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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02.13 02:09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7)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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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7)
바람의 기억


2. 눈 속의 저 붉은 동백꽃 

약국을 나온 영미는 다시 사거리를 향해 걷다가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앞에서 멈췄다. 피자가게는 약국 건너편 골목 초입에 있어서 4차선 도로를 건너야 했다. 영미는 포장 주문을 넣어두고 다시 보도로 나와 같은 길 오른편으로 보이는 전복식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곧 거대한 그랑드 호텔의 위용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 시간 수없이 드나들어 집과 다를 바 없이 친숙했던 호텔이 오늘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불이 켜진 객실은 많지 않았다. 영미는 아까 정아와 고바야시를 태운 승강기가 8층에서 멈췄던 것을 떠올리면서 눈대중으로 아래에서 위로 여덟을 센 다음 옆으로 나란히 늘어선 객실의 창문을 훑었다. 불을 밝힌 창문들을 하나하나 눈여겨 살피던 영미는 문득 창가에서 이편을 내려다보는 한 쌍의 남녀를 발견하고는 목을 늘였다. 남자의 인상이 이마가 넓은 고바야시와 비슷해서 기대를 가졌으나 여자의 머리 모양이 정아와는 확연히 달라 아쉬웠다. 영미는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켰다. 바람 때문에 라이터는 번번이 불을 살리지 못했다. 식당 유리창에 옆구리를 바짝 붙여서 바람을 막고 라이터를 손바닥으로 병풍처럼 둘러서야 겨우 담배에 불이 붙었다. 영미는 연기를 길게 허공으로 뿜어내며 다시 호텔을 쳐다보았다. 정아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체크인 후 한 시간 이상이 흘렀으니 아마도 이미 침대로 불려갔을 가능성이 높다. 문득 노동으로 단련된 고바야시의 위협적인 나신이 떠올랐다. 은지 아빠를 보내고 혼자가 된 후 지난 4년 넘게 남자를 받아들인 적이 없는 정아가 과연 작정하고 온 고바야시를 상대로 길고 긴 겨울밤을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영미의 경험상 고바야시는 특별하게 변태적이거나 체위를 두고 까탈을 부리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희 때 검지와 중지를 하문 깊이 넣고 꽤 긴 시간 괴롭히는 습관이 있기에 직업적으로 손님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정아로서는 밀려드는 수치심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영미는 정아가 찻집에서 고바야시와 함께 호텔로 가겠다고 했을 때 끝까지 막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친구의 선의는 존중하되, 이 일은 어디까지나 직업의 경계와 윤리의 한계가 분명한 일임을 설명해서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진 상황이니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일까. 영미는 다시 또 창문을 한 차례 에둘러 훑어보고는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 피자 주문을 받은 아가씨가 가게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을 본 정아는 아가씨와 눈길이 마주치자 손을 들어 알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영미는 택시를 잡기 위해 보도 가장자리에 섰다. 은지에게 전에 미미인형을 사다준다고 했던 약속이 떠올라 근처에 완구점이 어디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 택시가 와서 멈췄다. 영미는 완구점으로 가려던 마음을 접고 택시에 올랐다. 
“춥지요? 어디로 모실까요?” 
세월의 서리가 머리 전체에 하얗게 내린 기사가 룸미러를 통해 물었다. 영미는 구시가지 부자마트 앞으로 가자고 말했다. 차가 출발하자 영미는 몸을 틀어 시야에서 멀어지는 호텔을 애써 바라보았다. 경황이 없어서 그랬을까, 정아에게 호텔 객실이라도 좀 신경을 써줄 걸 그랬다 싶은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우림각에는 숙소에 관한 불문율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신참 다찌에게 그랑드 호텔 1018호 객실을 배정한다는 것. 물론 정아는 우림각 소속도 아니고 머리를 올리는 신참 다찌도 아니니 거기에 억맬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 않았는가. 10층 18호는 스위트룸이었다. 객실료는 높지만 비싼 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는 룸이었다. 우선 객실의 넓이와 비품들의 퀄리티는 차치하고라도 승강기와 떨어져 있어 조용할 뿐만 아니라 비상구와는 가까워서 화재시는 물론이고 혹시 모를 단속에도 은밀하게 대처하기 좋은 위치였다. 게다가 조망권이 훌륭했다. 여러 개의 창문을 통해 드넓게 펼쳐진 바다는 물론이고 이 섬의 랜드마크인 해발 1950m의 아름다운 산 풍경을 누워서도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객실이었던 것이다. 
