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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07.17 00:30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26)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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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26회)

바람의 기억



3. 우림각의 전설 장 마담을 만나다


“돈이 되는 건 뭐든 가리지 않았지. 해바라기 씨앗 같은 고만고만한 아이들 아홉을 남기고 세상을 떠버린 아버지를 대신해서 첫째인 내가 동생들 먹이고 입히는 걸 책임져야 했으니까. 그렇지만 콘돔 삼키는 걸 처음부터 작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 어느 날 일하러 나갔는데 단속반이 뜬 거야. 걔네들은 현장을 무작정 치고 들어오지 않거든. 호텔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다음 시간을 재다가 사정이 끝났겠다 싶을 때 쳐들어오지.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니까.”

“맞아요. 저도 룸에 근무할 때 딱 한 번 걸린 적이 있는데 정말 어찌나 시간을 딱 맞춰서 문을 두드리는지 기절할 뻔 했어요. 마치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온 것 같았다니까요. 그래도 저는 평소 교육 받은 대로 급히 조치를 취한 덕분에 간발의 차이로 살았지요.”

“하하하... 그랬구나. 나는 그때 초짜 시절이라 좀 당황했어야지. 더구나 화장실 변기에 증거들을 넣어버릴 시간이 없었거든. 그래서 엉겁결에 그걸 빼서 입에 넣고 삼킨 거야. 거의 무의식적으로. 나중에 단속반이 벌레 씹은 얼굴로 물러간 뒤 하얗게 질린 손님 얼굴을 보니 내가 참 대처를 잘했구나 싶더라. 그 분은 교토 어느 대학의 교수로 나이가 지긋한 분이었는데, 내 손을 잡고서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아무튼 그 손님이 가면서 지갑을 탈탈 털어주셨어. 사실 그게 내게 우림각의 전설이라는 이상한 별명을 안긴 일종의 도화선인 셈이지.”

장 마담과 영미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정아는 간밤의 상황을 떠올렸다. 고바야시와 정사를 나누던 객실에 단속반이 들어왔다면 과연 어떤 그림이었을까. 정아는 나신으로 허둥거리는 자신이 모습이 떠오르자 눈을 질끈 감았다.

“근데 그게 목구멍으로 쉬 넘어가던가요? 전에 애들하고 대기실에서 언니 얘기를 하다가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새 콘돔으로 시도를 했는데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다들 헛구역질에 난리가 아니었거든요.”

“미친 것들! 그게 한번 해보자고 해서 될 일이니? 위기의 순간에 초능력이 발휘된 거지. 한 번 성공하니까 다음에는 자연스레 된 거고. 하긴 나는 뭘 삼키는 것에 대한 경험이 많긴 하다. 내 고향이 세발낙지 산지잖니. 어릴 때부터 아버지 술 마실 때 옆에 앉아서 말동무해드리면 산 낙지 하나씩 얻어먹을 수 있었거든. 나무젓가락에 낙지 머리를 끼워서 발을 둘둘 말아 통째로 입에 넣고 씹다가 삼키는 건데, 뭐랄까, 콘돔은 낙지처럼 입천장에 붙지를 않으니까 그게 산 낙지 먹는 것 보단 훨씬 쉬웠을 수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하하하.”

정아는 장 마담의 입을 바라보았다. 크지 않은 입에 정액이 든 콘돔이 들어가는 상상을 하자 절로 속이 매스꺼웠다. 장 마담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전에 아파서 고생할 때 약을 한주먹씩 입에 털어 넣은 경험도 그걸 삼키는데 도움이 되었겠지. 옛날 보건소에서 주는 결핵 약은 개수가 많았거든. 하루 세 번씩 일 년을 먹었으니 얼른 계산해도 천 번 넘게 그 많은 약을 털어 넣었지. 그렇게 단련된 목젖이니 뭔들 못 먹겠니.”

장 마담이 입을 하 벌리고 손가락으로 입 안을 가리켰다. 목젖 대신 금색으로 반짝이는 어금니 하나가 정아의 눈에 들어왔다. 정아는 문득 아버지의 밭은 기침소리를 떠올렸다.

“저희 아버지도 결핵 때문에 크고 작은 알약을 한 번에 열두 알씩 입에 넣으셨어요. 게다가 엉덩이 주사까지. 그게 뭐더라 주사 이름이...”

정아의 말에 장 마담이 화들짝 깨나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어르신도 폐 때문에 고생하셨구나. 아마 황산스트렙토마이신이었을 거야.”

