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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03.19 02:16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57)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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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의 연가

대기실 문이 열리자 술렁거리던 대열이 일순 차분해졌다. 영미가 정아를 돌아보며 빠르게 성호를 긋고는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언제부터 종교를 바꾸셨나? 정아가 영미의 옆구리를 검지로 찌르며 작은 소리로 나무랐다. 여기서 불경을 욀 순 없잖아. 손으로 목탁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영미가 대꾸했다. 
정아는 발뒤꿈치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 막 복도로 나서려던 선두의 움직임을 장 마담이 팔을 뻗어 제지했다.    
“표정들이 왜 이래? 다들 상갓집 가는 거야? 우리는 우림각의 꽃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 자, 이슬에 젖은 장미처럼 입을 귀까지 올려서 다함께 스마일! 뭐야, 그렇게 배부른 거머리처럼 입술만 늘이지 말고 얼굴에서 유쾌한 미소가 풀풀 새나게 진심으로 웃어, 더 활짝!”
몇 차례 스마일 연습을 시킨 다음에야 장 마담은 옆으로 비켜서서 길을 터주었다. 강요된 웃음이라 해도 몇 번의 연습은 제법 효과가 있었다. 모두의 표정이며 몸짓이 한결 밝고 명랑해졌다. 
한복 행렬은 질서 정연하게 복도를 거쳐 매화실로 이어졌다. 정아는 영미 뒤에 바짝 붙어서 맨 마지막으로 입장했다. 곧 가야금 연주가 시작되었다.  
입실이 완료된 것을 확인한 장 마담이 등지고 문을 닫은 다음 인사말을 시작했다. 내용은 아까와 비슷했다. 폭설에도 불구하고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것과, 그 은혜에 보답코자 최고 미인들만 엄선했으니 부디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가라는 것까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정아를 소개하면서 족두리에 대해 퀴즈식으로 묻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는 정도였다. 
“초이스에 앞서 오늘 오신 손님 중 오직 한 분께 드릴 최고의 선물을 소개합니다!” 
장 마담의 왼손이 정아를 가리켰다. 모든 시선이 장 마담의 손끝으로 옮겨졌다. 정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손님들의 면면을 빠르게 훑어보고는 천천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매화실은 동백실과 달리 손님의 연령층이 다양했다. 머리에 시간의 서리가 하얗게 내린 이가 있는가 하면 귀밑까지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젊은이도 눈에 띄었다. 두 사람만 놓고 보면 할아버지를 따라나선 손자라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그림이었다. 
정적이 흘렀다. 서로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 이어지자 정아는 초조해졌다. 정아는 자신에게 배정된 이 시간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까 대기실을 나서며 장 마담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족두리를 쓰고서 두 번째 방에서까지 선택을 받지 못한 경우가 없었으니 너무 초조해 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 위로의 말이 지금은 오히려 날카롭게 날을 세워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여기서도 퇴짜를 맞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스치자 뒷목이 뻣뻣해졌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필시 내 외모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들도 내가 아타라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그런 불안감이 밀려들자 정아는 뭔가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개를 들고 정면을 응시했다. 아까 인사를 할 때 가장 강렬한 눈빛으로 이편을 응시하던 손님이 누구였지 하는 생각을 하며. 정아의 시선이 테이블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아쉽게도 호의적인 시선은 많지 않았다. 서로 눈길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먼저 외면하곤 했다. 정아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테이블 중간쯤에, 아까부터 한 사내가 주먹으로 턱을 괴고서 정아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십대로 보이는 그는 창백한 피부와 눈썹까지 덮은 더벅머리 때문인지 꽤나 차갑고 우울한 인상이었다. 정아는 더벅머리 바로 옆 붉은 터틀넥에게 시선을 옮겼다. 더벅머리와 비슷한 나이대의 그도 정아에게 관심을 보이는 눈치였던 것이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장 마담이 마지막 공지를 냈다. 
“이 순결한 아타라시와 황홀하게 하룻밤을 보내실 왕자님을 다시 한 번 불러보겠습니다. 어디 계신가요? ....안타깝네요, 이런 행운을 놓치다니. 그럼 아쉽지만 다음 손님들에게 기회를 넘기도록 하고 곧 본격적인 짝짓기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장 마담이 돌아서서 정아의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눈짓으로 퇴장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정아는 작은 소리로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큰소리가 났다. 
