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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03.20 01:09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11)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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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11)

바람의 기억





2. 눈 속의 저 붉은 동백꽃


  “고바야시 그 친구가 혹시 클레임을 걸었니?”

  영미가 주먹으로 경철의 복부를 기습적으로 지르며 반발했다.

  “뭔 소리야, 내가 한 번이라도 클레임 걸리는 것 봤어? 나 영미야, 우림각 에이스. 난 나를 초이스한 손님에게   확실하게 한다고. 왜냐하면 그들은 나랏님도 못하는 것을 내게 해주니까. 밥을 주고, 입을 것을 주고, 비바람과 눈보라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니까.”

  “알지, 에이스님! 아다마다요. 근데 오늘 왜 이리 일찍 끝났느냐고. 고바야시 걔는 아가씨들 아침까지 잡아두고 본전 뽑기로 유명하잖아.”

  영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경철은 틀림없이 일반인에게 그런 일을 맡겼다고 야단을 칠 것이고, 그것을 우림각에서도 알고 있느냐고 따질 터였다. 그러고 보니 미처 장 마담과 상의하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 경철은 더는 묻지 않고 접시를 영미 앞으로 밀며 화제를 바꾸었다.

  “먹어봐. 이건 기름치 아니고 진짜 메로다. 오빠가 간간하니 튀겨서 맛이 좋을 거야.”

  “뭐? 오빠가 강간?”

  “야, 야! 날도 찬데 썰렁하게 시리 그게 뭐냐.”

  경철이 젓가락으로 살코기를 골라 집어 들었다. 잔을 비운 영미가 도톰한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붕어처럼 벌렸다.

  “그래도 나 걱정해주는 사람은 우리 오빠뿐이라니까.” 

  영미가 맛나게 오물거리며 조잘거렸다.

  “자식, 알면서 그렇게 개기냐?”

  “좀 개기면 어때, 내 낭군도 아닌데. 가게 끝나면 자기 짝 찾아서 달려가기 바쁘잖아. 꼭 소피 마려운 개처럼.”

  “지랄!”

  경철이가 눈을 흘겼다.

  “헐, 이렇게 예쁜 년에게 지랄이라니... 나쁜 놈 같으니라고!”

  영미도 턱을 내밀고 버티었다.

  테이블 위에 빈병이 4병으로 늘었다. 술잔을 채워주며 좀 천천히 마시라고 경철이 주의를 주자 영미가 이 집 술은 왜 이리 맹물처럼 심심하냐고, 혹시 이거 가짜 술 아니냐고 시비를 걸었다. 경철이 왼손 손가락을 모두 폈다가 엄지와 검지를 잇대 동그라미를 만들어 물었다.

  “이거 뭐냐?”

  “짱구 오라방! 내가 취한 줄 알아? 그거 영삼이잖아.”

  “음... 몇 잔은 더 마셔도 되겠네. 아무튼 퍼 마시는 건 좋은데 그러다 아무 데서나 쉬하면 안 돼.”

  경철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미가 갑자기 꽥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경철이 실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영미가 경철을 노려보며 악을 썼다.

  “나쁜 놈! 그거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자고 해놓고... 좋아, 오늘은 내가 여기다 똥을 싸주고 갈 거야.”

  영미는 씩씩거리며 거푸 술잔을 비워냈다. 주방에서 그릇이 달그락거렸고, 가스레인지에 불이 올라가는 소음도 들려왔다.

  영미의 시야에 초점이 흐릿한 사진 같은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사라졌다.

  큰길가 횟집 앞이었다. 횟집에서 비틀거리며 나온 앳된 여자가 수족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횟집의 실내에서 문득 여자의 하얀 엉덩이를 발견한 사람들이 마치 수족관에 붙은 전복처럼 유리창에 붙어서 손가락질을 하며 깔깔거렸다. 마침 길을 지나던 사람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입을 가리고 킥킥 거렸다. 여자는 바지를 올리다 말고 흥건한 제 오줌 위로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횟집 안에 여자와 함께 온 일행이 있었지만 그들은 여자를 챙기지 않고 피하듯 사라져버렸다. 그 때 길 건너편에서 한 사내가 나타나 늘어진 여자를 일으켜 추스르고는 등에 업고 총총히 사라졌다.

