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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10.18 01:14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조회 수 3252 추천 수 0 댓글 0
프랑스 개봉 2016년 10월 5일, 샤론 멕과이어 감독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는 이제 막 43세의 생일을 맞이한 싱글 전문직 여성이다. 더 이상 젊다고는 볼 수 없지만 매력적이며 인기 TV뉴스 PD로서 잘 나가고 있는 자신에 대해 브리짓도 어느 정도는 만족한다. 하지만 43세의 생일 저녁, 친구들은 다 육아와 집안 대소사로 바쁘다며 축하해줄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생일을 보내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브리짓은 기분 전환을 위해 뉴스앵커 미란다와 함께 록 페스티벌로 향한다. 생각보다 흥겨운 록 페스티벌을 즐기던 브리짓은 전혀 뜻하지 않게 낯선 남자 잭 퀀트(패트릭 뎀시)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 낯선 남자의 이름도 모른 체 일상으로 돌아온 브리짓은 며칠 뒤 친구의 아기의 대모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런데 아기의 대부는 전 애인 마크 다시(콜린 퍼스)가 아닌가? 다시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브리짓은 마크와도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하지만 마크와의 옛 일을 기억하며 다시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아침 일찍 그를 떠나는 브리짓.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브리짓은 자신의 삶에 몰두하려 하지만 이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임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아빠는 누구란 말인가?
영화는 어떤 부분에서도 심각해지지 않고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장르적 특성에 충실한 모습이다. 브리짓이 처음 아기의 초음파를 보며 마음을 다지는 부분에서는 이 영화가 브리짓이 임신과 출산을 통해 진정한 엄마로서 성장하는 내용이 아닐까 예상해 보기도 했지만 임신과 출산은 브리짓이 자신이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계기일 뿐 거기엔 브리짓의 고뇌도 특별한 어려움도 없다.
브리짓이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되자 친구 미란다는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랐던 남자가 잭 퀀트라는 연애정보회사 CEO이자 억만장자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낸다. 그는 브리짓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꽃과 선물로 브리짓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데 여념이 없다. 무뚝뚝한 마크 역시 아이의 이름까지 미리 지으며 브리짓과 함께 기뻐한다. 서로 브리짓을 찾아오다 마주 친 두 사람은 둘 중 한 사람이 아이의 아빠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그러나 충격도 잠시, 두 사람은 브리짓과 아기가 우선이라며 경쟁적으로 브리짓의 일거수 일투족을 돌보기 시작한다.
여기서 잠시 혼전 임신이라는 주제를 다르게 접근하는 한국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2015년작으로 김태곤 감독, 김혜수 주연의 ‘굿바이 싱글’이다.
고주연은 연기보다는 스캔들로 유명해 ‘국민 진상’으로 통하는 여배우다. 인기는 하락세이고 자신이 스타로 키운 남자친구 지훈은 그녀를 배신하고 설상가상으로 산부인과에서는 폐경이라는 진단까지 받게 된다. 산부인과에서 우연히 마주친 단지는 10대의 나이로 임신을 해 낙태를 고민하고 있다. 영원히 자신의 편이 되어줄 아이를 원하던 주연은 단지에게 돈을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고 설득한다. 티격태격 협상을 벌이던 중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이제 단지를 자신의 집에 숨기고 자신이 미혼모로 임신을 했다고 대중에게 밝히는 주연. 비난을 받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생명을 존중하는 개념 있는 여배우로 인기와 대중의 지지를 한 몸에 받게 된다. 드라마와 CF 요청이 넘치고 자신이 평소 흠모하던 진중한 뉴스 앵커에게서까지 데이트 신청을 받는 상황이 되자 주연은 단지를 돌보는데 소홀해지기 시작한다. 우울한 마음에 혼자 집 밖에 나갔던 단지는 아이의 아빠로 몰려 위기에 처한 지훈에게 꼬리가 밟히고 결국 이 상황극은 탄로가 나게 된다. 엄청난 비난은 물론 CF의 위약금 등으로 전재산을 날릴 상황이 된 주연은 그때서야 단지를 생각하게 된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에서 ‘아이의 아빠가 누구냐’가 쟁점이었다면 굿바이 싱글에서는 ‘아이의 엄마가 누구냐’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아이의 엄마가 대중에게 비호감이지만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어느 정도 보장된 영화배우일 경우 그녀의 혼전 임신과 출산은 개념있는 선택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가 10대 여학생이었을 경우 문제는 달라진다. 물론 영화 속에서 영화배우라는 공인이 대중을 속이고 10대 소녀의 임신과 출산에 금전적인 대가를 지급하기로 한 것은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단지는 부모가 없는 결손가정 출신으로 언니와 언니의 남자 친구와 생활하고 있다. 언니는 유흥업소에서 돈을 벌며 단지를 제대로 보살펴 주지 못하고 기회만 되면 쫓아내고 싶을 뿐이다. 아이의 아버지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사실을 알고도 골프 유학을 떠나버렸다. 단지에게는 남자 친구와 무책임한 관계를 맺지 않도록 감독과 보호를 해줄 부모도, 임신을 했다고 어쩔 꺼냐고 아이 아빠와 상대 부모에게 따져줄 부모도, 친인척도 없다.
이제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속에서 브리짓은 출산에 임박해선 다소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남자를 다 떠나 보내고 직장에서도 해고되고 정신이 없는 상태로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이에 집에도 못 들어가고 빗속을 헤매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때마침 우연히 나타난 마크는 모든 걸 포기하고 브리짓과 함께할 마음을 단번에 먹는다. 진통이 온 브리짓을 차가 없어 안고 달리다 기진맥진 해진 마크 앞에 난데없이 잭이 나타난다. 두 사람이 브리짓을 같이 들고 매고 병원으로 들어오는 모습에 관객은 웃지 않을 수 없다. 브리짓의 부모, 친구들, 해고된 방송국에서도 앵커와 스탭 일동이 브리짓의 출산에 환호성을 지른다.
이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의미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것이 단지 여성이 혼자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데 남편, 가족, 친구, 사회의 헌신적인 배려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또 굿바이 싱글에서는 주연은 단지를 입양하고 주연은 졸지에 아기의 할머니가 된다. 이제 주류에서 밀려나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주연은 이제 단지와 아기,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예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마냥 행복해 보이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두 영화 모두 혼전임신이라는 소재를 다룬 유쾌한 영화라는 점이 공통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다뤄 관객의 인식을 전환하는데 대해서는 굿바이 싱글에 훨씬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결손가정의 10대 임신 문제. 10대 청소년 개인에게 맡겨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끌어안고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에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쌀쌀한 가을, 영화 속 임신과 출산 풍경에 한껏 웃었지만 프랑스와 한국의 한국인들을 위한 임신, 출산 문화와 지원제도도 유쾌한지는 여러 모로 의문이 든다. 하지만 누가 먼저 유쾌하게 우리를 웃게 해주겠는가? 우선 주변부터 돌아보자. 내 친구, 내 이웃의 아이 한 번 더 안아주고 내 이웃가정의 어려움에 귀 기울여주는 함께 사는 행복한 가을이 되길 바래본다.
<사진: 알로씨네, 네이버 영화>
프랑스 석부리 기자 Eurojournal18@eknew.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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