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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05.07 23:18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17)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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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17회)

바람의 기억



2. 눈 속의 저 붉은 동백꽃


“나도 이제 가야겠어. 오빠랑 같이 아침까지 데이트하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집에 꼬마손님이 와 있어서.”

화장실에서 패드를 갈고 나온 영미가 재킷의 지퍼를 단속하며 말했다. 경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목도리를 건네며 넌지시 물었다.

“대타 친 그 친구 말이야, 정말로 네 일본어 선생이었어?”

영미는 사실이라고 담담하게 대꾸했다. 경철이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구나. 난 또 마담에게 그 친구 띄워주려고 한 말인 줄 알았지. 그나저나 참 안 됐다. 학원 선생이라면 공부도 많이 했을 텐데.”

“뭐가 안 되었다는 거야?”

목도리 매무새를 살피던 영미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아무래도 장 마담이 보자고 한 게 심상치가 않아서. 앞으로 그 친구 우림각에서 보게 될 것 같지 않니?”

“글쎄. 나도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좀 불안하긴 해. 지금껏 마담언니가 스카웃 관계로 아가씨에게 먼저 만나자고 한 걸 본 적이 없으니까. 게다가 그 친구 입장이 지금 좀...”

영미는 친구가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것 같다는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

“어쨌든 친구가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게 네가 잘 살펴줘라.”

경철이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영미는 대답 대신 오빠는 정말 착한 사람이야, 하고 대꾸했다. 내일 면담 결과가 나오면 바로 알려주겠다고 말한 영미는 경철에게 다가가 두 팔을 벌렸다. 영미가 경철이의 목을 팔로 감싸자 경철이 영미의 허리를 와락 안았다. 매달린 영미가 아이 좋아라, 하고 발을 동동거렸다. 경철이 팔에 힘을 주자 영미의 허리가 뒤로 활처럼 휘어졌다. 영미가 갑자기 헉, 하며 밭은 소리를 냈다. 영미도 팔을 조여 경철의 머리를 앞으로 당겼다. 순간 경철이 소스라치며 팔을 풀었다.

“이런, 망할 오빠! 작별 인사를 이렇게 무드 없이 하다니. 물려도 싸다. 내가 격투기 선수야? 그리 무지막지 조르게. 아, 허리야!”

“우리 집에서는 그렇게 해줘야 좋아하던데...”

경철이 물린 귀를 만지작거리며 흐흐 웃음을 흘렸다.

“어머 그러셔? 우리 형님은 괴롭혀야 좋아죽는 새디스트구나.”

영미는 양손으로 허리를 주무르며 계속해서 조잘거렸다.

“아무튼 오빠도 일찍 접고 집에 들어가. 생신을 맞이하신 강철 허리 마나님께 오늘은 특별한 서비스를 해줘야 할 것 아니야.”

경철이 이미 출근 전에 전야제로 치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얼굴이 붉어진 영미가 손바닥으로 경철의 등을 서너 차례 갈겼다. 영미는 가게 문에 기대 손을 흔드는 경철의 배웅을 뒤로 하고 길로 나섰다. 날이 궂고 시간도 늦어서 골목길은 물론 멀리 큰길가에도 인적이 끊겼다. 가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건물의 벽을 더듬다 사라졌고, 마실을 나온 고양이 한 마리가 꼬리를 세운 채 먼발치에서 가볍게 담을 넘었다. 영미는 아까 장 마담이 낸 발자국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영미는 걷는 내내 정아 생각을 했다. 정아는 내일 장 마담과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짐작이나 하고 있는 것일까. 그나저나 장 마담은 정아에게 어떤 제안을 할 것인가. 영미는 장 마담이 꺼낼 카드가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의 이면에는 내일 만약 장 마담이 정아에게 우림각에 들어올 것을 제안을 한다면 자신은 어떤 의견을 내야할까 하는 고민이 담겨있었다. 영미는 어느 것이 친구를 위한 길인지 판단이 서질 않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집으로 돌아온 영미는 조심스레 아이의 이마를 짚어 열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이 곁에 나란히 누웠다. 오늘은 일이 많은 여러 날을 하나로 잇댄 것처럼 길고 복잡하게 얽힌 하루였다. 영미는 휴대폰을 꺼내 아직도 아무런 응답이 없는 정아에게 문자를 찍기 시작했다.


