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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04.09 00:22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60)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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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의 연가

하늘은 낮고 어두웠다. 금방이라도 눈발이 흩날릴 것 같았다. 
우림각을 출발한 매화실 손님들은 마치 행군에 나선 군인들처럼 인도를 따라 2열종대로 걸었다. 다져진 눈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이들로 인해 행렬의 모양새가 가끔 정체되거나 흐트러졌지만 곧 질서를 되찾고는 했다. 
정아는 대열의 후미에서 걸었다. 행여 더벅머리가 미끄러져 낙상이라도 할까봐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른 커플들은 모두 아가씨가 손님 팔에 매달리는 형태였으나 정아의 경우는 반대였다. 더벅머리가 되똑이며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몸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팔에 힘을 주었다. 더벅머리도 정아의 수고를 의식한 듯 시종 신중하게 걸음을 떼려고 애썼다. 
첫 번째 방문지인 명품 매장에 이르렀을 때 정아의 이마에는 소름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영미가 백에서 휴지를 꺼내 정아의 이마를 찍어냈다.   
“이 땀 보이시죠? 오빠 챙기느라 내 친구가 얼마나 수고하는지.”
영미의 참견에 더벅머리가 미안한 표정으로 정아를 바라보았다. 
“아다마다. 그래서 지금 선물을 챙겨주려고 여길 온 거잖아.”
터틀넥이 성큼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죠? 한입으로 두말하기 없기에요.” 
영미가 새끼손가락을 거는 시늉을 하며 대꾸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터틀넥의 파트너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저도 선물 주실 거죠? 오늘밤 오빠를 홍콩으로 보낼 사람이 저라는 걸 잊지 마세요.” 
“암, 자기도 챙겨주고말고. 자 안으로 들어가자고!”
터틀넥이 큰소리를 치며 앞장섰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일까, 매장은 한산했다. 입장이 완료된 것을 확인한 점원이 어눌한 일본어로 인사말을 하고는, 선착순 구매자 열 명에게 20%할인 특전이 있다고 알렸다. 처음에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점원의 선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손님들이 와, 하고 아가씨들이 탄성을 내자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구입 의사를 밝힌 건 터틀넥이었다. 그가 매장 중앙에서 검정색 하이힐을 집어 들고는 정아를 불렀다. 어머, 정말 선물을 주려나봐. 영미가 소곤거렸다.  
“우리 형은 선심은 자기가 쓰고 대금 청구는 나한테 하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긴 하지만 빈말은 하지 않으니 어서 갑시다.” 
주저하는 정아의 손을 잡아 이끌며 더벅머리가 말했다. 
정아는 터틀넥이 내미는 신발에 발을 넣었다. 약간 커서 점원에게 한 치수 작은 것을 부탁했다. 가져온 신발을 두 쪽 다 신었다. 터틀넥과 더벅머리가 동시에 엄지를 들어보였다. 정아는 가볍게 목례를 한 다음 벗어놓은 헌 신발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후줄근하게 늘어진 흠집투성이 신발이 오늘따라 더 추레해 보였다. 
그때 점원이 다가와 이건 제가 처리해드릴게요, 하고는 헌 신발을 가져가 휴지통에 넣어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저지할 틈이 없었다. 정아는 점원에게 당장 신발을 꺼내오라고 호통을 치고 싶었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어휴, 우리 배불뚝이 좀 봐라. 소파 혼자서 차지하고 하품하고 있다. 쇼핑에는 관심이 없대. 난 오늘 희망이 없는 년이야.”
영미가 다가와 투덜거렸다. 정아는 영미의 말을 귀담아 듣지 못했다. 자꾸만 휴지통에 버려진 신발이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그러잖아도 너 신발 너무 헐어서 내가 하나 사주려고 했는데, 아주 예쁘다.”
영미의 칭찬에 정아는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발등에 벨벳 리본을 달아 클래식한 분위기를 낸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다. 
정아는 용기를 내서 점원에게 말했다. 휴지통에 버린 신발을 좀 보관해달라고. 점원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꾸했다.  
“저 신발 인수오빠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거여서 버리기가 좀 그래.”
