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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4.08 00:52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06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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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제106회)
바람의 기억


7. 꽃비의 계절

다시 버럭 소리를 질러서야 기남은 뭉그적거리며 돌아섰다. 물을 벗어나자 정아는 몸을 비틀어 버둥거렸다. 등에서 미끄러져 내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거 보여? 다리 후들거리는 거. 한걸음만 더 들어갔어도 우린 아마 저 소로 떠밀려 물귀신이 되었을 거야.”
쏘아보며 씩씩거리는 정아를 힐끗 본 기남이 쪼그려 앉아 신발을 벗었다. 거꾸로 든 신발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조약돌을 적셨다. 양말도 벗어 물기를 짠 다음 바지 밑단을 싸잡아 비틀었다. 바지는 물의 깊이를 웅변하듯 장딴지까지 젖어있었다. 
“장난이 너무 심했어.”
“미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렇지만 넌 오늘 운이 좋은 거야. 내 덕분에 일단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까. 하하하...”
정아가 넉살을 떠는 기남을 째려보았다. 
“사기꾼이 따로 없네. 여기 이 소름 좀 봐.”
정아가 팔을 걷어 보여주고는 기남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질렀다. 그제야 기남은 기도하듯 손바닥을 붙여 비볐다. 
기남이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정아도 일어섰다. 기남이 운동화와 양말을 양 손에 들고 앞장을 섰다. 차를 향해 걷는 동안 정아는 자주 소를 바라보곤 했다. 물살이 원을 그리며 거칠게 휘감고 있었다. 
“그동안 저 소에서 얼마나 사고가 많이 났는지 너도 알잖아. 누구였지 걔, 저 위에서 다이빙하고 놀다가 소에 휩쓸려 죽은 애 말이야.”
“명준이 말이구나, 3반.”
“맞아. 걔도 장난치다가 그런 거잖아.”
“그랬나? 근데 생각해보니까 아까 내가 그랬던 것은 네 반응이 궁금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 
정아가 걸음을 멈추고 기남을 빤히 쳐다보았다. 
“뭔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지? 이거 이런 것까지 말을 해도 되나 모르겠다만, 오해하지 말고 들어. 사실 내가 아까와 비슷한 방법을 써서 장가를 갔거든.”
“그게 무슨 말?”
“애 엄마 얘기를 해서 좀 그렇지만, 그 여자랑 여기서 데이트하다가 아까 같이 업고 물로 들어가서 결판을 지었거든. 나랑 결혼을 하든지 아니면 같이 소로 들어가 물귀신이 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다그쳐서 말이야.”
“그게 무슨 선택이야 협박이지.”
“그냥 박력 있는 프로 포즈였어. 내 진심을 전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으니까.”
“말도 안 돼. 그건 강요고 협박이지. 나랑 결혼 안하면 죽이겠다는 말과 뭐가 달라.”
“거참 인정머리 없이 말하네.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그때 내가 내 무덤을 판 거야.”
기남의 얼굴이 구겨졌다. 정아는 기남의 불행한 가정사가 어쩌면 막무가내 청혼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모래 턱 너머로 저만치 차가 보였을 때 기남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약속대로 업어는 줬고, 이제 읍내로 들어가 커피와 맥주를 사줘야지.”
정아가 얼른 손사래를 쳤다.  
“마신 것으로 해. 너 입술이 파래 졌어. 젖은 옷 입고 있으면 감기 걸린다.”
“약간 으슬으슬하긴 해. 나도 늙었나봐. 옛날에는 이 정도는 체온으로 금방 고슬고슬하게 말렸는데 말이지.”
정아가 입을 삐죽거렸다. 기남이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바로 히터를 켰다. 예열이 되지 않아 바람이 미적지근했다. 정아가 레버를 조절해서 바람의 방향을 다리 쪽으로 돌렸다. 
삼거리에서 유턴을 한 차는 왔던 길을 되짚어 달렸다. 
