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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05.28 22:10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66)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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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의 연가


“그래도 그만한 작품성 만나기 쉽지 않지요. 더구나 집안 어르신이니 좀 팔이 안으로 굽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정아가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평가에 의무감을 가질 필요가 있나? 이건 그냥 사적인 취향의 문제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봐.”

가슴을 주무르던 손이 슬그머니 엉덩이로 내려왔다. 동시에 혀를 내밀어 유두를 간지럽혔다. 정아는 이게 혹시 두 번째 정사의 전조인가 싶어 바짝 긴장했다.

“혹시 다자이 오사무를 아는가?” 그가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아, ‘인간실격’을 쓴 작가 아닌가요?”

“맞았어, 난 그의 골수팬이지. 작품도 좋지만 다자이의 삶 자체가 대단히 매력적이거든. 내가 보기에는 그가 쓴 소설 보다 그의 생이 훨씬 더 소설적인 것 같아.”

엉덩이를 쓰다듬던 손길이 꼬리뼈를 거쳐 항문 쪽 골로 접어들자 정아는 안절부절못했다. 엉덩이 근육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는 무려 다섯 번이나 스스로 삶을 버리려고 했잖아요. 그러다 결국 애인과 함께 강에 몸을 던져서 동반 자살을 했던가. 어찌 그리도 생애가 비극적인지....”

“공부를 정말 많이 했군. 훌륭해!”

그러면서 엉덩이를 확 끌어당겼다. 그의 성기가 정아의 한쪽 허벅지를 찔렀다. 나른하게 늘어져 있던 그것이 언제 힘을 차린 것일까. 단단한 촉감이 허벅지를 통해 생생하게 느껴졌다. 살짝 몸을 뒤로 뺐다. 시간이 이른 탓에 어차피 한두 번은 더 시달릴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라 당혹스러웠다.

“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좋아해요.”

“그도 아주 매력 있는 작가지. 요절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일본 문학을 쥐락펴락하면서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을 거야.

“그러고 보니 두 작가 다 삼십 대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안타까운 일이지. 불꽃처럼 활활 타올라 한창 빛을 발할 시기에 불현듯 훌훌 털고 떠나버렸으니.”

그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허벅지에 다시 수상한 감촉이 노골적으로 느껴졌지만 정아는 회피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참 멋진 구석이 있어. 자기 생을 자기 의지로 마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난 그들이 참 대단한 결단력의 소유자들이라고 생각해.”

“그게 무슨 결단력이에요. 그냥 독한 거지요.” 정아가 눈을 흘겼다.

“독종이기는 하지. 그거 아무나 하지 못하니까. 나 역시도 몇 번이나 세상을 버리려고 실행에 옮겼는데 그때마다 마지막 고비에서 물러섰거든.”

“어머나, 정말요? 왜 그런 짓을?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자기 부정이자 생명에 대한 모독이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숨결을 가지고 태어난 기적이 우리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었잖아요, 때문에 숨결을 되돌리는 과정에도 우리의 의지가 개입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요.”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정아는 그가 왜 스스로 삶을 버리려고 했을지 짐작이 가긴 했다. 아마도 장애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 다리로 바짝 버텨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다리 하나를 포기한다는 건 얼마나 치명적인 슬픔이며 고통이었을 것인가.

“당신은 한 번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나보지?”

그가 눈을 치뜨며 물었다.

“왜 없었겠어요. 이렇게 우림각이라는 낭떠러지까지 밀려올 때는 몇 고비의 사선을 넘었다고 봐야지요. 실제로 삶의 끈을 놓아버리려고 충동적인 행동을 한 적도 있고요.”

그가 정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라는 표정이었다. 정아는 아차 싶었다. 그 얘기를 시작하면 시간이야 오래 끌 수 있겠지만 자신의 아킬레스인 은지를 노출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정아는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아의 뇌리에는 이미 눈발이 흩날리는 옥상의 황량한 풍경이 떠올랐다.

