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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03.06 03:36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9)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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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기억




2. 눈 속의 저 붉은 동백꽃

“어휴, 저거 엄마가 먹은 거니 은지가 먹은 거니? 저렇게 두면 바퀴벌레들이 와서 수영을 하는데.”

화장대 위에 국물이 반쯤 남은 컵라면 용기를 가리키며 영미가 물었다. 은지가 오물거리기를 멈추고 대답했다.

“그거 미친개 아저씨가 먹은 거예요.”

“뭐, 미친개? 개가 컵라면을 먹어?”

은지가 까르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개가 아니고, 아저씨 이름이 미친개에요.”

“정말? 거 참 이름 한번 요란하다. 엄마 친구야?”

“모르는 아저씨에요. 엄마한데 돈 달라고 막 화를 내요. 방에 신발 신고 들어와서.”

은지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영미가 바짝 다가앉아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미는 새 피자 조각을 은지에게 건네고는 다시 한 번 천천히 방안을 둘러보았다. 어수선하게 방치된 살림에서 뭔가 까닭이 분명하지 않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오늘 아침 전화로 했던 말도 마음에 걸렸다. 요즘 내 꼴이 수평선에 걸린 쪽배 같아. 먹구름이 몰려오는 망망대해에서 혼자 노를 젓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정아가 한숨을 섞어 그렇게 말했을 때, 영미는 얘가 요즘 많이 외로운 모양이구나 싶어 나 역시 그렇다고 웃어넘겼었다. 혹시 정아의 하소연이 미친개라는 사람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되었다. 영미는 컵라면 용기를 들고 주방으로 나가 국물은 개수대에 따르고 용기는 쓰레기통에 넣었다. 은지 약 먹일 물을 찾다가, 혹시 여기에 있나 싶어 냉장고를 열었다. 영미는 허리를 굽혀 안을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텅 빈 냉장고에서 냉기 이상의 냉기가 싸하게 밀려왔다. 얘가 살림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영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이게 그 미친개 발자국이니?”

영미가 문지방 앞에 선명하게 찍힌 신발 자국을 가리키며 물었다.

“맞아요. 엄마가 아저씨한테 왜 신발을 신고 들어 오냐고 하니까, 신발 벗으면 발 시리다고. 나쁜 아저씨지요?”

영미는 대답 대신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허공에 대고 휘둘렀다. 은지도 영미를 따라 조막손을 휘둘렀다.

영미는 정아가 돌아올 때까지 은지와 함께 있으려던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방이 너무 추워서 은지의 감기가 도질까 걱정이 되었고, 영미 또한 이 냉기 가득한 곳에서 밤을 지새울 자신이 없었다. 더구나 미친개라는 사람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강 짚이는 구석이 있어 혹시라도 그가 밤중에 다시 찾아와 막무가내로 굴면 어쩌나 싶었다.

새로 건넨 피자 조각을 은지가 밀어내자 영미는 남은 피자를 접시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이불 위에 깔아둔 신문지를 정리했다.

“우리 은지 오늘은 코알라이모네 집에서 자자.”

뒤늦게 말뜻을 알아차린 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폴짝거렸다.

“엄마한테는 이모가 말할게. 은지 공주님 이모네 집으로 고고한다고. 엄마는 내일 아침에야 일이 끝나니까 끝나면 이모네 집으로 오라고 하자.”

영미는 전화기를 꺼냈다. 정아에게서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영미는 은지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는 문자를 보내고 시간을 확인했다. 두 시간 넘게 흘렀으니 고바야시는 지금쯤 휴식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늘 첫 번째 정사가 끝나면 룸서비스에 간식 주문을 하든지 아니면 지하의 바로 내려가 술을 마시는 습관이 있다. 영미는 서둘러 문자를 찍기 시작했다.

