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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n’t romance’의 작가 In-Sook Chappell과 함께

by 유로저널 posted Jan 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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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작가 In-Sook Chappell은 2세 때 영국으로 입양되었다. 무용수, 연극 배우를 거쳐 극작가가 된 In-Sook의 첫 작품 ‘This isn’t romance’는 2007년도 영국 극작가상 Verity Bargate Award를 수상했다. 이 작품은 런던의 Soho Theatre에서 공연되었으며, 오는 1월 29일 영국 BBC 라디오 드라마로도 방영될 예정이다.

유로저널: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This isn’t romance’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기에 앞서, 먼저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In-Sook Chappell(이하 인숙): 네, 이렇게 한인 독자분들에게 제 이야기를, 또 제 작품 ‘This isn’t romance’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이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2세 때 영국으로 입양되었습니다. 잉글랜드 남부 Essex에서 자랐는데, 저를 입양한 어머니께서는 음악교사셨고, 같이 자란 형제들은 음악을 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저 역시 무용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무용을 배우기 위해 18세 때 뉴욕으로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만, 그만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무용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후 무용을 그만두고 연기로 전환하여 연극 배우로 활동했습니다.

유로저널: 그러다가 연극 배우가 아닌, 연극 작품을 집필하는 극작가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인숙: 연극 배우로 활동했던 시절, 아무리 제가 영어를 모국어로 쓴다 해도, 결국 제 외모는 동양인이니 제게 주어지는 역할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10년 전 제가 연극을 했던 당시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 당시에는 그런 상황으로 인해 연극 배우로서의 커리어에서 한계를 느끼면서, 자연스레 희곡을 집필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연기를 하다 보면 당연히 등장 인물에 대해 연구하게 되고, 또 저는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제가 연기해야 하는 제 대사를 늘 쓰곤 했기에 한 번쯤 제가 원하는 작품을 직접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럼 이후 정식으로 극작가가 되기 위한 별도의 정규 학업 과정을 거치셨는지요?

인숙: 극작가가 되기 위해 별도의 정규 학업을 하지는 않았고, 연극 작품을 많이 보고, 또 희곡을 많이 읽으면서 스스로 공부했습니다. 친구들이나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글 쓰기를 배우기도 했고요. 실제로 많은 극작가들이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극작가가 되기보다는 스스로 배워서 글을 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유로저널: 이제 ‘This isn’t romance’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해보죠. 본 작품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인숙: 제가 2007년도에 집필한 본 작품은 제 첫 작품으로, 영국으로 입양된 한국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이 여성은 어린 나이에 영국으로 입양되어 영국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여성은 입양되었던 당시 어린 남동생을 버려두고 떠난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결국 한국을 다시 찾게 되는데, 그만 25년 만에 만난 자신의 남동생과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 버립니다. 작품 속에서 이 여성은 영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반면, 남동생은 한국에서 전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이 여성은 그런 남동생을 보며 더욱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런 남동생과 금지된 사랑에 빠지며 치명적인 관계를 갖게 되지만, 한편 이 여성은 남동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자칫 이 작품은 마치 제 실제 사연처럼 들리기도 할 것이고, 한 편으로는 입양에 대한 심각한 주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한국에서 입양되어 영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저와 같을 뿐, 그 외에는 모두 픽션이며, 제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실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한국인 입양아는 그저 작품 속 상황 설정에 불과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입양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작품이 전혀 아닙니다. 저는 금지된 사랑, 치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이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유로저널: 본 작품을 통해 영국에서 극작가에게 수여되는 상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숙: 네, 이 작품으로 2007년도 Verity Bargate Award를 수상했습니다. 본 상은 신인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별도의 상금은 없지만 수상한 작품이 극장에서 공연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상입니다. 저 같은 신인 작가에게는 정말 큰 혜택이 주어지는 상이지요. 이후 이를 통해 런던의 Soho Theatre에서 ‘This isn’t romance’가 공연되었습니다.    

유로저널: 아무리 본인의 실제 사연과는 다른 허구의 이야기라 해도, 어쩔 수 없이 한국인 입양아로서 본인의 경험이 어느 정도는 작품에 반영되었을 것 같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처럼 실제로 한국을 방문해보셨는지요?

인숙: 어떻게 보면 이 작품에 대한 첫 아이디어는 실제로 제가 성인이 된 뒤에 한국에 돌아가본 경험에 근거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작품 속 주인공처럼 남동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 돌아가서 누군가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 적도 없습니다만. 저는 성인이 되어 한국 정부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들을 위해 마련한 기회를 통해 한국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많은 한국인 입양아 출신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는데, 7, 8세 때 한국을 떠난 이들은 한국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억을 갖고 있었지만, 저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2세 때 한국을 떠났기에 그야말로 남의 나라를 방문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게 한국을 방문해보니 어떻던가요?

인숙: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의 한국 방문은 긍정적인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입양을 대하는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나 사회적인 분위기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한국을 방문했던 당시 한국인들은 입양, 입양아 출신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입양아 출신이라고 밝히면 사람들이 어딘가 안 좋게 보면서 그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무리 한국이 내가 태어난 나라라고 해도, 저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나는 이렇게 이방인이구나’하는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입양이 안 되었더라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하는 다양한 삶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면서 ‘This isn’t romance’를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앞서 제가 한국을 방문했던 당시의 경험들을 솔직히 말씀 드렸는데, 그렇다고 부정적인 경험만을 했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한국 사람들, 한국 음식도 참 좋았고, 한국의 교외 풍경들도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최근에 한국을 가본 적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입양아들 중 일부는 그렇게 고국을 방문하여 친부모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만.

