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전체

[특집] 예술가의 겨울 – 미술가 Kitty Jun-Im McLaughlin 님과 함께

by 유로저널 posted Dec 24,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Kitty Jun-Im McLaughlin(이하 Kitty), 재영 예술인 협회를 통해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는 그저 영어 이름도 갖고 계신 한국인 미술가로, 그리고 Kitty 님의 작품을 처음 접하고서는 상당히 개성이 강한 미술을 하시는 분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 Kitty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예술가들을 만나왔지만, Kitty 님처럼 예술을 통해 삶의 고난을 극복하고, 그 고난을 오히려 예술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의지와 긍정의 힘을 보여준 분은 처음입니다.

예술은 우리 인간에게 참 많은 것을 가져다 주지만, 오늘 Kitty 님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은 예술이 삶의 차갑고 높은 벽에 부딪힌 한 인간에게 치유과 회복의 통로로, 나아가서 희망과 기쁨의 원동력까지 되는 놀라움을 발견하실 것입니다.

* Kitty 님은 1976년도에 영국에 왔으며, 뮤지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다가 뜻하지 않은 계기로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해야 겠다고 마음먹고 레딩 대학(University of Reading)에서 Fine Art 석사를 마친 뒤 다양한 전시 및 강의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이번 ‘예술가의 겨울’ 특집 인터뷰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올해 인터뷰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Kitty Jun-Im McLaughlin 선생님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먼저 언제, 어떤 계기로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Kitty: 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전형적인 미술학도는 아니었습니다만, 4세 때부터 할아버지로부터 붓글씨를 배워서 백일장 붓글씨 대회에 나가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특별히 미술과 관련된 인생을 삶을 살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영국에는 사촌오빠가 대사관에 계셔서 우연치 않게 1976년도에 영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30년 전이었던 20대 시절 잠시 드럼도 치면서 음악을 했었는데, 어느날 골수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20대 여성이, 그것도 뮤지션으로 활동적인 삶을 살았던 제게는 2년 동안이나 꼼짝 없이 병원에만 누워 있어야 했던, 힘겨운 시기였습니다.

유로저널: 전혀 뜻밖의 이야기입니다.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시기였을 것 같습니다만.

Kitty: 그렇게 병원에 누워 있으려니 정말 정신적으로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음악을 했었지만 작곡을 할 줄 아는 게 아니어서 음악으로는 제 마음을 쏟아내는 창작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림으로는 제 마음에 담겨 있는 아픔과 기쁨들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 신세를 지면서 그림과 새롭게 만나게 된 셈입니다.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제가 그린 그림을 들고 대학에 찾아가서 입학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서 9년 동안이나 미술 공부를 했습니다. 결국 저에게 찾아온 시련이 저로 하여금 미술의 세계로 들어서게 만든 셈입니다.

유로저널: 어떤 미술 작업을 해오셨는지요?

Kitty: 영국에서 서양 미술을 배우고서,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는 잘난 척을 하면서 전형적인 서양 추상화를 그렸고, 상도 타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가 제게 제가 그린 그림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저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 작품인지 묻더군요. 저는 거기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사는 겉모습은 서양인이었지만, 또 서양 미술에 심취해 있었지만, 제 내면은 어디까지나 한국인이었고, 단시 서양 추상화를 그리는 것은 진정 저만의 의미를 담은 미술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 한지를 가지고 현재와 같은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유로저널: 특별히 한지를 택하신 이유가 있는지요?

Kitty: 어린 시절 붓글씨를 했던 제게는 한지가 친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그림 방식인 Gesture Painting에는 한지가 매우 적합한 재료입니다. 서양 미술은 그림에 깊이가 있고 입체적이지만, 우리 한국 미술은 평면적입니다. 즉, 우리 미술의 평면성을 가지고 서양 미술의 입체적인 표현을 하기 위해서 한지를 사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로저널: 한지를 영국에서는 못 구하실 텐데요.

Kitty: 제가 작품에 사용하는 한지는 한국에서 직접 사온 고급 한지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먹을 것도 못 사오고 한지만 잔뜩 사와야 합니다. (웃음) 한지는 한 번 실수를 하면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작업해야 합니다. 보통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3개월 정도가 소요되는데, 한 번 작업 때마다 마르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동시에 여러 작품을 진행함으로써 오히려 시간이 절약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유로저널: 한지를 사용한 작품을 접한 서양인들의 반응은?

