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 학위, 철저하게 수여되어야 한다.

by 한인신문 posted Jul 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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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 동안 영국 주요 언론의 교육 관련 뉴스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바로 영국 대학들의 지나치게 관대한(?) 학위 수여 행태에 대한 지적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영국은 오랫 동안 외국 유학생들을 유치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어왔다. 자국 학생에 비해 최소 3배에 달하는 비싼 등록금을 납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비단 영국 대학들뿐만 아니라 영국 경제 전반에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에 솔깃한 영국 대학들이 보다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또 이를 위해서 자신들의 대학 순위를 높이고 좋은(?) 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해 교육 기관으로서 무너뜨려서는 절대 안 되는 영역, 즉 학위 수여 기준 및 우등생 선정 기준을 의도적으로 타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학업을 수행하기에는 영어 실력이 모자라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여과없이 입학시키고, 또 이들의 학업 중에 표절이나 컨닝을 적당히 눈감아주고, 무엇보다 자격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 무사히 학위를 수여하고, 심지어는 우등생으로 선정하는 사례가 포착되었으며, 문제는 이를 대학 자체에서 권장하고, 심지어는 담당자들에게 의미심장한 압력을 넣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더욱 끌어들이고, 그래서 이들로부터 얻는 수익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발생하는 폐해다.

물론, 이제껏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옥스브릿지를 비롯한 최고 명문 대학들에서는 아직 이 같은 현상이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또 타 대학들에서도 주로 Post graduate 이상 되는 학위와 관련해서만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질 뿐, 학부 과정은 여전히 철저한 관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전부터 학위 과정 입학부터 착실히 진행되는 정통 유학이 아닌, 그러니까 한국에서 대학을 마쳤거나 아니면 대학을 마치고 직장 경력까지 갖고 있는 이들이 석사 이상 학위를 목적으로 하는 유학일 경우에 유난히 영국의 석사 과정이 선호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물론 영국 명문 대학들의 우수한 교육 과정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사실 2년에서 3년까지 소요되는 미국의 주요 대학 석사 과정에 비하면 대부분 1년에서 1년 반 내에 마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짧은 영국의 석사 과정이 매력적인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자국에서의 학사 학위를 가지고 영국에서 석사 과정에 들어가는 게 아무래도 영국에서 GCSE나 A레벨부터 수학하고 대학 학위 과정에 진학하는 것에 비하면 쉬울 것이고, 그러다 보니 간혹 영어 실력이 부족한 이들도 무리 없이 석사 과정에 진학할 수 있었다. 또, 졸업 시에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과정을 통해 학사 과정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학위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영국 대학들 입장에서는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학교 재정을 뒷받침해주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가치가 상당히 중요했을 것이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이 명성, 순위, 또 얼마나 쉽게 학위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인 만큼, 대학들로서는 학위 수여자와 우등생 수여자를 증가시켜 대학 순위를 높이는 한편, 이들이 수월하게 학위를 마칠 수 있는 학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본격화되고, 또 무엇보다 이 같은 소식이 세계 전역으로, 한국으로 전달될 경우에는 자칫 영국 대학 학위 자체가 신뢰를 잃는 사태로 이어질 위험성도 같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안 그래도 미국 학위에 비해 영국 학위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서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될 경우에는 학업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들이 처할 불이익은 물론, 그 파장이 우리 재영 한인들에게도 일정 부분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

영국 대학들이 당장은 학위를 쉽게 수여하고, 우등생을 쉽게 수여해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데는 효과를 보겠지만, 결국 영국 대학과 영국 학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적당히 넘어가주고, 적당히 졸업시켜주는 영국 대학이 고마울 지는 몰라도, 이는 결국 본인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중요한 자금줄(?)로 여겨지는 현상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영국 대학들이 교육 기관으로서 절대 타협되어서는 안 되는 영역만큼은 반드시 사수하길 바란다. 그래서, 영국의 대학에서, 영국에서 수학한 이들의 가치가 진정으로 인정받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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