인숙: 저 역시 그렇게 제 친부모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친부모를 찾는다는 게 쉽지도 않고, 무엇보다 제가 친부모를 만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친부모를 찾는 대신 ‘This isn’t romance’를 쓰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유로저널: 아무리 수십 년 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헤어졌다고 해도, 그리고 수십 년 만에 처음 만났다 해도 남동생과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는 다소 충격적인 설정이기도 합니다만.

인숙: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저는 이 작품을 통해 금지된 사랑, 치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그 자체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갈등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물론, 이것이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예술작품에서 절대 다루어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작품을 쓰면서 조사해본 결과, 실제로 그러한 경우에 유전적으로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기도 했고요. 또, 이 작품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멋진 남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닙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버리고 떠난 남동생을 만나서 자신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남동생을 보면서 죄책감에서 오는 복잡한 사랑의 감정이기도 합니다.

유로저널: 조금 민감한 질문입니다만, 사실 한국인들은 해외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예술 작품에 한국이 등장한다고 할 때, 한국이 해외에 알려질 수 있는 기회로 여기거나, 혹은 한국을 해외에 잘 보여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면에서 ‘This isn’t romance’는 어떻게 보면 한국인 입양아의 이야기이고 작품 속 배경에 한국이 등장하지만, 한국이 긍정적으로 그려진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칫 한국인들은 이 작품의 배경이 한국이라는 점을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도 있고, 오히려 한국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의견입니다.

인숙: 흥미로운 얘기군요. 영국인들은 반대로 어떤 문화예술 작품에 영국이 등장할 때, 영국의 단점들이나 부정적인 모습들을 드러내고 날카롭게 비판(당)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This isn’t romance’를 접한 한국인들 중에서 이 작품을 불쾌히 여기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한국이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거나, 한국이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누나와 남동생의 사랑이 다루어진다는 점 등 어떻게 보면 한국인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이 작품은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거나, 입양의 문제를 다루려는 시사적인 작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인의 근친상간을 보여주는 작품도 아닙니다. 한국, 한국 입양아는 어디까지나 작품 속 배경 설정일 뿐이며, 이 작품은 금지된 사랑을 다루다 보니 누나와 남동생의 사랑이 등장했을 뿐입니다. 제가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라서, 게다가 앞서 제가 한국 방문 시의 부정적인 경험들을 언급해서 자칫 이 작품에 대해, 혹은 제가 이 작품을 쓴 이유에 대해 오해하실 수도 있겠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 작품을 접하게 될 한국분들에게 부탁 드리기는 이 작품을 그저 어디까지나 한 편의 드라마로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유로저널: 런던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인들과 만남을 갖기도 하는지요?

인숙: 제가 여기서 만나는 한국인은 그나마 저처럼 입양된 한국인들입니다. 제가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쉽게도 실제 한국인들과 어떤 만남이나 교류를 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유로저널: 한국의 문화예술 작품을 접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인숙: 최근 몇 년 사이에 접했던 한국 영화들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도 좋고, 만듦새도 정말 뛰어나더군요.

유로저널: 극작가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인숙: 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것은 작품을 집필할 때 어떻게 시작하고 또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입니다. 아무리 좋은 소재도, 아무리 좋은 내용도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의해 좋은 작품이 되기도 하고, 그저 그런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극작가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인숙: 저는 극작가로서 사람들에게 어떠한 동기부여(Inspire)를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드라마는 결국 그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어 간접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그 등장인물들이 갖게 되는 감정에 대해 간접경험을 해 보고, 다양한 상황과 심리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 드라마의 가치는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유로저널: ‘This isn’t romance’가 BBC 라디오를 통해서도 방송된다고 들었습니다.

인숙: 네, BBC 라디오 연출가가 ‘This isn’t romance’ 연극 공연을 본 뒤에 제안해왔습니다. BBC에서 방송되는 것은 라디오 드라마에 맞게 각색된 버전입니다. 방송은 오는 1월 29일 토요일 밤 9시 반에 BBC Radio3를 통해 방송됩니다. 드라마 음악감독이 특별히 이번 라디오 드라마 버전에는 한국 음악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제안해서 런던에 있는 한국인 음악가들을 섭외, 공연단체 ‘들소리’의 최증현 님, 그리고 가야금과 기타의 듀엣 KAYA가 드라마 음악에 참여했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인숙: 아직은 의견만 오고 가는 초기 단계입니다만, ‘This isn’t romance’의 영화화 역시 논의 중입니다. 만약 본격적으로 작업이 진행된다면 한국인 감독이 연출을 맡아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외에 다른 작품들을 집필하여 연극 무대에 올리려는 계획들도 갖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 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통한 활발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 사진 설명
- 사진 1: In-Sook Chappell
- 사진 2: 연극 ‘This isn’t romance’ 자료사진
* All rights of the photographs of ‘This isn’t romance’ reserved to Simon Kane.
  The actors are Jennifer Lim and Mo Zainal.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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