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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01.23 00:18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4)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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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4) 
바람의 기억


1, 놀라지 마라, 삶은 함정은 어디에나 있다.


“너야 잘 모르겠지만, 우리 우림각 아가씨 숫자가 오백 명이 넘던 시절이었지. 이웃 송림각에도 비슷한 숫자의 아가씨들이 있었고. 그때가 아마 임진왜란 이후 일본 사내들이 제일 많이 들어온 시기였을 거야. 왜란 때는 조총과 칼을 들고 바닷길로 왔지만 이번에는 지갑에 엔화를 두툼하게 넣고 하늘 길로 온 거지. 연령도 다양했어. 총각 딱지는 뗐을까 싶은 새파란 애들부터, 행여 복상사가 염려되는 노인네까지. 직업도 가지가지였고. 이들의 공통점은 딱 한 가지, 하룻밤 즐길 짝을 찾는 수컷들이라는 거. 아무튼 여자를 사려고 몰려오는 일본 사내들 때문에 공항과 호텔은 늘 북새통이었어. 덕분에 평판이 좋은 우림각은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준비된 아가씨들이 동나던 시절이었지.”

영미가 찻잔을 눈썹 높이로 들었다. 정아는 차로 무슨 건배를 하느냐고 눈을 흘겼다. 입술을 축인 영미가 말을 이었다.

“그날은 미경이가 우림각에 들어와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드디어 머리를 올리는 아주 중요한 날이었어. 말하자면 처음으로 손님을 받아 정식 다찌가 되는 날이었으니까. 근데 그날 밤 우림각이 발칵 뒤집힌 거야.”

“어머나, 왜?”

“왜는 왜야, 우리 신입 미경이 때문이지. 밤중에 미경이 파트너가 클레임을 걸어온 거야. 쉽게 말해서 여자를 바꿔달라는 민원이 들어온 거지.”

“저런! 그러기도 해?”

“흔한 일은 아니고.”

정아는 건너편 테이블을 다시 힐끗 살폈다. 이번에도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정아는 창을 통해 바깥을 살피는 양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람은 여전히 거칠었다. 나무들은 몸을 뒤틀었고 마른 억새와 풀들은 누웠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호텔로 들어간 미경이는 샤워를 마치고 침대로 갔어. 몸집이 좋은 파트너는 먼저 씻고 누워서 미경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파트너는 미경이의 나신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어.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팔을 벌려 미경이를 맞아주었지. 거기까지는 완벽했어. 그런데 미경이는 무슨 까닭인지 서둘러 일을 시작하려고 덤비는 파트너를 제지하고는 손을 잡아 끌어 몸을 일으켰지. 미경이는 침대 위에 먼저 무릎을 꿇고는 파트너에게도 자기처럼 무릎을 꿇으라고 말했어. 왜 그랬을까? 미경이는 왜 매뉴얼에 없는 행동을 했을까. 맞아, 미경이는 모든 일을 기도로 열고 기도로 끝맺는 독실한 신자였던 거야. 미경이는 파트너의 손을 잡고 기도를 시작했지. 기도의 들머리는 다소 부자연스럽고 산만했대. 바짝 독이 오른 파트너의 물건이 자기를 노려보며 까딱거려서 기도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거지. 하지만 눈을 감자 곧 정상으로 돌아왔어. 궤도로 진입한 기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흠 잡을 데가 없었어. 열렬했고 간절한 내용으로 충만했대. 신선한 다찌라고 해서 웃돈을 주고 미경이를 택한 파트너는 이걸 신입 다찌가 머리를 올리는 신성한 의식이라고 판단하고 맞잡은 손을 흔들며 열성적으로 동참 했지. 덕분에 기도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어. 미경이는 얼마 전에 육지부에서 특별히 모셔온 목사님이 인도하는 심령부흥대성회에 참여했는데 그때 받은 은혜 덕분인지 도무지 거침이 없었대. 자신도 모르게 부흥회 때의 방언이 그대로 튀어나왔으니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겠지. 근데 조금 문제가 생겼어. 처음에 신기해하던 파트너가 슬슬 지루해하기 시작한 거야. 다리에서 쥐가 나기 직전이었고 독이 올라있던 물건도 시들시들 졸기 시작했거든. 무엇보다 신성한 의식이 방언을 포함한 한국어로 길게 진행된 까닭에 이게 어디에서 끝이 날지 전혀 알 수가 없어 짜증이 나기 시작했던 거지. 신참 다찌들이 대개 그렇듯 미경이도 그때는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했거든. 어쨌거나 기도는 절정을 향해 달렸어. 주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토씨 하나까지 모조리 기억하사 불소나기 같은 은혜를 주실 것을 확신한 미경이는 목청껏 주여, 주여! 연호하며 울부짖기 시작한 거야. 바로 그 순간이었어. 파트너의 오른손이 미경이의 손을 빠져나가 커다란 원을 그렸다고 해. 미경이는 바로 그때 하늘이 환하게 열리면서 커다란 은총의 별 하나가 이 세상을 다 밝히고도 남을 만큼 반짝 빛나는 것을 보았대. 눈이 멀 만큼 부신 찬란한 빛에 이어 곧 은총의 나팔소리가 천둥처럼 쏟아졌지!”

