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의 달탐사

by 유로저널 posted Oct 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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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의 달탐사

옛날 일본 사누키 지방의 노인이 대나무 대롱 속에서 발견한 작고 예쁜 여자 아이를 데려와 길렀다.
이 아이는 처녀로 성장했으나 결혼도 않고 달을 보며 눈물만 흘렸다. 그녀는 원래 달나라 사람이었다.
죄를 짓고 지구에 귀양왔는데 음력 8월 15일,보름달이 뜨면 달나라로 돌아가야 했다. 왕이 사무라이를 동원해 귀환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날개 옷을 입고 승천한 이 처녀가 '달에서 온 공주' 가구야히메다.
전래동화 다케토리모노가타리(竹取物語)에 나오는 설화다.

당나라 시인 장구령은 '바다 위에 밝은 달 떠올랐으니/세상 끝에서도 이 시간을 함께하겠지(海上生明月 天涯共此時)'라는 시를 남겼다. 시인 맹교도 '이별한 뒤로 오직 그대 생각뿐/세상 끝에서 밝은 달을 함께하렵니다(別後唯所思 天涯共明月)'라고 노래했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달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오늘 밤 부주의 달을/규방에서 그저 홀로 보겠지/멀리 가여워라 어린 자식들/장안 향한 그리움도 알 리 없으니'. 시성(詩聖) 두보가 남긴 '달밤(月夜)'라는 작품이다.가족들을 멀리 부주에 보내놓고 벼슬자리를 얻으려 떠돌아 다녀야 하는 외로움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시선(詩仙) 이백은 술과 달을 통해 이상세계를 꿈꾸었다. 그의 시에서 달이 등장한 횟수가 336회나 된다.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는 시에서는 '꽃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홀로 마시며 벗하는 이 없다/술잔 들어 밝은 달을 청하고/그림자 마주하여 세 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술과 달과 시인이 구별없는 물아일여(物我一如)의 경지다.

중국인들의 달 사랑은 중추절의 상징인 전통식품 월병(月餠)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이 추석에 송편을 나누어 먹듯이, 중국인들은 월병을 선물하면서 부모나 친지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중국 전역에 월병 전문 생산업체가 5천곳이 넘으며 연간 판매액은 100억위안(1조2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복이나 샥스핀을 속에 넣거나, 황금으로 만든 값비싼 월병이 등장하여 부패를 조장한다는 여론도 드세다.

중국 전설에 나오는 '창어(嫦娥)'는 달의 정령이다. 회남자(淮南子) 에 따르면 '창어'는 남편과 나눠 먹기로 한 불사약을 혼자 다 마셨으나 하늘나라로 가지 못했다. 남편을 배신한 벌이 두려워 달나라에 들어가 월정(月精)이 되었다. '가구야히메'나 '창어'는 이제 설화나 전설 속 주인공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달의 궤도를 선회하는 우주 과학 기술의 상징으로 변했다.

중국과 일본은 이 달을 향해 멀리 달려나가고 있다. 일본이 최근 달 탐사 위성 '가구야'발사에 성공했다.

위성의 정식 이름은 셀레네(Selene: 그리스 신화 달의 여신)이지만 '가구야히메'의 애칭이 '가구야'다.

가구야는 약 3t의 본체에 14종의 관측기기를 갖춰 달 고도 1천㎞ 상공에서 자료를 수집한다. 2020년 달에 유인기지를 구축하는 게 일본의 목표다.
더군다나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1호 역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중국인들은 달 탐사를 당시(唐詩) 속의 달을 떠올리며 '천년의 꿈'으로 여기고 있다. 창어1호가 발사될 쓰촨성 시창시는 발사 현장을 지켜보려는 사람들로 관광특수를 누렸다. 중국의 우주 진출은 자국민들에게는 축제가 되겠지만, 인접국에는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창어 1호 발사에 들뜬 중국인의 표정에서 9.11 때 미국인의 모습을 떠올렸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물론 두 사안의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애국심이 넘쳐 흐른다는 점에서는 똑같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중국은 창어 1호 발사 시기를 새 지도부 출범과 맞추는 등 13억 인구의 애국심을 고양하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내보였다.
작은 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중국처럼 큰 나라에서 애국심이 홍수를 이뤄 맹목적 국가주의로 치닫을 경우 주변국들에는 우환거리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야심에 찬 달 탐사 계획에 박수를 치면서도 염려하는 마음이 생기는 이유다.

이름에 걸맞게 창어호가 국가주의 강화가 아니라 세계 과학 발전을 위해 좋은 성과를 내놓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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