모든 이들이 새로운 우리 세 명의 여행객을 열렬히 환영했고 우린 만나자마자 함께 시끄럽게 와인을 마시고 밤 늦게까지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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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가 사는 아파트의 공용 부엌. 7~8명이 이 부엌을 함께 사용한다

덴마크에서 이런 자리라면 우선 맥주가 기본으로 많이 있고 추가적으로 보드카, 위스키 등 독한 증류주나 예거마이스터나 덴마크 현지의 리큐어 등이 있을 텐데, 여긴 오로지 와인만이 있었다. 이탈리아가 와인을 사랑하긴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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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지대 봉사활동을 위한 준비 완료

다음날 3월 20일 리아가 봉사활동을 하러 간다 길래 나디나, 카롤린과 함께 우리도 따라가서 같이 일하기로 했다. 20km 떨어진 호수의 조류 연구를 위한 시설물 유지보수 및 설치작업을 돕는 일이었다. 도착하기 전에는 가면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다는데 막상 도착(좌표 43.836309, 10.356583)해보니 원래 일하는 두 명밖에 없었다. 

우리는 무릎까지 오는 커다란 장화를 신고 흔들리는 작은 보트에 올라 타 늪지 같기도 한 호수 안쪽으로 주욱 들어갔다. 호수의 이름은 Lago di Massaciuccoli이고 7 km²의 면적으로 꽤 넓은 호수이다. 호수 중앙은 넓어 보였지만 가장자리에는 갈대가 많고 수심도 낱아 넓은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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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구조물 설치하기

뭍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저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물 위에 띄어서 지어진 작고 간단한 집이 하나 있었다. 조류 연구를 위한 기지이다. 한동안 쓰이지 않았던 것 같다. 안의 캐비닛, 집물, 장비 등의 위치를 옮기고 여러 부수적 일을 한 후에 다른 늪지로 이동하였다.

여기는 늪지 한 중간으로 갈대 키보다도 낮게 통 형태의 구조물을 땅 속부터 박아서 사람이 들어가 새를 관찰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곳이다. 남자 하나는 아직 설치 중인 구조물 하나의 내부를 시멘트 칠 하였고 나머지는 버팀목으로 쓸 작은 통나무 여러 개를 늪지 깊숙이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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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마치고 무사 귀환 중

관계자가 둘 뿐이고 봉사자가 네 명인 이색적인 일을 끝나고 우린 다시 리사의 집으로 돌아왔고 두 관계자 중 젊은 마르코는 친해진 우리와 놀기 위해 저녁에 리사의 집으로 왔다. 오늘 저녁은 역시 여러 친구들의 환영에 대한 답례로 우리 여행객 세 명이 요리를 준비했다. 사실 나의 독점적 요리였다. 

비싸서인지 동물을 보고하고 싶어서인지 고기를 거의 안 먹고 거의 채식주의자라는 리사와 그 친구들을 위해 참치와 살라미를 뺀 나의 캠핑용 “짝퉁 리조또”를 리조또의 원산지 사람인 여기 이탈리아 친구들에게 선보였고 이들은 하나같이 맛있다며 우린 엄청난 칭찬을 받았다. 아, 기분이 좋아지고 와인을 더 마셔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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