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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방문한 임상수 감독과 함께

by 유로저널 posted Jun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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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 임권택 감독 연출부
- ‘구로아리랑’, ‘개벽’, ‘김의 전쟁’ 조연출
- ‘영원한 제국’, ‘인디안 썸머’ 각본
- 각본 및 연출작
  ‘오래된 정원’ (2006)
  ‘그때 그사람들’ (2005)
  ‘바람난 가족’ (2003)
  ‘눈물’ (2000)
  ‘처녀들의 저녁식사’ (1998)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머물면서 차기작을 준비 중인 임상수 감독이 지난 30일, 런던에 위치한 주영한국 문화원을 방문, 관객과의 대화 및 사인회를 가졌다. 한국 사회에 대한 치밀한 묘사 및, 특히 최근 두 작품에서 보여진 한국의 80년대에 대한 뛰어난 성찰로 이미 칸을 비롯,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임상수 감독과의 대화를 위해 이날 저녁 문화원에는 한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들은 임상수 감독에게 폭넓고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지면서, 임상수 감독의 답변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등, 임상수 감독의 영화세계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다음은 관객과의 대화 중 임상수 감독의 발언을 일부를 옮겨 보았다.

“영화에 삽입된 누드나 정사장면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장치가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아마도 진짜 뛰어난 감독은 이 같은 장치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단지 흥행을 위해 이 같은 장치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연출하는 감독일 것이다.”

“나는 영화 감독으로서 단지 동양의 감독, 한국 감독으로서 나를 한정짓기 보다는, 세계 시민으로 나를 정의하고 싶다. 따라서, 내가 만드는 영화 또한 특정인, 그것이 동양인이든 아니면 일부에서 착각하는 고학력 엘리트 관객이든, 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가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 현재 파리에서 시나리오를 집필 중인 작품은 파리에서 거주하는 아시아 여성(아마도 한국인 아니면 중국인이 될 듯)에 대한 이야기이다. 프랑스 영화를 직접 연출해보고 싶었던 바, 이번 작품은 프랑스어를 구사할 줄 모르는, 한국 감독으로서 프랑스 제작자에 의해 제작되는, 또 프랑스라는 배경과 문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을 때,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도전도 될 것이다. 많은 훌륭한 감독들이 이처럼 새로운 환경이 주어졌을 때, 실망스런 결과를 가져온 경우도 있었다. 어쩌면 동양 여성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나와 이전 작품들을 함께 해 온 촬영감도과 편집기사를 동행하는 것은 이러한 위험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보호막이 될 것이다.”

관객과의 대화 및 사인회를 마치고 한인신문이 임상수 감독을 만나보았다.

한인신문: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임상수 감독님을 이렇게 런던에서 만나뵙게 되어 너무나 반갑고, 또 영광입니다. 일단, 우리 사회의 예민한 이슈들을 주로 다루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임상수: 아까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도 잠시 언급했던 부분입니다만, 제 영화에서 묘사되는 현실이 너무 적나라한 탓에 관객들로서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나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서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반 국민들은 그만한 성장을 이룬,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나라 사람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그렇게 만족스러울 만한,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 영화에서 묘사되는 우리 사회를 바라봄으로써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과연 우리의 진실된 모습이 어떠한지, 또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인신문: 그렇다면 특별히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신 게 영화을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는지요?

임상수: 사실, 많은 분들이 같은 질문을 하셨는데, 알다시피 저는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당시 대다수의 대학생들처럼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만약 사회학을 공부한 것이 제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면, 당시 저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 비웃을 것 같습니다. (웃음)

한인신문: 임권택 감독님의 연출부를 거치셨는데, 김영빈 감독님이 액션을 통해 임권택 감독님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본인의 작품에 담아낸 데 비해, 특별히 임권택 감독님의 어떤 요소나 느낌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임권택 감독님 연출부 경험을 통해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요?

임상수: 제 개인적으로 저는 임권택 감독님을 저의 멘토라고 생각합니다. 임감독님과의 작업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임감독님께서 영화를 만드시던 시절과 지금은 많은 것들이 다르고, 저 역시 임감독님께서 겪으셨던 상황과 다른 상황들을 겪은 만큼, 저 나름대로의 새로운 영화 세계를 만들어 가고자 했습니다.

한인신문: 배우 봉태규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보면 봉태규라는 배우는 임감독님에 의해 재발견 내지는 재창조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봉태규라는 배우의 어떤 점이 어필했는지요?

임상수: 일반인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배우라는 직업은 상당히 똑똑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것은 좋은 학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총명을 얘기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봉태규라는 배우는 매우 똑똑한 배우입니다.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외모적으로도 제법 귀티가 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한인신문: 임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 여성, 특히 여성의 심리 및 성(性)에 대해 상당히 섬세하면서 실질적인 묘사를 하시는데요?

임상수: 이 역시 처음 질문과 어느정도 연관된 부분입니다만, 우리 나라가 상당히 빠른 기간 내에 표면적으로 선진국의 조건들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이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그다지 세련되지 못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정도의 차이지만 서양 선진국에서 조차 존재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즉,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구조, 문화, 특히 대한민국 보편적인 남성에게 형성되어 있는, 학창시절, 군대, 직장을 거치면서 형성된 의식들이 남성, 여성 모두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방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인신문: 영국을 방문하시는 우리 영화 감독들에게 항상 드리는 질문인데, 좋아하는 영국 영화나 감독이 있다면?

임상수: 개인적으로 영국 감독인 스티븐 프리어스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감독들 가운데 한 명으로 생각합니다. 그의 이전 작품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최근작인 ‘더 퀸’과 같은 작품의 경우, 정말 다양한 정치, 시사적인 요소들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냉정을 잃지 않고, 한 인간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를 통해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재능이 정말 뛰어난 것 같습니다.

한인신문: 마지막으로 앞으로 꼭 만들어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임상수: 아까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도 여러번 언급했지만 현재 작업하고 있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입니다. 한정된 관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감독이 만든 특정 영화가 아닌, 전 세계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인신문: 오늘 너무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현재 준비 중이신 새로운 작품을 통해 임감독님의 영화세계가 전 세계적으로 더 널리 전달될 수 있도록 저희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한인신문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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