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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06.24 22:41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70)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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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낮달의 시간 


시내를 빠져나와 천천히 속도를 높였다. 도로변에는 아직도 제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한라산을 왼편 옆구리에 끼고 달리다 산간도로로 접어들었다. 오른편으로 멀리 바다가 보였다. 
운전이 익숙해지자 다른 불안감이 조금씩 밀려들었다. 손을 뻗어 조수석에 던져둔 임신테스트기를 집어 들며 생각했다. 이게 두 줄이 그어지는 비극이 발생하면 어찌해야 하나. 전에는 귀여운 아이들을 볼 때면 나도 저런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 은지를 만날 때 그런 욕심이 잦았다. 그런데 막상 임신의 기회 앞에 서니 겁부터 났다. 
불안하고 찝찝한 마음을 안고 있느니 얼른 소변검사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영미의 뇌리에 적당한 카페 하나가 떠올랐다. 아버지를 뵈러 갈 때마다 중간에 들러 차를 마셨던 곳이 멀지 않았다. 그 카페의 화장실이 넓고 깨끗했었다. 
지대가 높아지자 운전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늘진 도로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미끄러웠다. 구불거리던 길을 벗어나자 저만치 카페가 보였다. 속도를 줄였다. 차에서 내린 영미는 카페를 향해 두어 걸음 걷다가 뭐야, 하며 돌아섰다. 출입문에 ‘임대’라는 안내문이 커다랗게 붙어있어서였다.  
아씨,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투덜거리며 다시 차를 몰았다. 이젠 요양원 화장실에서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미끄러지며 겨우 오르막길을 넘어서자 곧 요양원의 이정표가 나타났다. 
영미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내린 창문을 통해 연기가 하늘하늘 풀어져 사라졌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기를 가졌다면 이 맛난 담배도 끊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럼 무슨 낙으로 살지? 영미는 요양원 이정표를 쳐다보았다. 주름 가득한 아버지의 얼굴이 이정표에 겹쳐졌다.  
‘해오름 요양원’은 피란민으로 내려와 자수성가한 서울의 어느 부부가 노년을 이 섬에서 보내려고 사두었던 땅을 이곳 복지재단에 기증함으로서 세워진 시설이었다. 시설과 운영 면에서 이 섬 최고의 요양원으로 정평이 나서 개인 부담금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입실 대기자가 항상 밀려 있었다.  
1층 로비로 들어서니 소파가 놓인 중앙 홀 쪽에서 휠체어 한 대가 속력을 높여 달려왔다. 영미도 종종걸음을 쳤다. 두 팔을 벌려 영미를 안은 아버지는 연신 등을 토닥이면서, 아이고, 우리 딸! 을 연발했다. 영미도 아버지 볼에 뺨을 비비며 아빠, 잘 계셨어? 하고 콧소리를 냈다. 뒤늦게 나타난 스텔라 아주머니가 반갑게 아는 체를 했다. 그녀는 로비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이었다. 언젠가 일본 방문객이 왔을 때 영미가 우연히 통역을 하게 되어서 얼굴을 익힌 이후로, 아버지를 각별하게 챙겼다.   
“아버지가 새벽부터 일어나 로비를 오르내리셨어요. 우리 딸 오는 날이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광고를 하고 다니시면서요.”
“그래요? 아이고, 좀 더 일찍 올 걸. 우리 아빠 덜 고생하시게.”
“아버님, 예쁜 딸 오니까 얼 만큼 좋아요?”
스텔라 아주머니가 장단을 맞추자 아버지가 목젖이 드러나도록 입을 하 벌리고는 두 팔로 커다랗게 원을 그렸다.  
영미는 가져온 봉지를 휠체어의 테이블 위에 올렸다. 아버지가 봉지를 열고 안의 내용물을 힐끗 살피고는 고개를 젖혀 어금니가 보이도록 입을 벌렸다. 그런 태도는 아마 커다란 수박 때문일 것이리라 짐작했다. 영미는 휠체어를 밀고 승강기를 탔다. 
아버지의 방은 3층 복도 끝에서 두 번째였다. 승강기에서 내려 걷는 동안 열린 방문 사이로 노인들의 모습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봉지를 두 개나 싣고 딸의 호위를 받는 아버지의 모습은 일견 개선장군의 위용과 비슷했다. 중간에 휴게실에 모여 있던 할머니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자, 아버지는 몹시도 거만해졌다.
