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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09.25 23:16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35)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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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밤의 꽃


정아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정돈된 일자형 짙은 눈썹과 커다란 눈망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스물두 살에서 멈춰있었다. 고아라. 작명한 이가 성장한 모습을 분명하게 상상하며 지었을 것 같은 이름이었다. 표정에서 불운의 그림자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아가씨는 무슨 연유로 저 향기로운 나이를 접고 쓸쓸하기 그지없는 이 공간으로 온 것일까. 정아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은지를 내려다보았다. 은지는 돌잔치에 찍었음직한 아기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빠께 뽀뽀해 드리렴. 다시 또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은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아를 향해 팔을 벌렸다. 정아는 은지를 품에 안고 일어서서 인수와 눈높이를 맞춰주었다. 뽀뽀를 끝낸 은지가 작고 보드라운 손으로 인수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아빠, 이 이모랑 몰래 손잡으면 안 돼요. 은지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정아는 은지를 안고서 추모관을 빠져나왔다. 돌아보고 싶었지만 다시 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앞만 보고 걸었다.

“근데, 엄마! 아까 아빠 아랫줄에 있는 아기 봤어요?”

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불쌍하지요? 왜 그렇게 빨리 죽었을까요?”

“글쎄다. 하느님이 알아서 데려가셨으니 이유는 하느님만 아시겠지.”

밖으로 나온 정아가 품에서 은지를 내려놓으며 대꾸했다. 사실 정아도 인수를 보러 올 때마다 그 사진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기도 그렇지만 저 어린 것을 앞세운 엄마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 하는 짐작 때문이었다.

“에이 엄마는 선생님이 돼가지고 것도 몰라요? 나는 아는데. 우리 아빠도, 저 이모도, 그 아기도 왜 그렇게 일찍 죽었는지.”

은지가 턱을 쳐들고 정아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딸이 그걸 안단 말이야?”

“그럼요! 그건 말이에요, 까마귀 때문이에요.”

“까마귀?”

“네, 까마귀요.”

은지가 양팔을 펴서 새처럼 팔락거렸다. 정아는 은지가 저번에 이동도서관에서 빌려온 조류에 관한 책을 제대로 읽은 모양이라고 짐작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이 살던 아주 옛날에는 요, 사람들이 태어난 순서대로 세상을 떠났대요.”

“그래?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죽는 순서가 뒤죽박죽일까?”

정아는 부러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다 까마귀 때문이라니까요.”

공원 출입로에 새로운 장의 행렬이 들어오고 있었다. 고인의 영정을 모신 선두 차에 이어 여러 대의 차량이 꼬리를 물고 들어왔다. 그 모양이 마치 설국의 열차처럼 지루하게 이어졌다. 정아는 망자가 궁금해졌다.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들이 대부분 외제거나 대형승용차인 것으로 보아 망자의 사회적 위상이 간단치 않다는 것은 이해가 되었으나, 차에서 튕겨지듯 내리는 또래의 건장한 청년들의 모습이 아무래도 이상해 보였던 것이다. 검은 양복을 단정하게 입은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화장장 을 에워싸고는 누군가의 구령에 맞춰 허리를 직각으로 접었다. 그러고는 뒤로 돌아서서 쉬어 자세로 전방을 응시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중요한 경기가 열리는 운동장이나 공연장에서 경기나 공연을 보지 않고 관중석을 응시하는 경호원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저들이 혹시 망자를 데려갈 저승사자를 제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일까, 정아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까마귀는요 원래 하느님 심부름꾼이었대요.”

“오, 그랬어? 까마귀가 아주 중요한 일을 했구나.”

정아는 장의차에 시선을 둔 채로 대꾸했다.

“무슨 심부름을 했냐면요, 하느님이 이제 죽어야 할 사람 이름을 쪽지에 적어주면 그걸 물어다 저승사자에게 전해주는 역할이었어요. 근데 하루는 이 까마귀가 하느님을 만나고 오다가 그만 쪽지를 잃어버린 거예요.”

“저런, 여자 친구랑 수다를 떨다가 쪽지를 바람에 날린 걸까?”

은지가 까르르 웃었다.

“아무튼 까마귀는 혼이 날까봐 저승사자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하느님이 주신 쪽지는 자기 머리 안에 있다고요.”

“아이고, 저런 거짓말쟁이! 그래서?”

“저승사자가 그 내용을 물으니까, 까마귀는 주위를 들러보면서 자기 눈에 보이는 사람을 날개로 가리키며 말했대요. 이번에 죽을 사람은 저기 저 아기, 저 할머니, 저 청년, 저 아가씨...”

“세상에나, 나쁜 까마귀 같으니라고.”

정아는 은지가 책에서 읽은 것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기특해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니까 그때부터 사람들 죽는 순서가 뒤죽박죽된 거구나. 까마귀가 쪽지를 잃어버린 바람에. 아,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뭔가 잊어먹으면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고 놀리는데 그래서 그런 말이 생긴 모양이지?”

“그건 몰라요. 아무튼 오래 살고 싶으면 까마귀를 만나지 말아야 해요. 혹시 만나도 절대로 눈을 마주치면 안 돼요.”

정아는 은지의 손을 이끌고 화장장 쪽으로 걸었다. 추모관에서 공원 밖으로 나가는 지름길이 있었으나 아직 제설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큰길로 나가야 했다.

문득 걸음을 멈춘 정아가 쓰레기 소각장 쪽을 가리키며 소곤거렸다.

“딸아, 저기 좀 봐. 저거 까마귀 아니니?”

정아의 턱짓을 쫓아 고개를 돌리던 은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쳤다.

“엄마, 손으로 얼른 얼굴 가려요! 빨리!”

정아는 품으로 뛰어든 은지를 토닥이며 소각장을 바라보았다. 서너 마리의 까마귀가 총총걸음으로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까마귀들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까치들이 나타나자 선선이 자리를 내주고는 저편 숲으로 날아갔다.

정아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검은 양복들의 시선이 아주 가까이에서 느껴졌다. 그들은 동일한 유전자를 나눈 형제들처럼 살집이 있는 데다 눈빛마저 고약해서 더 가까이 가거나 말을 붙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정아는 검은 양복들에게 다가가려는 은지를 제지했다.

마침 저편 장의차의 뒷문이 열리고 망자의 관이 나왔다. 누군가의 구령에 따라 검은 정장들이 일제히 관을 향해 돌아섰다. 모두가 다시 허리를 직각으로 접었다. 흰 장갑을 낀 검은 정장들에 의해 관은 곧 화장장 출입구로 들어갔다. 여느 장례식과 달리 장의차에서 나온 관이 화장장 안으로 사라지는 동안 누구도 소리 내서 울거나 곡을 하지 않아서, 마치 음이 소거된 한 편의 동영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망자를 보내기 위해 이렇게 많이 모인 사람 중 아무도 소리 내서 슬퍼하지 않는 이 죽음의 정체가 궁금해서 정아는 자꾸 화장장 입구를 힐끗거렸다.

문득 인수를 보낼 때가 떠올랐다. 인수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오직 정아를 통해서 왔다고 확신한 인수 가족들의 냉대와 절규 때문에 정아는 저 화장장 출입구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호랑이처럼 튼튼한 내 아들을 잡아먹은 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그날 인수 어머니의 절규는 이 양지공원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일제히 놀랄 만큼 강력했었다. 인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정아만 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은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수가 은밀하게 정아의 질을 통해 보낸 은지는 그때 막 정아의 난자에 착상을 시도하고 있던 터라 정아와 한 몸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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