산골짜기로부터 엷은 어둠의 입자들이 고이고 있었다. 정아는 목을 늘여 교량 위를 쳐다보았다. 화물열차가 눈썹 높이에서 달리고 있었다. 끝이 있을까 싶게 이어지는 유류탱크의 행렬을 보고 있자니 어릴 적 뒤란에서 보았던 커다란 지네가 생각났다.  
읍내로 접어든 차는 큰길을 벗어나 오르막 골목길을 헤집었다. 문득 차를 세운 기남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잽싸게 들어가서 바지만 갈아입고 나올게.”
쪽문이 열려 있는 2층집이었다. 시멘트로 마감된 마당과 바짝 말라 휑한 화단이 보였다.
“집에 누구 있어?”
“없어, 어머니와 애는 시골집에.”
그럼, 나도! 하며 정아가 안전벨트를 풀었다. 기남이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    
“집이 돼지우리 수준이거든. 다음에 정식으로 초대할 게.”
“사실 나 지금 쉬가 급해.”
기남이 난감한 표정으로 망설이다가, 그럼 잠깐만 기다려, 하고는 잽싸게 쪽문으로 들어갔다. 정아는 외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는 기남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기남은 한참이나 지나서야 계단참으로 나와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현관으로 들어선 정아는 서둘러 신발을 벗었다. 기남이 화장실을 가리켰다. 가면서 보니 급하게 밀쳐둔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며 수건이 거실 구석에 쌓여있고 싱크대 주변에는 아직 설거지가 안 된 그릇들이 수북했다. 정아는 변기에 앉아 물을 내리고는 괄약근을 풀었다. 소변이 길어지자 정아는 다시 한 번 물을 내렸다. 손을 씻으려고 세면대 앞에 섰는데, 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세면기는 물론 욕조며 바닥 타일에 물때가 누렇게 끼어서 더럽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청소를 언제 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아는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각종 용기들을 가지런히 정리해두고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신기하게도 그사이 거실 구석에 쌓여있던 옷가지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용도실로 보이는 문이 열려있고 가는 길에 양말짝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거기로 옮긴 게 아닌가 싶었다. 
방에서 바지를 갈아입고 나온 기남이 거실을 둘러보며 멋쩍게 웃었다. 
“좀 치우고 살지. 요즘은 남자들이 더 깨끗하게 하고 살던데.”
정아가 안방을 기웃거리며 말했다. 소파에다 발을 올려 양말을 신으려던 기남이 허둥거리며 정아의 팔을 당겼다. 뿌리치고 문을 활짝 열었다. 안방은 거실보다 더 가관이었다. 침대 위에는 뭉뚱그린 이불과 옷가지와 비닐봉지들이 널려 있고 바닥에도 온갖 잡동사니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정아는 당장 고무장갑을 끼고 치워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어쩐지 청소를 하고 싶더라니.” 
“어휴, 침대머리에 떡 하니 모셔놓은 저 막걸리 병들은 뭐니? 제발 치우고 좀 살아. 혼자 살수록 더 청결해야지.”
순간, 기남이 정색한 표정으로 정아를 바라보았다.  
“걱정 되면 네가 와. 그럼 되잖아.”
“내가 너한테? 농담도 원!”
정아는 부러 무심하게 대꾸하며 손사래를 쳤다. 
벽에서 사진을 발견한 정아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턱시도를 입은 기남은 지금보다 20년은 젊어보였다. 곁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환하게 웃으며 이편을 바라보았다.   
“어머, 정말 미인이네. 잘 좀하지 그랬어.”
순간 기남이 소파 위로 점프하듯 올라서서는 사진틀을 거칠게 당겨 떼어냈다.   
“예쁘기야 했지, 얼굴만. 내가 단란주점에 진 빚 다 갚아주고 데려와 새 사람이 되길 바랐는데... 기어이 얼굴값을 했어. 술집 년들은 어쩔 수가 없더라. 새는 바가지는 어디 가도 새게 되어 있더라고.”
사진을 소파 뒤편에다 쑤셔 넣으며 기남이 이죽거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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