“조또마떼 구다사이!” 
고개를 돌린 정아는 소리가 난 테이블 저편을 바라보았다. 잠깐 기다리라고 소리친 이는 붉은 터틀넥이었다. 그가 더벅머리의 손을 잡고 흔들어댔다.   
“어머나, 나란히 초이스 신청을 하셨군요. 멋진 경쟁입니다!”
장 마담이 얼굴을 활짝 펴고 말을 이었다.  
“두 분 중 한 분만이 오늘의 행운을 누리실 수 있는 데요, 어떻게 결론이 날지 저도 궁금해집니다.”
정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망신인가 싶어 잔뜩 움츠려들었는데, 두 사람 덕분에 금세 어깨가 펴졌다. 정아는 두 사람의 표정을 번갈아 살폈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나은 파트너일까 비교하는 여유를 부리면서. 그런데 가만 보니 더벅머리는 선택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손을 들고 있지만 그건 터틀넥의 손에 잡혀 억지로 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터틀넥의 포즈는 마치 복싱 경기가 끝나고 승자의 손을 들어주는 주심의 포즈와 비슷했다. 문득, 이게 혹시 터틀넥의 장난이면 어쩌지 하는 우려가 밀려든 건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아의 그런 기우는 터틀넥의 한 마디로 곧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다. 그가 더벅머리의 손을 더 높이 치켜세우며 저 아가씨는 내 아우의 파트너라고 분명하게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사정을 간파한 장 마담이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아, 그러니까 수줍은 동생을 위해서 형이 수고를 해주신 거군요. 정말 멋진 형제애입니다. 우리 모두 두 분의 우애와 오늘 새롭게 출발하는 우리 아타라시 아가씨의 핑크빛 미래를 위해서 열렬히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천천히 더벅머리를 향해 걸어간 정아는 그와 터틀넥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정아가 자리에 앉자 본격적인 짝짓기가 진행되었다. 3차에서야 파트너 선정이 겨우 마무리된 동백실과는 달리 매화실은 1차에서 모두 짝이 정해졌다. 선택을 받지 못해 대기실로 돌아간 아가씨는 세 명에 불과했다. 영미는 거의 탈락 위기에서 배가 복어처럼 튀어나온 풍채 좋은 오십 대 손님의 품으로 뛰어드는데 성공했다. 곧 음식이 들어왔고 술잔이 돌기 시작했다.  
표정에서 느껴졌듯이 더벅머리는 입이 무거운 사내였다. 정아가 잔을 채워주면 아무런 대꾸 없이 잔만 비워내고 있었다. 정아도 묻는 말에나 대답을 하는 형편이라 두 사람은 한동안 술잔만 비웠다. 간간이 옆의 터틀넥이 말을 붙여왔지만 그도 제 파트너의 수다를 들어주느라 계속 살펴줄 여유가 없었다. 두 사람이 지금껏 나눈 말은 서로의 이름과 나이와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가 전부였다. 
다행히 취기가 오르자 조금씩 입이 터지기 시작했다. 쓰고 있는 족두리에 대해, 정아의 과거 직업에 관해서, 그 좋은 직업을 두고 왜 이런 일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그는 마치 피의자를 다루는 수사관처럼 묻기 시작했다. 정아는 아타라시 신분에 해가 되지 않는 선을 지키며 되도록 솔직하게 자신의 처지를 말했고 더벅머리는 정아의 말을 진지하게 들으며 술잔을 비웠다.     
가야금이 휘몰이 가락을 타기 시작했을 때, 그가 잔을 채워 러브샷을 청해 왔다. 서로 팔을 겹쳐 걸어야 했기에 정아는 엉덩이를 끌어 더벅머리에 바짝 다가앉았다. 그 바람에 정아의 무릎이 그의 허벅지를 눌렀다.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왔다. 당황한 정아가 얼른 무릎을 들어올렸다. 그가 시선을 떨구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미안하오. 이런 몸이 첫 손님이어서.”
정아는 그제야 더벅머리의 한 쪽 다리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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