정아가 영미의 눈치를 살피며 변명조로 말했다. 영미가 못 들은 척 화제를 바꾸었다. 
“햐, 백희 저년 오늘 계 타는 날이구나. 이틀 전에도 들고 있는 가방으로 손님 눈탱이를 쳤는데.”
정아는 터틀넥의 파트너 이름이 백희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백희는 터틀넥을 가방 코너로 데려가 애교를 부리는 중이었다.  
“이틀 전에도 저 가방을 선물로 받았다는 거야? 근데 왜 똑 같은 것을 골라?”
“그거야 빤하잖아. 저거 일단 가져갔다가 내일 몰래 와서 환불받으려는 속셈이지. 장 마담도 그런 건 눈감아 주니까. 아무튼 백희 저년 손님 후려서 벗겨먹는 기술은 알아줘야 해. 아마 저년은 화대보다 매장에서 챙기는 수입이 훨씬 더 짭짤할 걸.”
정아는 그제야 점원이 헌 신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서까지 새 신발을 신고 가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일단 신발을 신고 가면 환불이 불가능할 테니까. 
벨소리가 울렸다. 정아는 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창을 살폈다. 눈에 익은 번호였다. 종료버튼을 누르자 바로 또 벨이 울렸다. 정아는 문득, 이제는 전화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매장의 구석으로 갔다. 
“아이고, 공사다망하실 텐데 이리 전화도 받아주시고.”
특유의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어금니에 절로 힘이 갔다. 정아는 잠시 전화기를 귀에서 떼었다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무슨 일이지요? 이젠 전화 주실 이유가 없을 텐데요.”
저편에서 잠시 뜸을 들였다. 그 짧은 침묵 속에 담겨있을 미친개의 표정이 떠오르자 정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바로 코앞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허, 채무관계가 끝났다고 이리 뻣뻣하게 나오면 내가 섭섭하지. 미운정도 정인데.”
저편에서 영미가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다들 이미테이션 매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비밀통로로 이동하고 있었다.   
“죄송한데 제가 좀 바빠서요.”
“알고 있어. 지금 구두매장에서 쪽발이 새끼 빨고 있는 거.”
순간 정아는 머리칼이 쭈뼛 서는 느낌에 움찔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주변에 혹시 미친개의 차가 있나 살폈다. 그의 차는 크라이슬러에서 나온 대형에다 디자인이 특이해서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었다. 
“내 차가 어디 있나 찾을 필요는 없고. 바쁘신 분을 위해서 내가 전화를 건 이유를 알려드리지. 이번에 강 회장이 직접 채무를 해결해 주어서 내가 무척 놀랐는데, 근데 말이야, 단 시간에 그 짠돌이 영감을 사로잡은 비결이 뭔지 무척 궁금해졌어.”
“그런 시답지 않은 말씀은 사양하겠어요. 그럼, 이만.”
“잠깐! 내가 잘 못 들었나? 뭐, 시답지 않은 말씀? 이야, 그 사이에 아주 몰라보게 세졌네. 낮술의 힘인가? 좋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러니까 강 회장은 당신을 아가씨로 알고 있더라고. 멋진 처녀라며 아주 칭찬이 대단하셨어. 듣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말이야. 그러니 내 입이 얼마나 근질거렸겠나. 아가씨가 아니라 유부녀고 곧 초등학교 들어갈 딸내미가 있는 여자라는 말이 목젖까지 나왔지만 입술을 깨물면서 참았지. 어때, 이 정도면 나도 당신에게 칭찬받을 만하지 않은가? 지금도 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진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그가 잠시 말을 끊었다. 곧 후, 하고 숨을 길게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아는 그가 내뿜는 담배연기가 자신의 얼굴을 덮치는 것 같아 얼굴을 찡그렸다.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자꾸 열리려는 내 입을 좀 막아줬으면 하는 거야. 기왕 말이 나왔으니 신사적으로다가 내가 제안을 하지. 내일 내가 시간과 장소를 문자로 알려줄 테니까 한 번 보자고. 딱 한 번이면 돼. 머리가 좋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거야. 그럼 이만.”
정아는 전화기를 귀에 댄 채 멍한 표정으로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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