3. 우림각의 전설 장 마담을 만나다


정아는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다고 분명하게 느꼈다. 꿈을 꾸되 그 꿈을 구경꾼처럼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꿈은 어둡고 습하고 외진 곳을 배경으로 기괴하면서도 어지럽게 전개되었다. 자신의 몸을 탐하고 있던 고바야시가 어느 순간 커다란 거머리로 변해서 사타구니로 파고 드는가 하면, 자신의 몸이 뜬금없이 축축한 지렁이로 변해 어둡고 더러운 땅을 기었다. 그러다 개미 떼를 만났는데, 허리를 잘록하게 묶고 공격해 오는 개미들에게 정아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긴 몸을 멍석처럼 흙먼지에 둘둘 말아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저항에 비례해서 개미들의 공격은 집요했고 그들의 날카로운 집게 입이 완강하게 살을 파고들 때마다 무서움을 동반한 고통에 몸서리를 쳤다.

꿈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 어린 시절의 일상으로 이어졌다. 정아를 안아서 번쩍 들어 올린 아버지가 소의 안장에다 정아를 앉히고는 고삐를 잡고 사립문을 지나 들길로 뚜벅뚜벅 나아갔다. 그러다 벼랑에서 가까운 어느 산자락에 이르렀을 때 뭔가에 놀란 소가 갑작스레 머리를 흔들며 뒷발질을 해댔다. 정아는 그만 중심을 잃고 길섶의 풀밭으로 떨어져 얼굴을 박았다. 정아는 그때 당황한 아버지의 표정 너머로 소의 커다란 젖을 보았다. 그 커다란 젖을 어디선가 나타난 사내가 송아지처럼 머리를 치받으며 빨기 시작했다. 정아가 몸을 일으켜 아빠, 저기 좀 봐요! 하고 돌아보는데 이내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정아는 속으로 무슨 꿈이 이러지 하고 투덜거렸다. 이윽고 젖을 맛있게 빨아대던 사내가 동작을 멈추고 이편을 노려보았다. 눈에서 이상한 빛이 나와서 더럭 겁이 났다. 사내는 곧 네발로 기어 정아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갑자기 달려들어 정아를 풀밭에 눕힌 다음 손으로 가슴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버둥거리던 정아는 사내의 입술이 자신의 유두에 막 닿는 순간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아니, 누가 잡아먹기라도 하나? 왜 이렇게 난리야?”

잠에서 깬 정아는 벌떡 일어나 침대 귀퉁이로 물러앉았다. 꿈과 현실이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눈앞에는 꿈속의 사내가 미친개로 바뀌어 있을 뿐 상황은 비슷한 것 같았다. 정아는 열린 앙가슴을 이불을 당겨 가리고는 미친개를 노려보았다.

“악몽에 시달리는 것 같아 깨워주려고 한 것뿐이니 오해는 맙시다.”

“왜 허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고 그래요? 이래도 되는 거예요?”

“왜, 무단 가택 침입으로 신고라도 하시게? 난 돈을 받으러 열린 출입문을 통해 예의 바르게 들어왔으니 신고하려면 하셔.”

정아는 잠시 눈을 붙였다가 영미에게 갈 요량으로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정아는 잠자코 미친개를 노려보았다.

“뭘 그런 눈으로 봐, 씨발! 지금이라도 돈만 주면 바람처럼 사라져드릴 게. 그나저나 어제 친구에게 돈을 빌려보겠다고 한 계획은 잘 진행되셨나? 가져왔으면 어서 내놓으셔.”

미친개는 손가방을 열어서 노트와 계산기를 꺼냈다.

“며칠만 더 여유를 주세요.”

정아가 애원조로 말했다.

“하, 이거 갈수록 태산이네. 딸내미 교육상 안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인간적으로 대해주었더니만 이 여자가 나를 아주 물로 보는 모양이지. 이참에 내가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 인간인지 한번 보여줘?”


(다음호에 계속)




오을식 소설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제31회 한국소설문학상, 제8회 자유문학상, 제3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련사 가는 길」이 2008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11년 서울문화예술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 「삶과 문화」 편집인 역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쳐, 현재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다.

email: oesnov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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