  여자는 다음 날 새벽에야 정신을 차렸다. 눈을 떠보니 눈에 익은 천정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호텔도 아니어서 놀랐다. 어둡고 좁고 갑갑한 공간이었다. 어서 나가야지 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가 어머, 하고 소리쳤다. 아랫도리가 허전했다. 바지가 없었고 무엇보다 속옷이 이상했다. 예쁜 꽃 팬티는 간 곳이 없고, 커다란 사각 팬티를 반바지처럼 입고 있었다. 실내를 둘러보았다. 걸려있는 옷들로 보아 남자의 방이 분명했다.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여자는 그제야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려 애썼다. 룸에서 손님과 양주 두 병에 맥주를 말아서 마시고 호텔로 가다가 횟집에 들러 소주를 마셨다.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아니 바다를 본 것도 같았다. 갯내가 훅 끼쳤고 졸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리고 전복과 방어와 고등어가 눈앞에서 헤엄을 쳤었다.

  여자는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꿈결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눈을 살짝 떴다. 건장한 사내가 이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제야 여자는 이것이 꿈이 아니란 걸 직감했다. 사내의 커다란 손이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거칠고 단단한 손이었다. 사내의 손이 하체로 내려가 팬티를 잡았다. 여자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여기며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순간 생각했다. 살려달라고 빌어볼까? 고함을 칠까. 그러다 목이라도 졸리면? 미리 흉기라도 숨겨둘 걸 그랬다는 후회를 하고 있을 때 사내가 조심스럽게 팬티를 아래로 내렸다. 여자는 이제 피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곰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죽은 체 누워있기로 했다. 그냥 평소 일을 하는 것처럼 관망하며 흔들리다 보면 곧 끝나겠지 싶은 체념의 상태였다. 사내가 침을 꼴깍 삼키며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다 다리를 잡고는 조심스레 다시 팬티를 입히기 시작했다. 더 무서워졌다. 팬티는 감촉과 크기로 보아 아까 입고 있던 사각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다리를 잡아 비스듬히 들어 바지를 끼웠다. 왜 이러는 거지? 하는 생각을 여자가 하고 있을 때, 사내는 여자의 엉덩이를 살짝 들어서 마저 바지를 입히고 지퍼를 채웠다. 순간 익숙한 냄새가 훅 끼쳤다. 그건 세탁소에 들렀을 때 맡곤 했던 기름 냄새와 비슷했다. 사내는 욕실과 방을 몇 차례 오갔다. 그러고는 침대 아래에 작은 이불을 펴고 누웠다. 곧 코를 골기 시작했다. 여자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잠이 든 사내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영미는 자기에게 사각팬티를 입힌 사내가 로바다야끼 청춘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가 젖은 속옷과 바지를 가지고 세탁소 문을 두드려 급속 드라이크리닝을 해왔다는 것도 한참 후에야 들었다.

  “오빠, 뭐하는 거야. 용서해줄 테니 어서 나와.”

  영미가 주방에 대고 소리쳤다.

  “기다려, 밥하고 국 좀 가져갈 게.”

  “아직 저녁 안 먹었나?”

  “항상 이 시간에 먹잖아.”

  경철은 가져온 국과 밥을 영미 쪽에 가깝게 놓아주었다.

  “어머, 미역국이네?”

  “같이 먹자. 내일이, 아니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이지, 애 엄마 생일이거든.”

  “진짜? 축하, 축하! 근데 주인공도 아직 안 먹었는데 객이 먼저 먹어도 되나? 다른 객도 아니고...”

  “괜찮아. 그게 뭐가 중요하니. 그리고 집에 가져갈 것은 따로 담아두었다.”

  “아이고, 그나저나 우리 형님 진짜 호강하네. 어떤 모자란 남자가 마누라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겠어. 팔불출들이나 그러는 거지.”



(다음 호에 계속)






오을식 소설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제31회 한국소설문학상, 제8회 자유문학상, 제3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련사 가는 길」이 2008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11년 서울문화예술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 「삶과 문화」 편집인 역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쳐, 현재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다.

Email: oesnov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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