물론 불문율이 생긴 건 전혀 다른 이유가 있어서였다. 아주 오래 전, 마침내 일본 관광객을 위해 우림각 문이 활짝 열린 첫날, 수백의 신입 다찌들이 그랑드 호텔에서 동시에 머리를 올리고 다찌가 되었다. 거기에는 그저 평범한 외모여서 전혀 시선을 끌지 못한 아가씨가 하나 끼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누구도 그녀가 훗날 우림각의 전설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몸 하나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마침내 다찌계의 전설로 추앙을 받게 된 그녀. 그녀가 머리를 올리고 다찌가 된 객실이 바로 1018호였던 것이다. 때문에 우림각에 발을 들인 신입이라면 누구라도 성공한 선배의 기가 서려있는 1018호를 배정 받으려 노력했고 그게 우림각의 불문율이자 전통으로 굳어진 것이었다. 
“피자지요? 냄새가 참 좋네요.” 
기사의 눈이 룸미러에 다시 나타나 말을 붙였다. 영미는 자세를 고치며 냄새를 풍겨 죄송하다고 대답했다. 기사가 명랑하게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정말로 좋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술꾼들이 풍기는 안주 냄새며 술 냄새를 생각하면 이건 천국의 향기지요.” 
기사는 대화에 주린 듯했다. 영미가 반응을 보이자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정치며 경제 사회 각 부분에 대한 이즈음의 이슈들을 하나하나 꺼내 설명하고 자신의 감회와 논설까지 덧붙이는 형식이었다. 종일 라디오를 듣는 덕분에 좁은 택시 안에서도 세계가 어찌 돌아가는 지를 빠삭하게 꿰고 있다는 자랑도 빼지 않았다. 
“그나저나 경기가 계속 나빠져서 걱정입니다. 지금 제가 나이 칠십을 향해서 시속 65km로 달리는 중인데요, 요즘 같은 불황은 처음인 것 같아요.” 
“택시도 손님이 많이 줄었지요?” 
영미도 맞장구를 쳤다. 
“그럼요, 전에는 이 시간이면 저희가 손님을 골랐어요. 해가 있는 시간에는 신혼부부들 관광시키고, 해 떨어지면 퇴근하는 분들, 또 술 찾고 꽃 찾는 손님들 태우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근데 요즘 택시로 관광하는 신혼부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다들 외국으로 나가버리고 어쩌다 와도 렌터카를 쓰지요.” 
하긴 그러고 보니 요즘 신혼부부들이 보이지 않았다. 전에는 영미가 퇴근하는 아침이면 미용실마다 머리를 손질하려는 한복 차림의 신부들로 늘 북적거렸었다. 
“신혼부부도 그렇지만 일본 관광객도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영미는 짐짓 물정을 모른다는 투로 말했다. 
“줄다 마다요. 재작년까지만 해도 길에 널린 게 일본 사람들이었거든요. 근데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요. 아까 오후에 우림각에다 아가씨를 내려줬는데 그 아가씨가 그럽디다. 요즘 일감이 들쭉날쭉 있어서 일본으로 원정이나 가야겠다고. 그만큼 일감이 줄었다는 반증이지요.” 
우림각 이야기에 영미는 속으로 뜨끔했다. 오후에 이 택시를 탔다는 우림각 아가씨는 누구였을까. 혹시 급하게 호출을 받은 기싸마가 아니었을까. 기싸마는 평소에도 일본으로 가서 승부를 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으니까. 영미는 기사에게 혹시 그 아가씨를 해안가 찻집에서 태웠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기사의 눈이 다시 룸미러에 나타났다. 
“참, 엊그제 뉴스 보셨지요? 저기 육지부의 윤락업소에서 화재가 나는 바람에 아가씨 5명이 사망한 거. 업주가 도망 못 가게 밖에서 문을 잠가 놓은 바람에 생떼 같은 아가씨들이 속수무책으로 불에 타 죽은 사건 말이에요.” 
(다음호에 계속)


오을식 소설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제31회 한국소설문학상, 제8회 자유문학상, 제3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련사 가는 길」이 2008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11년 서울문화예술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 「삶과 문화」 편집인 역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쳐, 현재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다.

Email: oesnov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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