그날 오후, 정아는 은지를 퇴원시켰다. 폐렴치료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제지하는 의사에게는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는 날이라고 둘러댔다. 은지를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굳게 닫혀있어야 할 옥탑방의 출입문과 안쪽 방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기름이 바닥나 일주일 넘게 보일러가 꺼져있는 상태니 문이 닫혀있든 열려 있든 밖과 실내의 기온 차이는 별로 없을 테지만, 막상 열려있는 문을 보니 몸이 얼어붙었다. 겨우 용기를 내서 안으로 들어가니 방안은 도둑이 쓸고 간 것처럼 엉망이었다. 뒤져봤자 값나가는 것 하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아였지만 방바닥에 선명하게 찍힌 신발 자국을 발견하고는 아연실색했다. 게다가 발자국이 끝나는 지점에는 발자국의 주인이 마치 커다란 동상처럼 버티고 서 있어서 하마터면 정신 줄을 놓을 뻔했다.

정아는 침대 속 전기장판의 온도조절기를 최대로 올린 다음 은지를 눕혔다. 그러는 동안 뒤에서 사내의 닦달이 계속되었다. 왜 돈을 갚지 않느냐는 다그침. 며칠만 말미를 달라는 정아의 사정에도 그는 한동안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장기포기 각서를 쓰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부라린 눈을 되록거리며 돌아갔다.

정아는 이를 악물고 방안의 발자국과 실내로 들이친 눈발을 걸레로 닦아냈다. 그러고는 은지에게 먹일 미음을 끓이기 위해 부엌으로 나와 쌀통의 버튼을 눌렀다. 거푸 눌러도 나오지 않자 뚜껑을 열었다가 그대로 닫았다. 쌀이 없으니 슈퍼에 가서 라면이라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갑을 열었다. 절로 한숨이 났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까보다 눈발이 더 거세졌다. 땀이 식어서인지 심하게 몸이 떨렸다. 정아는 옥상 난간에 기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스팔트가 검정색에서 하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갑자기 코끝이 아려오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평소 내려다볼 때는 오금이 저렸는데 지금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정아는 문득 눈송이와 함께 아래로 날고 싶어졌다. 두 팔과 다리를 펴고 뛰어내리면 충분히 우아하게 날수가 있을 것 같았다. 설사 눈송이처럼 가뿐하게 날지 못해서 아스팔트에 곤두박질친다 해도 덮인 눈이 스펀지처럼 자신을 가뿐히 받아줄 것 같았다. 정아는 날아보기로 결정했다. 주저하면 안 돼, 하고 자신을 격려하며 한발을 난간 위로 올렸다.

바로 그때였다. 정아의 귀에 엄마, 하고 외치는 은지의 새된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뭐하는 거야? 사연 기다리다 이거 날 새겠네.”

더벅머리의 채근에 정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젊은 날에는 누구라도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하잖아요. 저도 그런 수준의 가벼운 시도였어요.”

정아는 귀밑머리를 쓰다듬으며 얼버무렸다. 머리를 들추니 귀가 드러났다. 그의 귀는 컸고 귓불도 도톰했다. 인수의 관상법으로 치면 최상에 속하는 복귀라고 할 수 있었다. 정아는 도톰한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화제를 바꾸었다.

“당신은 이 복귀만 가지고도 평생을 부유하게 살 것 같아요.”

“처음 듣는 얘긴데, 귀에 거슬리지 않는 걸 보니 칭찬인 것 같구먼. 그런데 그런 복을 타고 났다면 내가 이렇게 엉망으로 살 리가 없는데 말이야.”

“그럼 당신의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게 분명해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틀림없이 당신을 위한 복이 찾아와 당신에게 와락 안길 거예요.”

그가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벌려 웃음을 터트렸다. 정아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그가 팔에 힘을 넣어 정아를 바짝 끌어안았다. 사타구니 사이로 그의 단단해진 성기가 들어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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