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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Neruda> , 파블로 라랜Pablo Larrain

by eknews posted Jan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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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Neruda> , 파블로 라랜Pablo Larrain


프랑스 개봉 2017년 1월 4일




 

1940년대 말 칠레, 시인이며 공산당 상원의원인 파블로 네루다는 공개적으로 정부비판 발언을 쏟아내면서 요주의 인물이 된다. 정권에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대통령 빌레다는 네루다를 반역자로 낙인 찍고 수배령을 내린다. 네루다와 아내 델리아는 당의 도움으로 함께 도피길에 오르고 공안경찰 오스카 펠루초노는 그들의 뒤를 쫓는다. 숨바꼭질 같은 이들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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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는 칠레 민중시인이며 공산주의자였던 파블로 네루다의 이야기다. 20세기 최고의 문학가 중 한 사람이며 정치가이기도 했던 네루다는 냉전시기 반파시즘을 외치고 암울한 시대상을 노래한 그의 시는 민중들의 희망과 용기를 대변한다. 공산당에 대한 탄압이 시작된 후 피신하게 되고 망명길에 오르는 네루다의 생은 시대를 앞장서가는 인물들의 삶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라랜감독은 고난 앞에 선 한 역사적 인물의 파란만장한 모험담을 늘어놓지 않는다. 네루다의 연대기적 이야기 재현을 통해 교훈을 주는 것과는 거리를 둔다. <네루다>는 실재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일대기영화라기보다는 시적 상상력에 기댄 새로운 형태의 전기영화다.  

 

영화는 한 남자의 나래이션으로 진행된다.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사건을 서술하는 제 3자적 관찰자의 위치가 아니다. 네루다를 쫓는 공안경찰 오스카의 목소리다. 오스카의 나래이션과 네루다의 도피생활이 서로 엮어지면서 서사구조를 형성한다. 네루다의 피신 여정과 그를 따라가는 오스카의 시선이 교차되고 두 인물의 대립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무한한 상상력과 불복종의 삶을 추구하는 네루다와 엄격하고 조직에 충실한 오스카. 라랜감독이 보여주는 인물 네루다는 부르주아지적 삶을 만끽하는, 민중시인이라는 호칭이 조금은 무색할 정도로 호감스럽지 못하기도 하다. 


뚱뚱하고 벗겨진 머리의 네루다는 안하무인에 파티를 즐기는 호색가이다. 반면 젊고 매력적인 오스카는 오직 임무에 충실한 전형적 인물이다. 다혈질에 본능에 충실한 한 인물과 차갑고 무미건조한 한 인물과의 대조적 만남이 진부하지 않은 것은 네루다에 대한 감독의 새로운 시선에서 기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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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척점에 선 두 인물의 충돌은 영화가 전개되면서 거울형태로 전환한다. 감독은 실재 사실보다는 강력한 상상력의 힘을 빌린다. 늘 한발 늦게 네루다의 은신처에 도착하는 오스카가 발견하는 것은 그가 남기고 간 한 권의 시집이다. 


네루다를 체포하기 위한 단서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 오스카는 그의 책에 빠져들고 어느새 영화는 ‘네루다’의 전기영화를 넘어 그의 문학 세계로 들어서는 한 인물의 여정이 된다. 적대적 관계가 동화의 과정으로 넘어간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오스카라는 인물의 밋밋한 성격이 입체적으로 변한다. 영화초반 오스카의  ‘이제 나는 무대에 오른다’라는 나래이션은 의미를 가진다. 그런 면에서 <네루다>는 일대기영화라기 보다는 시적 상상력에 발을 디딘, 네루다와 그를 쫓는 오스카의 몽환적이고 판타즘적 관계에 대한 구조를 띄게 된다. 현실(네루다라는 실재인물)과 비현실(오스카라는 허구인물) 사이를 오가는 영화의 기행은 네루다의 시적 세계를 경험하는 하나의 장으로 재생된다.

 

느와르, 로드무비의 쟝르를 따라가는 감독의 연출은 두 인물의 추격전에 역동성을 더한다. 어두운 화면과 뿌연 조명은 몽환적이고 모호한 인물들의 관계를 강조하고 낮은 카메라 앵글과 역광은 그로테스크하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테마음악은 시각적 효과와 함께 환상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끝내 단 한번도 마주치지 않는 네루다와 오스카의 분할된 동시에 함께하는 여정은 긴장된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서로의 다른 다양한 공간을 오가며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영화적 형식은 한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한 무명인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은유이기도 하다. 설원의 안데스산맥을 가로지는 후반부 추적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사진출처 알로씨네>

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기자

 Eurojournal18@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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