Kitty: 이들로써는 당연히 처음 보는 재료인 만큼 상당히 신기하게 여기더군요. 한지를 통해 이들이 접해보지 않은 동양의 미술과 이들의 서양 미술을 접목시켰다는 점에 관심을 갖습니다. 제가 아는 한 이렇게 한지로 서양 미술을 접목시키는 작업은 제가 처음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시는 게 있다면? 작품에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들에는 다양한 글귀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기도 합니다.

Kitty: 제가 골수암으로 총 9차례 수술을 했습니다. 매번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지요. 제 작품들에 대해 제가 너무 자세히 해석을 해드리면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되실 수도 있어서 기자님께만 설명해 드리지요. (웃음) 자, 이렇게 설명을 들으신 것처럼 제 작품에는 저 혼자만 아는 많은 사연과 제 내면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글씨가 적혀 있는 작품은 총 10개가 있는데 언젠가 수술 뒤 1년 간 스튜디오에서만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작업한 것들입니다. 생명의 위협이 실감될 만큼 몸이 아프다 보니 정말 물질도, 그 어떤 것도 아무런 소용이 없더군요. 그리고, 제 마음에 담긴, 삶을 갈구하며, 삶을 진심으로 대하며 쏟아냈던 이야기들을 글씨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메모를 잘 남기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렇게 글씨를 쓰면서, 제 마음에 담긴 이야기들, 책에서 본 좋은 글귀들을 수도 없이 쓰면서 제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영원한 절망과 포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던 힘겨운 순간들에도 그렇게 그림을 통해 제 마음을 치유하고, 제 감정들을 달래며, 마음이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힘들수록 그 힘듦을,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의 가치를 그림을 통해 표현하면서 저는 지금 이 순간까지 지내올 수 있었습니다.

유로저널: 미술가로 활동하시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Kitty: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울 때는 누가 좀 내 그림을 사줬으면 좋겠는데... (웃음)

유로저널: 본인이 생각하기에 미술가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Kitty: 지극히 개인적인 답변이겠지만, 미술가는 다른 것에는 아무런 흥미가 없고, 늘 자신의 마음에 있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을 미술을 통해 표현하는 살마들입니다. 제가 세상을 떠나도 제 미술 작품들은 남지요. 저는 미술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제 삶을 알려주고, 또 다른 이들의 삶을 알아가기 위해서 미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로저널: 잠시 주제를 바꿔서, 영국에서 3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보내셨는데, 영국의 장단점은?

Kitty: 일단, 저는 영국에 고맙습니다. 영국 의학이 저를 살려줬기 때문이지요, 그것도 무료로. (웃음). 영국의 장점이라면 말 그대로 자유로움이었습니다.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자유롭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발견하고 나니 정말 할 게 너무 많더군요. 단점이라면 잦은 비와 우울한 날씨겠지요. 특히, 몸이 안 좋은 저로써는 날씨가 큰 고통(?)을 주기도 한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으시다면?

Kitty: 그림을 의미 있게 잘 그리는 화가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그외에는 바라는 것도, 부러운 것도 없어서 편합니다. 제가 아팠던 모습의 기록을 미술로 남겨놓고 떠나고 싶습니다. 그것의 주제는 ‘Triumph of adversity(역경의 승리)’입니다. 후배 양성도 하고 싶은데 시간 여유가 없어서 못했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배우고 싶다고 하면 가르칠 생각은 있는데, 예전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추억이 그립네요. 도전도 많이 되었던 것 같은데. 참, 이건 조금 다른 얘기지만, 영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습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활발한 작품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Kitty Jun-Im McLaughlin 웹사이트: www.kittyjunim.com

* 지난 한 해 동안 저희 유로저널 인터뷰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 사람이 유명하던, 유명하지 않던, 그 사람이 재력과 명예를 가진 사람이던, 평범한 유학생이던, 모든 사람의 삶에는 언제나 한 편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우리를 감동시키는 눈물과 웃음이 있으며, 또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유로저널 인터뷰를 통해 소개된 많은 분들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삶에 어떠한 형태로든 유익함을 드렸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새해에도 또 다양한 분들의 사연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유로저널광고

Articles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