-혹시 호텔 지하 빠로 가게 되면 거기 카운터에다 우림각 33번 손님이라고 말해. 그리고 고바야시가 바인더메뉴판을 주면서 술을 고르라고 하면 발렌타인 12년산을 가리켜. 그럼 고바야시는 17년산이나 21년산을 가져오라고 할 거야. 비싼 술이라고 퍼 마시지 마. 취하면 빠 바닥에다 오줌 누고 싶어지니까. 나올 때 카운터에서 주는 시크릿 명함 꼭 챙겨오고. 그거 있어야 커미션 받을 수 있다.

영미는 은지 옷을 챙겨 입힌 다음 문단속을 단단히 했다. 계단을 내려오다 아차, 은지에게 약을 먹이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가 약을 먹이고 갈까 하다 방안에서 구르던 빈 물병이 떠올라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택시에서 내린 영미는 은지에게 이모 집을 혼자서 찾아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은지가 생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영미는 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피가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전체적인 생김새도 그렇지만 시원한 눈매에서 배나는 웃음이며 그때마다 살짝 뭉치는 볼의 살집까지도 은지는 정아를 그대로 빼닮았다. 영미는 문득 내게도 이런 딸이 하나 있으면 좀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혼을 해서 정상적인 가정을 가지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자기를 닮은 딸이 곁에서 작은 새처럼 조잘거린다면 얼마나 따뜻하게 의지가 될까 싶었다.

은지가 앞의 건물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다. 이제 찾아갈 수 있어요.”

은지는 승강기 앞으로 달려가 7층 버튼을 눌렀다. 영미는 빙고, 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은지 손에 열쇠를 쥐어주었다. 은지는 승강기가 열리기 무섭게 앞장서서 달려 나갔다. 영미의 숙소는 승강기에서 내려 복도를 따라 양 편으로 4개씩 8개의 룸을 지나 오른편 끝에 있었다.

“저기 누가 많이 아픈가 봐요.”

문을 열고 영미를 기다리던 은지가 건너편 룸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던 영미가 화들짝 놀라 얼른 은지를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절정에 다다른 신음이 그대로 밖으로 새나고 있었다.

“저 아줌마는 가끔 저렇게 아프단다. 괜찮아, 금방 낫는다.”

영미는 뒤에서 은지의 귀를 두 손으로 막으며 말했다. 건너편 룸의 주인은 미연이었다. 미연이는 우림각에서 공인하는 ‘오디오 우먼’ 중의 한 명으로, 평소 조용한 성품에다 목소리도 크지 않았지만 일단 침대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녀의 비음은 소리가 깊고 높거니와 스토리와 가락까지 특별해서 일단 앓기 시작하면 근처 룸들을 단번에 압도하며 술렁이게 했다. 절정에 이르면 혹시 저러다 숨이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망할 년, 손님 받았다고 유세하는 거야 뭐야. 영미는 조심스럽게 부츠를 벗으며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오늘 아침에 문 앞에서 마주쳤을 때 생리 때문에 나흘이나 일을 못했다고 죽는 소리를 했는데, 갑자기 어디서 일을 받은 것일까. 호텔로 가지 않고 숙소로 불러들인 걸 보면 우림각에서 받은 일은 아닐 터였다. 오래된 건물인지라 웬만한 방귀소리도 복도까지 새나는 형편없는 방음 탓에, 문을 굳게 닫았는데도 비음은 두 개의 문을 지나 영미의 귀까지 생생하게 전달이 되었다. 격정적인 미연이의 비음에 남자의 가뿐 신음이 더해지자 영미는 얼른 텔레비전을 켜서 볼륨을 높였다. 은지는 잠시 텔레비전 화면에 눈길을 주었다가 이내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문 쪽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영미는 그런 은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했다.

(다음호에 계속)




오을식 소설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제31회 한국소설문학상, 제8회 자유문학상, 제3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련사 가는 길」이 2008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11년 서울문화예술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 「삶과 문화」 편집인 역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쳐, 현재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다.

email: oesnov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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