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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08.07 20:07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74)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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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낮달의 시간


집으로 돌아와 급탕 스위치부터 올렸다. 머그잔에 우유를 따라서 레인지에 돌려두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틀었다. 잔을 꺼내 식탁에 앉아 후후 불어 마셨다.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옷을 벗었다. 욕실로 들어간 영미는 거울 앞에 서서 이편을 바라보는 여자와 눈을 맞췄다. 세상에나! 몸이 점점 더 엄마의 판박이가 되어가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앙바틈한 엉덩이와 매끈한 다리까지 참 독하게도 물려주셨어. 영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시선이 자꾸 배꼽 아래로 갔다. 안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몸에 특별한 변화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바닥을 배에 대고 원을 그려 쓸어보았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눈 딱 감고 낳아서 기를까? 이 생명체가 경철의 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확신만 든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경철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 준 선물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베의 아이라면 문제가 달랐다. 그는 그냥 배설의 형태로 하룻밤 지내고 떠난 나그네일 뿐이니 아이에 대해 어떤 권리와 의무도 없는 사람인 것이다.

누군가 그랬지. 신이 모든 피조물을 다 살펴줄 수가 없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고. 신이 만든 특별한 존재, 어머니! 내가 과연 남편이라는 조력자가 없는 상태로도 어머니의 역할을 해낼 수가 있을까. 그게 가능한 일인가. 영미는 그런 물음을 던지며 욕조에 몸을 맡겼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니 심신이 한결 개운해졌다. 집에서 저녁을 먹을까 하고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바로 조리가 가능한 변변한 식재료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집에서 조리해서 먹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침은 생략하고 점심은 사우나 가는 길에 분식집에서 때웠고 저녁은 늘 우림각 만찬과 이어진 술자리 안주로 해결을 했으니까 말이다.

영미는 좀 쉬었다가 밖에 나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침대에 누워 머리맡에 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 사이 부재중 전화가 셋이나 찍혀있었다. 각기 다른 번호였으나 모두 다나카의 소행이 분명해보여 무시했다. 대신 깜빡거리는 문자함을 열었다.

-아버님 잘 계시다니 좋다. 다음 면회 때는 나도 끼워줘. 참, 자랑할 게 있어. 방금 구두 선물 받았거든. 매너가 아주 좋은 손님이야. 쇼핑도 엄청 많이 한다.

정아가 보낸 문자를 들여다보던 영미는 몸을 획 돌려 배를 깔고 누워 답장을 찍었다.

-오, 대박! 드디어 우리 정아 범털을 만났구나. 가시나 복도 많네.

-범털?

-그래 범털! 모든 손님은 범털 아니면 개털로 나눌 수 있지.

-난 그런 거 몰라. 아무튼 일행 중 내 파트너가 제일 멋진 듯.

-그래? 네 마음에 쏙 들었구나. 그런다고 너무 마음까지 주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 혹시 가면을 쓴 날파리일지도 모르니까. 참, 내일 점심이나 같이 하자. 나 고민이 생겼거든.

혹시 바로 답이 올까싶어 휴대폰을 응시했다. 하지만 문자함은 더 이상 깜빡거리지 않았다. 영미는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돌아누웠다. 정아는 확실히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주가 있구나 싶었다. 우림각에서 잔뼈가 굵은 동료들 중에서 지금껏 구두 선물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은데, 정아는 벌써 두 차례나 선물을 받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선물 공세에 어떤 음흉한 목적이 있을까봐 걱정도 되었다. 영미가 평판에 좋지 않던 다나카를 집에까지 데려와 융숭한 대접을 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첫날의 선물 공세 때문이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만 물욕에 눈이 멀고 말았던 것이다. 정아의 손님만큼은 제발 그런 속물이 아니기를 영미는 진심으로 바랐다.

