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동거정부와 독일의 대연정의 교훈

by eunews posted May 2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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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3월26일, 프랑스 국민의회총선거 후 미테랑 대통령은 정치사상 초유의 좌우 동거정부를 구성하느냐, 좌파소수정부를 선택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결국 그는 시라크 RPR당수를 수상으로 지명해 좌우 동거정부를 선택했다. 1981년5월 미테랑은 좌파연합정부를 구성한지 5년 만에 우파에게 권력을 통째로 넘겨주었다. 선거를 통한 유권자의 심판은 참으로 냉혹했다.

시라크의 총리지명은 좌파대통령에 우파정부를 의미한다. 1957년 5공화국 출범 후 드골-퐁피두-지스카르 대통령의 24년 우파장기집권으로 유럽최악의 빈부격차를 간신히 완화한 좌파정부의 업적이 무산되는 순간이다. 한국정치에서 흔히 보는 ‘의원 빼가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소수내각으로 밀어붙이는 무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2차 결선투표를 규정해 과반수이상의 득표를 해야 정통성을 확보한다는 원칙에서 이탈하는 일이다. 미테랑은 결국 우파정부를 구성함으로써 민주적 전통을 지켰다.

시라크는 좌파정권의 공기업 국유화를 폐기하고 민영화했으며, 사회복지제도 재조정해 성장정책을 도모했다. 미테랑은 우파정책에 비토권을 행사했다. 르노자동차 민영화에 ‘드골의 나치협력자 청산작업으로 국유화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서명을 거부했다. 우파정부는 르노를 제외한 다른 산업민영화안을 의회에 회부, 우파의 찬성만으로 집행했다. 미테랑은 비토권의 효과를 잃고 침묵했다. 그는 대통령의 고유영역인 외교와 국방에 전력을 쏟았다. 내정을 시라크에 모두 맡기는 대신 G7정상회담, 유럽통합작업, 나토정상회담을 주도해 외교적 위상을 높였다.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와 헌법정신을 존중한 결과이다. 프랑스 동거정부의 성격은 모두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집중되어 있었다. 좌파의 분배정책 후 성장둔화를 시정하라는 국민요구가 우파 승리의 원인임을 미테랑을 제대로 읽어 수용한 것이다. 동거정부는 1988년3월 총선에서 좌파승리로 일단 끝났으나, 그 후 1993년 미테랑-발라뒤르 우파정부, 1997년 시라크 대통령-조스팽수상의 좌파연합정부로 이어졌다. 좌우정당이 국민에게 집권공약으로 심판받자 대통령이 선거결과 민의를 존중한 결과이다.

프랑스와는 다른 사례가 1966년 서독의 좌우 대연정이다. 에르하르트의 기민-자민 소연정이 경제침체로 깨어지자 좌우 대연정으로 위기를 극복하라는 국민여론이 높았다. ‘라인강의 기적’을 낳은 우파정부는 최악의 경제위기에 봉착하자 국민요구대로 좌우 대연정에 성공했다. 1966년12월1일 기민당 키징어 수상, 사민당의 브란트 부수상겸 외상 등 독일 역사상 가장 탁월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총집결해 포진함으로써 경제번영과 데탕트정책을 성공시켰다. 서독 대연정은 경제회복과 동서데탕트에 총력을 집중했다.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고 더 나아가 동독을 포함한 공산권과 화해협력시대를 열어 베를린장벽붕괴의 초석을 놓았다. 서구 선진국들의 좌우 동거정부와 연정은 모두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경제번영과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을 두었다. 특히 민주주의 절차를 철저히 지켜 국민의 큰 지지를 받았다.

연정에 집착하는 노무현대통령은 국민과 야당의 반대로 신음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교훈에 해답이 있다. 경제회복으로 국민행복의 향유가 연정의 목적이라는 교훈 말이다. 노대통령의 목적은 국민의 삶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라는데, 국민의 호응이 없다.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를 연정에 떠넘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경영에 총력을 집중하지 않고 지역주의에 실정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지역주의는 정당에 맡기고 국민의 삶을 위해 경영을 잘 해야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해 준 보람이 살아난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준 것은 나라살림과 경제를 잘 챙겨달라는 마지막 국민의 소망이었다. 이제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떨어져 회생의 징조도 없다. 코드와 낙하산인사로 혼란만 야기하고 무능부패를 연속적으로 범한 결과다.

야당과의 무리한 연정요구는 무능의 고백일 뿐이며, 국민불신을 심화시킬 뿐이다. 대통령이 국민의사를 무시하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임의로 야당에 줄 수 없는 일이다. 노대통령은 국민의 지지가 없는 연정으로 야당과 싸우기보다 대대적 인사탕평책으로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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