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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Summer», 알란테 카바이테 Alanté Kavaïté 감독

by eknews10 posted Aug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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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Summer »,알란테 카바이테 Alanté Kavaïté 감독
프랑스 개봉 2015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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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17세의 상갈레는 가족과 함께 리투아니아의 호숫가 작은 마을에서 여름 바캉스를 보내고 있다. 상갈레의 유일한 관심거리는 이 지역에서 열리는 에어쇼다. 아찔한 곡예비행를 관람하던 상갈레는 동갑의 이 지역 소녀 오스테를 만난다. 내성적이고 차가워 보이는 상갈레와는 달리 자유분방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디자이너를 꿈꾸는 오스테의 적극적인 다가옴으로 둘은 친하게 되고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평소 비행사를 꿈꿔온 상갈레는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꿈을 포기한 상태였지만 오스테와의 만남은 그녀의 삶을 바꿔놓게 된다.  

사랑, 하나의 성장으로 가는 통로

« 여름 »은 두 소녀의 만남 그리고 사랑에 대한 연가다. 과도기에 선 한 소녀가 느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에 한 발짝씩 다가가 다음 세계로 들어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동성애’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동성애’라는 소재를 통해 금기에 도전할 의도는 전혀 없을뿐더러 요동치는 청년기의 무모한 행위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너무나도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만나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은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로 생생하게 재현된다. 두 소녀의 상반된 성격은 극 전개의 대립구도로서가 아닌 서로에서 조금씩 스며드는 교감의 효과를 최대화한다. 

영화 속에서 언급되듯이 내성적이고 어두운 주인공의 이름은, ‘상갈레’, ‘힘’(모순적이지만 그래서 더 강렬한)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의 원제 또한 주인공의 이름인 ‘상갈레’다. 성인의 길에 들어서는 한 소녀의 이름은 동요하고 불안한 청춘의 이름인 동시에 이를 통과하는 힘의 상징이다. 

감독은 마치 이분법적인 세상에 화두를 던지듯 중위적인 대조장치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하지만 이 대조는 ‘대립’이 아닌 ‘공조’의 장치다. 자기 속에만 갇혀 있던 상갈레와 오스테와의 만남은 각자의 존재를 발견해가는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고급스러운 별장에 있지만 침대만 덩그러니 놓인 방에서 홀로인 상갈레, 더욱이 건조하기 짝이 없는 부모와의 관계. 반면 승강기도 없는 서민주택의 꼭대기 층에 살지만 자신의 관심거리로 꾸민 방과 다정한 엄마를 둔 오스테. 조형미술을 전공한 감독이 그려내는 이 두 인물의 성장과정은 리튜아니아의 자연을 배경으로 몽환적이며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처음 만난 오스테의 친구들과 함께 호수가로 가는 차 안의 장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감독은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밀착해서 잡아낸다. 상갈레를 바라보는 오스테의 시선은 말 할 수 없이 감각적이다. 오스테에게 비쳐지는 상갈레의 세밀한 표정과 몸짓들의 클로즈업은 금기의 벽을 넘어 사랑에 빠지는 두 소녀의 섬세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낸다. 상갈레의 옆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오스테와는 달리 자동차의 백밀러로 상갈레를 엿보는 소년의 시선은 그래서 더 멀게 느껴진다. 

여름 바캉스의 열 뜬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고 외떨어진 상갈레의 별장은 숲 속에 싸여 스산하며 오스테의 영세민 아파트는 음울하고 마을의 언저리에 있는 공장의 차가운 철탑들은 현기증을 동반한다. 반면 간결하고 정화된 감독의 연출은 두 소녀의 눈빛에, 표정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 할 수 있게 한다. 

조금은 단조롭고 건조한 영화의 주위 묘사와는 달리 두 소녀의 감정에 접근할 때의 카메라는 감미로우며 관능적이며 두 소녀가 서로의 모든 것(정신적, 육체적)을 공감하는 장면들은 서정적이며 정교하다. 

인물들의 심리를 대사로 설명하는 전통적인 형식을 벗어나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섬세한 이미지연출로 극적인 효과를 더하는 것이다. 에어쇼의 아찔한 곡예비행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도입부는 상갈레의 내재 된 비상의 욕구와 동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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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갈레의 비행사의 꿈을 가로막고 있는 고소공포증은 미지에 대한 공포와도 닮아있다. 이러한 상갈레가 아파트의 옥상에서 극도의 공포에 주저 앉을려는 순간 오스테의 존재는 하나의 위로이며 용기다. ‘존재해줘서 고마워’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로 인해 한번 더 성장한다.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은 서로를 키우고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이들의 사랑은 마지막의 상갈레의 비행곡예처럼 또 한 걸음 삶의 동요와 어지러움 속으로 걸어 들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성장통과 그에 따른 통과의례에 따르는 도전에 대한 이야기다. 

2015년 31회 선댄스 영화제 월드시네마 극영화부분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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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기자
eurojournal0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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