방으로 들어간 영미는 침대 위에 봉지를 내려놓았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반갑게 아는 체를 했다. 영미는 소리만 듣고도 그가 아버지와 같은 방을 쓰는 마도로스 정 아저씨라는 걸 알았다. 그가 나타나자 아버지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영미는 허리를 펴고 돌아서서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젊어서는 군함을 지휘했고  전역을 하고는 컨테이너를 수천 개나 싣는 무역선을 탔으며 은퇴 무렵에는 모든 선장들의 꿈이라는 도선사로 일하다 퇴역한 정통 마도로스였다. 그는 몸 관리를 잘해서인지 아버지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데도 겉모습은 훨씬 젊어 보였고 활달했다. 아버지는 그를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건 순전히 옆방의 분이 할머니 때문이었다. 그가 할머니에게 관심을 보이며 할머니 방을 무시로 들락거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질투와 미움으로 가득해졌던 것이다.  
마도로스 아저씨는 아버지가 티가 나게 경계를 하자 방안을 한 바퀴 돌아 휴게소 쪽으로 가버렸다. 
“아빠, 왜 화가 났어?”
봉지 물건들을 침대에 꺼내 놓으며 영미가 나지막이 물었다.
“저 영감탱이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코에서 탱크 소리가 나거든. 오죽했으면 옆방의 분이 할머니도 가끔 놀라서 깬다는 거야. 저런 놈은 다른 요양원으로 보내버려야 해.”
“그럼 분이 할머니도 저 아저씨 되게 싫어하겠네.”
영미는 넌지시 아버지의 마음을 떠보았다.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영미가 수박을 꺼내자 아버지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영미는 입고 있던 내의를 벗기고 새 내의를 입혀드렸다. 아버지는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수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미는 수박을 주방으로 가져가 먹기 좋게 잘라서 쟁반에 담아 아버지의 휠체어의 테이블 위에 올려주었다. 아버지는 휠체어를 멋있게 운전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영미는 홍시를 물에 씻었다. 
아버지의 배달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영미가 복도로 나섰을 때 노인들은 저마다 수박을 입에 물고 오물거렸다. 영미는 홍시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분이할머니에게로 갔다. 할머니는 영미를 보자 친딸이라도 만난 듯 두 팔을 벌리고 반겼다. 할머니 눈이 금세 촉촉하게 젖었다. 영미는 휴지를 뽑아 눈물을 닦아드리고 아버지가 놔두고 간 수박을 집어 권했다. 가져온 홍시는 할머니 머리맡 서랍장을 열고 넣어주었다. 한 조각을 맛나게 먹고 난 할머니는 늙으면 이렇게 주책이 없어진다며 젖은 눈으로 배시시 웃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영미에게 수박 한 조각을 주었다. 사양하다 받아서 입에 물었다. 다행히 구토증이 일지는 않았다. 먹으며 보니 아버지는 분이 할머니에게만 일곱 조각을 두고 갔다. 예상대로 특별대우가 분명했다. 
영미는 풍월로 분이할머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이 양로원에 들어온 것이 영미의 욕심에서 비롯된 사치성 입실이라면 분이할머니는 더 좋은 조건을 두고도 쫓기듯 온 불행한 경우였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와의 슬하에 삼남매를 두었다고 했다. 아들 둘과 딸 하나. 큰아들과 며느리는 둘 다 의사로 강남에서 알아주는 성형외과를 운영하는데 할머니 표현으로는 매일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돈다발을 담을 자루가 필요할 정도로 성업 중이라고 했다. 둘째는 딸인데 지방 법원의 부장 판사이고 사위는 변호사라고 했던가. 셋째는 캐나다에서 꽤나 규모가 큰 한인교회 담임목사로 재직 중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영미만 오면 늘 자식 자랑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영미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영미가 보기에 당신의 삼남매는 당신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였다. 아버지에 따르면 그들은 일 년에 한두 번 오는 게 고작이었고 그나마도 가족들이 함께 오는 것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다들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를 방치하는 걸 보면, 그게 무슨 자랑할 만한 자식들인가 싶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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