“정말!”

“그렇고말고. 이건 미경이의 변함없는 증언이야.”

“햐, 신기하다!”

“틀림없었대. 우리 우림각 오백 아가씨들 모두는 감탄했지. 어떻게 침대에서 나신으로 기도를 하고 그런 축복의 메시지까지 받을 수 있는지. 그런데 미경이가 전한 그 엄청난 뇌성 같았다는 축복의 말씀을 전해 듣는 순간 우리 모두는 절망했어.”

“어떤 말씀이었는데?”

정아는 영미의 입을 주시했다. 영미는 잔에 남은 보이차로 다시 입을 축인 뒤 잠시 뜸을 들였다가 정아 귀에 대고 나직하게 말했다.

“그건 바로, 빠가야로!”

“바카야로? 에이, 그게 뭐야, 욕으로 축복을?”

“맞았어. 빠가야로는 하나님이 은혜를 주실 때 쓰시는 정결한 용어가 아니잖아. 고문 잘하는 일본순사들이나 쓰는 욕이지. 그래서 우리는 확신했지. 그 축복의 본질은 다름 아닌 파트너의 인내심이 폭발한 분노의 싸대기였을 거라고.”

“그럼 기싸마가 혹시?”

“그렇지, 우리 정아 똑똑하다. 그러니까 기싸마는 기도하다 싸대기 맞은 막달라 마리아의 준말인 셈이지.”

정아가 먼저 배를 잡고 테이블 위로 쓰러졌고 영미가 이어 허리를 접고 깔깔거렸다.

“기싸마 덕분에 우리는 큰 교훈을 얻었지. 언제 어디서든 기도는 짧게, 섹스는 길게 하는 게 좋다는 걸.”

결혼식 주례사도 그렇다고 정아가 장단을 맞췄다.

“근데 그렇게 클레임을 걸어오면 어떻게 되는 거야?”

테이블 위에 왼뺨을 댄 채로 정아가 다시 속삭이듯 물었다.

“어쩌긴, 바꿔줘야지. 손님이 왕인데. 단, 상품에 손상이 없어야 해. 마켓에서도 봉지를 개봉한 사탕은 안 바꿔주잖아. 이 바닥도 같아. 근데 봉지 개봉해서 맛까지 보고 바꿔달라는 빠가야로가 간혹 있거든.”

정아는 건너편 테이블의 시선이 이편을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미도 눈치를 차린 듯 목소리를 더 낮춰서 소곤거렸다.

“물론 기싸마 파트너 같은 경우는 당연히 바꿔줘야지. 상품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개봉 전 단순 변심이니까. 문제는 당시에 바꿔주려고 해도 이미 아가씨가 동나서 대타로 나갈 인재가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그날 당직을 서던 마담언니는 거울 앞을 서성거리면서 본인이 좀 꾸미고 나갈까 고민을 했지. 그러다 결단을 내렸어. 주방에서 다음 날 쓸 과일들을 손질하고 있던 은퇴한 다찌 아줌마를 꽃단장시키기로.”

갑자기 영미가 말을 끊었다. 귀신도 제 말하면 온다는 격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기싸마가 이편을 향하고 있었다. 정아도 자세를 바르게 고쳤다. 잠깐 실례하겠다며 정아에게 눈인사를 보낸 기싸마는 손짓으로 영미를 불렀다. 기싸마의 표정이 어두워서 혹시 방금 영미가 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닌가 싶어 조바심이 났다. 영미는 정아의 어깨를 감싸며 내 친구라고 소개하고 괜찮으니 곁에 앉으라고 말했다. 기싸마는 아까 영미가 부츠를 벗다 이마를 깠던 자리에 걸터앉아 이편을 향해 몸을 틀었다.

“어때 고바야시 괜찮지?”

영미가 묻자 기싸마는 대답 대신 뭔가 불만이 있어 터트릴 구실을 찾는 아이처럼 입술을 내밀었다.


(다음호에 계속)




오을식 소설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제31회 한국소설문학상, 제8회 자유문학상, 제3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련사 가는 길」이 2008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11년 서울문화예술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 「삶과 문화」 편집인 역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쳐, 현재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다.

Email: oesnov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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