아, 맞아요, 하고 정아가 손뼉을 쳤다.

“햐, 마담 언니는 진짜 안 해본 게 없네요. 진짜 삶 전체가 전설이세요. 언제 또 결핵에는 걸리셨대요?”

영미의 감탄에 장 마담이 손사래를 쳤다.

“결핵이 전설과 무슨 상관이 있니. 그리고 그건 내 나이 열일곱에 얻은 병이었어. 한참 피어나는 그 꿈 많은 시절에 말이야. 다 가난을 통해서 온 병이지. 중학교도 겨우 다닌 형편이라서 고등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참에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방직 공장이 있다고 해서 마산으로 갔다가 그만....”

냉면이 들어왔다. 장 마담의 과거사는 냉면 그릇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전염의 위험성 때문에 돈도, 공부도 못하고 쫓기듯 고향으로 돌아와서야 겨우 치료를 했으며, 잘 먹어야 낫는다는 의사 말에 동네 개구리며 뱀을 수도 없이 잡아서 고아 먹었다는 말에는 영미도 정아도 젓가락질을 멈추고 장 마담을 바라보았다.

정아는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워 주사를 맞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주사는 늘 엄마가 놓았다. 엄마는 항상 아버지의 하얀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린 다음 주사바늘을 꽂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정아는 왜 아픈 아빠를 때리느냐고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고는 했었다. 그게 근육의 긴장을 풀어서 주사바늘이 아프지 않게 들어가게 하는 지혜라는 것을 정아는 훨씬 뒤에야 경험을 통해서 알았다. 환하게 웃는 아버지와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자 정아는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졌다. 문득 두 분이 나를 어떻게 키웠는데 지금 이러고 있나 싶은 자괴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니, 밥 먹다 말고 왜 그러는 거냐?”

영미가 장 마담의 눈치를 살피며 정아를 나무랐다. 정아는 얼른 손등으로 눈시울을 훔쳤다.

“내가 괜한 결핵 얘기를 해서 정아를 슬프게 했구나.”

“죄송해요. 아버지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요. 저를 정말 아끼셨거든요.”

정아의 눈시울이 다시 젖었다.

“혹시.. 돌아가셨니?”

“네, 결핵으로 가신 건 아니고요. 사실 저 때문에 돌아가신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자책하지 말거라.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 않았니. 그건 다 하늘에서 정하는 거야.”

장 마담이 휴지를 빼서 건네며 말했다. 정아는 눈물을 닦아낸 다음 코를 풀었다. 장 마담이 정아의 젖은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살면서 상처나 흉터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다들 저마다 가슴 속 깊이에 상처주머니 하나씩 묻어두고서 가끔 꺼내보며 화내고 다독이며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특히나 우리 우림각 아가씨들 하나하나는 정말 걸어 다니는 소설책이라고 할 만큼 지나온 삶이 흥미롭다. 다들 상처에다 흉터투성이들이지. 내가 알기로 우리 영미의 인생사도 한 편의 삼류영화는 되고도 남지 아마.”

“아이 참, 일류는 못 되어도 이류 영화는 됩니다.”

정아의 눈물바람에 시무룩해있던 영미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장 마담이 잔을 들었다.

“어쨌거나 정아야, 환영한다. 앞으로 우리 잘 해보자.”

순간 영미가 화들짝 깨나며 반겼다.

“정말요? 우리 정아 정말 받아주시는 거예요?”

“우리 영미 부탁이니 안 들어줄 수도 없고, 또 정아는 비록 대타이기는 해도 어제 우리 우림각 손님을 안정적으로 접대했으니 이미 우리 직원이나 다름이 없지. 예전의 호시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악물고 일해서 악착같이 모으면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열심히 해봐. 자, 그런 의미에서 건배하자.”

정아는 마치 급하게 일어섰을 때의 어지러움 같은 현기증을 이겨내느라 잠시 눈을 감았다. 아, 이제 내 삶이 위태롭게 뒤틀리며 흘러가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정아는 좀 두렵고 불안해졌다. 잔을 든 영미가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는지 물었고, 장 마담이 히로시마에서 단체손님이 오는 이번 주 토요일 좋겠다고 대답했다. 


(다음호에 계속)


오을식 소설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제31회 한국소설문학상, 제8회 자유문학상, 제3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련사 가는 길」이 2008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11년 서울문화예술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 「삶과 문화」 편집인 역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쳐, 현재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다.

email: oesnov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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