속이 쓰리면서 허기가 밀려왔다. 영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근처 분식집으로 가 참치김밥에 라면을 곁들여 허겁지겁 먹었다. 계산을 하고 화장실로 가 먹은 걸 고스란히 토했다. 눈물이 그렁그렁 열린 사이로 언뜻 경철의 얼굴이 보였다.

분식집을 나선 영미는 로바다야끼 ‘청춘’을 향해 걸었다. 어둠이 고이기 시작하는 골목을 꺾어 돌자 저편에 눈에 익은 모습이 보였다.

“하이, 오빠! 일찍 나왔네.”

수족관을 들여다보고 있던 경철이 허리를 펴고 고무장갑을 낀 손을 흔들었다.

“어서와, 잘 다녀왔니?”

“덕분에. 차 잘 썼어. 고마워, 오빠!”

“어르신은 건강하시고?”

“누구? 아, 오빠 장인어른? 아주 잘 계셔. 앞으로 20년은 문제없을 것 같아”

영미의 능청에 경철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거 좋은 소식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지.”

경철을 따라 영미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테이블을 닦고 있던 직원이 아는 체를 했다. 영미는 경철을 졸졸 따라붙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근데 오빠, 아버지가 얼른 손주 보고 싶다고 난리시네. 어떡하지?”

“당연히 그러시겠지. 딸내미가 늙어가고 있는데 어떤 부모가 걱정이 안 되겠니?”

“이 남자 말본새 보게. 늙기는 누가 늙어? 아직 이렇게 싱싱한데. 그리고 나 시집가면 어떤 고추 심심할 텐데, 그래도 찬성?”

영미는 홀에서 못 듣게 몸을 바짝 붙여 소곤거렸다. 경철이 입을 하 벌리고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가시나 못하는 소리가 없어. 어쨌든 난 너 시집가는 거 대찬성!”

영미가 다시 바짝 다가서며 속살거렸다.

“오빠, 마음에 없는 그런 소리 집어치우고 내 부탁 좀 들어줘. 뭐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야. 뭐냐 하면, 나 시집 안 갈 테니까, 오빠 애기 하나 낳아서 키우게 해줘.”

경철이 화들짝 놀라며 홀 쪽을 힐끗 살폈다. 직원이 화장실 청소를 하러 가는 것을 본 영미는 더욱 대담하게 말을 이었다.

“난 애기만 있으면 돼. 시시하게 오빠까지 욕심내서 단란한 가정 깨고 싶지 않아. 정말이야.”

경철이 다시 실실 웃음을 흘렸다.

“까짓 거 그러지 뭐. 근데 어떡하니? 나는 이미 우박사가 다녀갔는데. 좀 일찍 말하지 그랬냐.”

“우 박사? 그게 뭔데?”

“그 유명한 분을 몰라? 왜 있잖아. 씨 없는 수박을 만든 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영미가 일순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그....그러니까, 오빠가 지금 씨 없는 수박이란 말이야?”

경철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영미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씨알이 굵어서 그런지 나는 씨를 뿌렸다 하면 애가 생겼어. 그래서 그거 지우느라 애기엄마가 두 번이나 고생을 했지. 그래서 둘째 생기자마자 정관 시술을 받았어. 덕분에 일주일짜리 예비군 동원 훈련도 면제 받고 말이야. 하하하... 야, 그런 표정 짓지 마라. 필요하면 복원 시술을 받으면 돼.”

경철이 야릇한 농담을 던지며 이죽거렸다. 하지만 영미는 대꾸할만한 정신이 아니었다. 내심 기대했던 희망의 불씨가 허망하게 꺼지는 느낌이랄까. 망연자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경철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가 누구의 자식인지 자명해진 것이다.

영미는 부러 태연하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휴, 그럼 내가 지금껏 고자나 다름없는 남자를 흠모한 거야?”

영미는 정수기에서 냉수를 내려 거푸 마셨다. 뭔가 까닭을 알 수 없는 분노가 가슴 속에서 부글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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